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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로나19로 매출 반 토막…문래동 철공소 '인공호흡기' 떼나

60대 이상 60% 넘고, 50대 미만 10% 안 돼…재개발 이슈에 기반 흔들

2021.04.30(Fri) 14:50:38

[비즈한국] 서울 2호선 신도림역과 문래역 사이 철공소 골목. 강철을 내리치는 쇠망치와 프레스기 소리에 매캐한 금속 냄새가 섞인다. 각종 산업 현장에 들어갈 기계 부품을 갈고닦는 1300여 개 업체가 문래동에 모여 있다. 강정석 삼일정공 대표(63)는 40년 넘게 문래동에서 일하고 있다. 강 대표는 “1978년 공고를 졸업하고 견습공 생활을 시작했다. 이 근처에 ‘경방’과 ‘방림방적’이 있어서 기계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문래1가에서 ‘마찌꼬바(소규모)’ 식으로 모여있던 업체가 점점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소재, 열처리, 연마, 선반, 밀링, 도금까지 문래동에선 하루면 제품 하나가 나온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빠지지 않는 뿌리산업”이라고 덧붙였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문래역 사이에 있다. 사진=김성욱 인턴기자


산업화 이후 ‘지나가는 개도 현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을 듣던 문래동 철공소는 외환위기와 중국의 부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제조업 경기가 악화되며 설 자리를 잃었고, 원청업체들은 중국에서 납품을 받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그때 버틴 사람들이 남아서 기술을 전파했고, 이제는 2세대 청년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 잇는 청년도 있지만 대부분 60대 이상

 

그러나 산업의 고령화는 역력하다. 서울소공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문래동에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60% 이상이지만, 50대 미만은 10%가 안 된다. 강 대표는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다 늙어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기초산업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각 문래동 1가와 3가에 사업장을 둔 정동호 동호기계 대표(37)와 박혜준 문화정공 과장(32)은 ‘가업 2세’ 청년이다. 이들은 철공소 기계 교육을 함께 받으며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박 과장을 포함, 정 대표는 주변의 가업 2세 청년들을 모았다. 공장 주변에 젊은 사람이 보이면 붙잡거나 부모 세대를 통해 친분을 형성했다. 그렇게 알음알음 인원수를 늘려 청년 커뮤니티를 조직했다. 이제는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과 프로젝트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정동호 동호기계 대표는 호텔조리를 전공하고 서비스업에서 10년 가까이 종사한 뒤 아버지의 권유로 공장에 오게 됐다. 사진=김성욱 인턴기자


이들이 애초부터 ‘가업 2세’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정동호 대표는 호텔조리를 전공한 뒤 서비스업에서 10년 가까이 종사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권유로 공장을 오가며 작업현장을 지켜봤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갖춰놓은 시스템이 아까웠고, 젊은 사람이 들어오면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서 일하느니 가업을 잇는 게 금전적으로 나았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박혜준 과장도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하는 일을 많이 봤다. 백수였던 내게 아버지가 6개월만 일해보라고 권유했고, 그게 어느덧 10년이 됐다”고 덧붙였다.

 

#매출은 반 토막, 지원금은 ‘찔끔’… “탁상행정 같다”

 

작년부터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문래동에도 큰 충격을 줬다. 강정석 대표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50% 안팎으로 줄었다고 한다. 정동호 대표는 “한 달에 5권(1권에 200~300장) 정도 발주됐던 게 1권도 안 들어올 때도 있었다. 원청업체가 제조업인데 주3일 근무로 돌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수준은 못 된다고 한다. 박혜준 과장은 “작년에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가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원상복구까지는 아직 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지자체에서 지원금이 나왔지만 회복엔 턱없이 적었다. 강정석 대표는 “문래동에 1인 사업장만 60% 정도 될 텐데, 각종 지원이나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동호 대표는 “(지원금을) 받으며 ‘이거라도 어디냐’ 싶었지만 탁상행정 같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과 CAD(Computer Aided Design)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도 문제다. 매달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비용 관련 지원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한 업체도 많다. 서울소공인협회 박석환 사무총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상인들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어제까지 운영했던 업체가 오늘 가보면 문을 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정석 대표는 “일감은 없고 계속 빚만 늘어나는데 세금 낼 돈까지 없으니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폐업한 뒤 장인들이 사용하던 기계 장비는 주로 헐값에 팔린다. 정동호 대표는 “중고 상인에게 팔면 5000만 원짜리를 1000만 원에 쳐주기도 하지만, 고철상으로 넘어가면 많이 받아봤자 킬로(kg)당 350원”이라고 밝혔다. 

 

문래 창작촌 일대에 카페와 식당, 주점이 들어서며 철공소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김성욱 인턴기자


문래 창작촌 일대에 카페와 식당, 주점이 들어서며 철공소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오른 게 사실이지만 다른 곳보단 나은 편이라 젊은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정석 대표는 “영업하는 입장에선 여기가 싸니까 들어오고, 그러면 임대료가 올라서 주변 공장까지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동호 대표도 “공장이 들어올 자리에 카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건물주가 공장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재개발 계획만 30년째…“주차시설, 화장실 정비부터”

 

한편, 4월 8일 서울시는 문래동 1~3가에 대한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철공소가 위치한 지역에 주민제안을 거쳐 임대시설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문래동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정석 대표는 “재개발 얘기 나온 것만 30년째”라고 말했다. 뜬소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동호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듣던 말”이라며 “맞은편 건물에서 앵커질(공사 작업의 일종)을 하면 정밀도 가공을 하는 우리로서는 기계 자체를 돌리기 어렵다. 무작정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보다,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공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준공업지역’이라는 특성상 각종 규제가 묶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정동호 대표는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공장이 많다. 층고 제한부터 간단한 공사 규제만 완화돼도 공장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석환 사무총장은 “장인 대부분이 업장을 임대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개발 이슈가 몰리면 인프라가 흔들릴까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미 있는 걸 다져 나가야지, 있던 사람을 내쫓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정석 대표도 “협소한 주차시설이나 재래식 화장실 등을 정비해 이곳을 보존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석환 사무총장은 “문래동이 일하기 편리하고, 역사적 장소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 이후 나온 ‘소재 국산화’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제주 삼다수, 포스코건설 등 다양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을지로가 쇠퇴한 뒤 서울 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의 의뢰도 들어오고 있다”며 “이곳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대단하다. 일하시는 분들은 사실상 ‘무형문화재’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화재 등에도 취약한 곳이 많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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