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과세 정책 등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혁신성장이나 규제개혁 등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정책 뒤집기를 하면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로 미국 경제정책 불확실성(Economic Policy Uncertainty) 센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는 경제계 금언처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미 경제정책 불확실성 센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2017년 5월~2021년 3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평균 184.9로 조사됐다.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 등이 개발한 지표다. 언론 보도에서 ‘경제 불확실성’ 관련 단어가 쓰인 빈도를 기초로 월별로 산출한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평균 113.0로 한국보다 낮았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205.5를 기록했지만 대선으로 인해 한때 불확실성 지수가 500대를 넘었던 탓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평균 107.9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는 대선 직후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0 이하에 머물렀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도 평균 153.4로 문재인 정부보다 낮았다. 박근혜 정부(2013년 1월~2017년 4월)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평균 142.9에 머물렀다. 박근혜 대통령 기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안정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2016년 12월~2017년 1월 지수가 400대에 육박하면서 평균 수치가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높아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락가락한 경제정책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 기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19년 8월(538.2)인데, 각종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에서 혼란이 커지던 시기다. 정부는 당시 공공택지에 한해 시행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로또 분양을 양산해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정책들은 우측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을 하는 일이 잦아 시장 신뢰를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혁신성장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총선에서 택시업계 표를 의식해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타다’를 규제한 것이다.
규제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여당이 규제 혁신 입법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업 규제 입법만 대거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1월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 현장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규제 혁신 법안의 우선순위를 정해 규제 혁신 입법을 대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월에 징벌적 손해배상법, 집단소송법, 상생협력법 등 규제 강화 법안을 대거 내놓았다가 야당과 재계 반발, 4월 재보궐 선거 참패에 주춤한 상태다.
부동산 정책 혼선은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더욱 심해졌다.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종부세 완화를 둘러싼 당내 혼란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에서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경제지 인터뷰에서 “재산세나 양도소득세를 먼저 논의하고 종부세를 나중에 논의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종부세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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