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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줌 유료화 앞두고 서울 교육청 ‘예산 없다’…현장 혼란 불가피

EBS·교육부 시스템 사용하라지만, 편의성 떨어지고 보안도 취약

2021.04.28(Wed) 17:33:53

[비즈한국] 서울에 사는 김 아무개 씨(23)는 올해 1월 전역한 뒤 대학교에 복학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수업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실험 과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수업이었다. 김 씨는 “‘줌’을 쓴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따로 매뉴얼을 알려주진 않아서 복학한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수업을 맡은 교수들도 ‘줌’ 사용법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공지사항에 링크만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수업시간 이후에도 강의실이 열리지 않거나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달 처음 참여한 ‘줌’ 수업을 ‘혼란의 카오스’로 묘사했다. 수강인원 30명 안팎의 소형 강의였는데, 1명이 계속 소음을 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교수님이 주의를 주는데도 멈추지 않기에 학생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줌’ 시스템 상 소리를 내면 중앙에 발화자가 비치는데, 화면에 특정 정치인의 사진이 보인 것이다. 김 씨는 “교수님이 소리를 끄자 채팅창에서 정치인 비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줌’ 수업을 포기하고 오픈채팅방을 통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이후 학과 측에선 재학생의 소행이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줌’을 통한 비대면 강의가 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주로 수업과 무관한 외부인이 ‘줌 강의실’에 무단침입하며 발생한다. 공유 링크만 있으면 쉽게 접속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호스트’가 참여를 승인하는 절차가 있지만, 일일이 이름을 대조하면서까지 문제 상황을 예방하기는 어렵다.

 

욕설과 혐오 표현, 성희롱 등으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줌’에서 폭탄을 터뜨린다는 의미의 ‘줌 바밍(Zoom Bomb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지난달 세종대에서는 ‘줌’ 채팅창에 음란 사진을 올리고 교수를 모욕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줌 바밍’이 범죄로 이어질 경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 현행법상 처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줌 바밍’에 대한 시스템상의 방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줌 바밍’이 공론화되면서 프로그램의 보안상 취약점이 개선됐다. 접속 시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음성이나 채팅을 제한할 수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처음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 고려하지 못했던 요소들 때문에 보안문제가 나타났지만, 여러 사건 이후에 웬만한 조치는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의 경우처럼 일선 현장에서 ‘줌 바밍’이 즉각 해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취약점을 고친 뒤에도 ‘줌 바밍’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주 교수는 “사용자들의 환경설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 씨는 “교수님이 강제 퇴장을 시키면 됐을 텐데, 본인도 그런 상황이 처음이라 미숙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줌’이 8월부터 유료화 되면서 대체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원격교육 지원 기본계획’에서 ‘줌’ 유료화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역시 공공 LMS(학습관리시스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체 플랫폼 도입과 관련, ‘줌’보다 시스템이 취약해 보안 문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정부에서 만든 플랫폼과 각 대학의 LMS에서는 시스템 상 오류가 다수 나타났다.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e학습터’의 경우 지난달 개학을 맞으며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EBS ‘온라인클래스(온클)’ 역시 링크 발송 문제와 ‘튕김’ 현상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줌 바밍’처럼 외부인이 수업에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업방 링크를 알아낸 뒤 들어와 채팅창을 도배하는 ‘온클 테러’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별도의 인증 절차를 추가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크다. 이와 관련, 회원 수 10만이 넘는 한 학부모 카페에서는 “온라인 테러가 ‘온클’에서는 안 일어날까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체 플랫폼의 안정성을 정비하지 않으면 ‘줌 바밍’의 수순을 밟아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스템 보안에서 나아가 편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주 교수는 “정부에서 만든 플랫폼도 있고 민간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줌’을 많이 쓰는 이유는 ‘보안상 안전하다’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널리 쓰이려면 시스템의 보안뿐 아니라 편리성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욱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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