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넥슨의 주력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메이플스토리’가 확률 조작 문제로 트럭 시위, 유저 대규모 이탈 등이 이어지며 두 달 넘게 곤욕을 치렀다. 넥슨은 4월 11일 메이플스토리 고객간담회를 개최해 유저들의 불만을 현장에서 들었다. 간담회를 지켜본 유저들은 “가장 논란이 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넥슨이 회피형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지만 고객과 불통으로 일관하던 넥슨의 변화에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고객간담회는 메이플스토리와 유저들에겐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간담회가 성사되기까지
올해 초 온라인 게임에 대한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메이플스토리도 이를 피하진 못했다. 논란의 시작은 ‘환생의 불꽃’이다. ‘환생의 불꽃’이라는 소비 아이템은 무작위로 착용 장비에 추가 옵션을 부여한다고 적혀 있는데, 획득 경로가 한정돼 비싼 값에 거래되곤 했다. 장비에 환생의 불꽃을 적용하면 데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힘, 민첩, 공격력, 마력 등의 주요 스텟과 점프력 등이 무작위로 추가 부여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장비를 강화하는 필수 소비 재화로 사용됐다. 또 캐시 아이템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획득해야 하는 재화이기에 비싼 값에 거래된 것이다.
지난 2월 18일 메이플스토리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됐는데,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됩니다”라는 문구가 유저들에게 의문을 남겼다. 이 업데이트 내용으로 미루어 유저들은 추가 옵션 확률이 무작위가 아니라 임의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넥슨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이에 공분한 유저들은 모금해 국회 등에 트럭을 보내 시위하기에 이르렀다.
3월 5일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고객님들의 신뢰 회복에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리며 큐브의 잠재능력 재설정 로직과 세부 확률을 공개했다. 그러나 큐브 확률 공개에서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큐브는 무작위로 아이템에 3개의 옵션을 부여하는 캐시 아이템으로 유저들은 원하는 옵션을 뽑기 위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사용하곤 했다. ‘보스몬스터 공격 데미지 +%’, ‘몬스터 방어율 무시 +%’, ‘아이템 드롭률 +%’ 등 환생의 불꽃으로는 적용할 수 없는 여러 퍼센트 옵션 3줄이 무작위로 부여된다. 자연스레 유저들은 환생의 불꽃과 큐브를 통해 장비 강화에 힘을 쓴다. 큐브 1개는 현금 2200원이다. 그런데 확률 공개를 통해 유저들이 선호하는 3개 옵션이 2개만 나올 수 있게 운영진이 제한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즉 3줄의 옵션 중 ‘보스몬스터 공격 데미지 +%’가 2줄이 적용됐다면 나머지 1줄에는 이 옵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메이플스토리이기에 이 옵션들은 게임 내 최고 옵션인데, 나올 확률을 0%로 설정한 셈이다. 결국 ‘무작위’로 옵션이 설정되지 않던 ‘환생의 불꽃’과 ‘큐브’에 유저들이 속아온 것이다. 넥슨 측은 이에 “보스의 사냥이나, 아이템 획득의 밸런스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보보보’, ‘드드드’ 사건으로 크게 실망한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대규모로 이탈했고, 메이플 난민들이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알피지 제작·배급)’에 대거 유입되며 로스트아크 서버 출시 2년 만에 대기열이 생겼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서비스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확률 논란이 발생하기 전 3%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던 메이플스토리는 1.97%까지 급락했다. 유저들은 ‘한도 0원 챌린지’를 벌이는 등 여러 방식으로 불매를 이어나갔다. 메이플스토리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사용했던 메이플 BJ들도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거나 육성 콘텐츠만 진행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간담회 이후 돌아온 사람, 떠난 사람
유저 대규모 이탈을 손 놓고 볼 수 없었던 넥슨은 4월 11일 고객간담회를 개최했다. 공식적인 첫 소통이었다. 간담회는 8시간 정도 진행됐다. 가장 크게 다뤄진 내용은 환생의 불꽃과 큐브였다. 이와 관련한 유저 대표단의 질문에 강원기 디렉터는 “그동안 확률 정보 자체가 미공개 영역이었다. 출시 당시 게임 내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소통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 같고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보스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는 2개만 있어도 충분히 효용이 좋다”고 답했다.
유저 대표단은 “답변에 공감하지만 사냥 부문 최고 옵션인 ‘아이템 드롭률 +%’가 3줄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원기 디렉터는 “많은 유저들이 함께하는 게임이기에 정보가 충분히 공유됐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MMORPG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선 4억 5000만 원을 사용해야 하고, 특정 로직을 뚫고 ‘몬스터 방어율 +%’ 3줄이 붙은 아이템이 게임 내 거래되고 있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게 유저 대표단의 반론이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는 강원기 디렉터의 진솔한 사과 대신 회피형 대답에 분노하기도 했다.
강원기 디렉터는 “앞으로 확률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유저가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간담회에 참여한 유저들을 우선으로 자문단을 만들고 연 1회 이상 공식 간담회 진행 및 행사 개최 등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객간담회 이후 메이플스토리 PC방 점유율은 소폭 상승했다. 간담회가 열린 4월 2주차 메이플스토리 점유율은 1.9%였지만 4월 3주차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4주차 점유율은 2.28%로 상승했다. 특히 18주년 블루밍 포레스트 업데이트로 유저들의 이용 시간이 증가한 모양새다.
주말이던 4월 25일에는 사용시간 10만 시간을 돌파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다. 소통 부분은 크게 강화된 모습이다. 토론게시판에 건의한 내용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해 개발자 코멘트를 달며 수정과 개발 여부 등을 답해주기 시작하는 등 소통을 활성화했으며 유저들이 지적한 오류를 적극 수정하기 시작했다.
A 씨(26·남)는 “메이플을 3년 넘게 플레이하며 많은 애정을 갖고 키웠다. 하지만 확률 조작 등 여러 문제가 터진 이후 잠시 게임을 하지 않았는데, 회사 운영진의 변화에 다시 게임을 하게 됐다. 사실 유저의 희망사항을 즉각적으로 모두 반영하긴 어렵지만 사태 전후를 비교했을 때 훨씬 나아진 모습이다.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메이플스토리가 소통 지향적으로 발전한다면 떠나온 유저들도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B 씨(27·남)는 “아르바이트와 일을 하며 번 돈을 메이플에 투자했는데, 이번 사태로 게임 경제가 무너졌다. 이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됐고 메이플스토리에 접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고 해도 무너진 게임 경제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갔다. 더 이상 스트레스 받으며 게임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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