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국 씨티그룹의 결정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고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 부문만 영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 11월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한국씨티은행(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영업방식과 관련해 우리 개인 고객과 정부와의 관계에서 매끄럽지 않은 은행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철수를 완료하면 이러한 잡음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철수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금융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씨티은행은 그간 소비자금융과 관련해 현금서비스, 이체 등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수료 체계를 유지했고 연체금에 대한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은행이었다.
또한 씨티은행은 2017년 3월부터 계좌 거래잔액이 1000만 원 미만인 고객이 지점을 통해 거래할 경우 해당 월에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해 커다란 비판에 직면했었다.
앞서 이를 도입했다가 고객 반발로 폐지한 SC제일은행은 시행 당시에 인터넷뱅킹 이용 고객, 기존 고객 등에게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씨티은행과는 차이점이 컸다.
특히 씨티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해 시중은행별로 할당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 지원을 독려했지만 미국계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이러한 정부 방침에 동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결국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에게 할당한 대출 지원분을 4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에게 넘겼다.
씨티은행은 정부가 기업 자금난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조성한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에도 불참했다.
대신 씨티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주력했다. 대손충당금이란 장래의 채권 회수 불능 상태인 대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충당금이다.
이를 방증하듯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부도에 대한 방어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240.5%에 달해 시중은행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두번째가 SC제일은행으로 201.15%였다. 반면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경우 국민은행 165.20%, 우리은행 153.95%, 신한은행 142.99%, 하나은행 130.10%에 그쳤다.
씨티은행은 향후 소비자금융 철수와 관련해 통매각, 분리매각, 단계적 업무 폐지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 3500명 증 소비자금융 인력은 940명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고연봉 체계의 인력구조가 향후 소비자금융 매각의 걸림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은 장기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 평균 근속년수가 18.2년에 달한다. 이로 인해 남직원 평균 연봉은 1억 3200만 원, 여직원 평균 연봉도 9300만 원에 달하는 고연봉 체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 직원 연봉 수준은 인수 희망자 입장에서 인수합병(M&A) 비용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게 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금융 매각이 어려울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씨티은행의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철수 방식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계좌유지수수료와 관련해서는 “기존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면제 사유도 많아서 실제로 적용받는 고객은 거의 없다. 당행은 수수료의 도입에 앞서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을 통한 이체 거래에 대해서는 조건 없이 수수료를 면제하고, 모바일 앱에 지문 인식 기능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행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관련해 당행은 미국 금융관련법상 직접 투자나 출자는 허용되지 않아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및 국책 은행 등과 긴밀히 논의해 펀드에 적절한 유동성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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