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중동의 오일머니(oil money)가 빠른 속도로 국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2조7920억원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올 1분기에는 3조183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2분기에는 순매수로 돌아서 총 5조975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동향에서 국내 증시의 순매수를 이끈 것은 중동계 자금이다. 중동계 자금은 올해 들어 총 3조390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 4월 5445억원에서 5월에는 1조7791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이는 지난 5월 기준 아시아 지역의 순매수 규모(9122억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또 같은 기간 유럽 투자자들이 1조1358억원의 주식을 처분한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행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동 지역 가운데 아랍에미리트는 올해 들어 1조2120억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매수 규모가 가장 큰 중국(1조6640억원)에 이어 순매수 2위를 기록했다. 미국(9810억원)보다 순매수 강도가 세다.
사우디(9240억원), 쿠웨이트(6350억원), 카타르(268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카타르의 경우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낮아 '기타 지역'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지난 6월부터 거래량 및 순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이처럼 국내에 중동계 자금이 몰리는 것은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설립된 국부펀드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부펀드 운용계약을 체결한 글로벌 펀드 운용사를 통해 한국 주식·채권 등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의 지난 2013년 10월 기준 자산은 6270억달러로 추정된다. 한국이 포함돼 있는 신흥시장의 투자 비율은 15~25%다.
KDB대우증권의 박승영 연구원은 "중동 지역은 원유 수출 등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외환을 축적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주로 해외에 투자한다"며 "국부펀드 등을 통해 주로 석유산업과 거리가 먼 헬스케어 쪽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국부펀드를 통해 신흥국 투자를 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털(MSCI)지수를 기준으로 펀드의 운영대상을 선정한다"며 "MSCI 이머징마켓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15%에 달하기 때문에 해외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일정 비율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 문정희 연구원은 "중동 투자는 대부분 MSCI 지수를 추종하면서 투자 비중이 결정되는데, 신흥국 중 한국은 15%를 차지하지만 그동안 실제로 투자하는 비중은 7.5% 내외에 그쳤다"며 "지난 4월부터 신흥국 증시가 반등하면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며, 그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던 투자 자금이 다시 채워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