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30세)는 2주 전 ‘주식 1주 선물 받기’ 이벤트를 위해 토스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A 씨가 당첨된 건 7000원대 대우건설 주식. A 씨는 주당 가격이 높은 네이버, 현대차, 삼성전자를 기대했던 터라 아쉬웠지만 재미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토스증권의 PUSH 알림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많으면 하루에 대여섯 번 보유종목의 가격 변동이 스마트폰 알림으로 떴다. 수수료 정책이 평생 무료가 아니여서 기존의 주거래 증권사에서 갈아타기도 망설여졌다.
올해 2월 출범한 토스증권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직 출범 후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신규 계좌 수가 200만 개를 넘었다. 심지어 지난 15일 새벽, 계좌 100만 개를 돌파한 지 이틀 만의 실적이다. 이에 발맞춰 토스증권은 실탄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에만 15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증권업 본인가 후 5개월 만에 380억 원을 확보하면서 총 자본금은 720억 원이 됐다.
#토스증권은 어떻게 MZ세대 마음 사로잡았나
신규계좌 수 확보의 결정적 포인트는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주식 1주 선물 받기’ 이벤트다. 주식 1주 선물 받기 이벤트는 토스증권 계좌를 개설한 사용자 전원에게 랜덤으로 국내주식 1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벤트 대상 종목은 △NAVER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 △대한항공 등 국내 주식 22개로, 계좌 개설자는 최소 2000원대부터 최대 39만 원짜리 주식 한 주를 공짜로 받았다.
이벤트 기간인 5일간 개설된 토스증권 신규 계좌 수는 170만 개다.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동시 접속자가 몰리며 한때 시스템 오류로 계좌 개설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발생했으며, 토스증권 내부에선 이벤트 조기 종료가 논의됐다.
이 이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카카오톡방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빠르게 타며 흥행에 성공하자 업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입문자가 많고 체험 위주로 온라인상에서 홍보가 잘 되는 MZ세대를 정확하게 타깃으로 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번 사용해봐’라고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타 증권사 모바일 앱과의 차별점을 내세워 묶어두려는 전략일 것이다. 다만 이들이 꾸준한 사용자로 남을지는 의문이다. 토스증권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토스증권은 출범 당시부터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인터페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하는 타 은행 연계 증권사와 달리 ‘토스’ 앱 안의 탭으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증권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매수’, ‘매도’ 버튼 대신 ‘구매하기’와 ‘판매하기’ 버튼을 만들고 봉 차트를 없애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앱을 구성했다. 구매 TOP100, 관심 TOP100, 영업이익률 TOP100 등 음원차트를 연상시키는 정보 표시나 자체적으로 재무제표상 매출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만든 ‘토스증권산업분류기준(TICS, Toss Investment Category Standard)’을 선보이는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시도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용자 맞춤 인터페이스와 이벤트에 숨은 전략
일각에선 편리함 뒤에 숨은 토스증권의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매매거래대금의 0.015%이다. 위탁매매 수수료는 주식 매매 시 증권사에 납부하는 수수료로 모바일 거래 기준 증권사별 0.01%~0.02% 정도로 다양하다. 지난해 주식 열풍이 불면서 다수의 증권사가 ‘수수료 평생 면제’ 혹은 ‘할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달리 토스증권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즉 수수료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토스증권 측은 이용자 비율상 2030 초보 투자자가 다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토스증권 또한 지난해 출범을 앞두고 사전신청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기간에 제한을 뒀다. 신청자는 계좌 개설 후 3개월간 주식거래 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수수료 혜택을 받았으며, 초대한 친구가 토스증권에 가입하면 최대 6개월까지 수수료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았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100만 원 거래 시 거래 수수료가 150원 정도로 타 증권사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서비스를 경험해본 이용자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자부심도 있다”고 전했다.
관심종목의 가격 변동을 PUSH 알림으로 보내는 방식의 시스템이 거래량 자체를 늘려 결과적으로 수익률을 저하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기능별 알림의 on/off를 설정할 수 있지만 기본 설정값은 ‘on’이다. 제이슨 츠바이크의 책 ‘투자의 비밀’에 따르면 가격 변동에 집착하는 투자자는 주가 등락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많이 거래한 반면, 가격 수준에 주의를 기울인 투자자는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데 만족했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앞서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각의 차이다. 이용자 편의성을 위한 서비스일 수도, 거래량을 늘리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토스증권이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용자 개개인이 증권사별 수수료 혜택을 잘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다만 국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거래만으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다. 토스증권은 ‘플랫폼’의 정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UX(사용자경험)을 바탕으로 이용자 수를 늘린 다음 수익화를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토스증권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게 되면 국내 증권업계에 미칠 영향은 카카오페이증권보다는 더 클 것이다. 사업 초반에는 기존 증권업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젊은 신규 주식투자자에 대한 시장 선점 효과를 고려하면 기존 증권업계,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개인 판매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대규모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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