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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인증 못받는 전기차 초급속충전기, 안전은 누구 책임?

충전기는 300kW 이상, 인증은 200kW까지…국가기술표준원 "국제표준부터 바뀌어야" 환경부 "연구원서 안전성 검사"

2021.04.29(Thu) 10:59:13

[비즈한국] 이른바 ‘초급속충전기’로 불리는 전기차 충전기가 올해부터 보급이 시작됐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이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자 ​정부가 ​그 대안으로 충전 속도가 빠른 충전기를 늘리는 방안을 도입한 것. 그러나 초급속충전기가 정격용량 초과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KC인증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전국 고속도로 12곳에 개소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pit. 350kW급 초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정부는 올해부터 초급속충전기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초급속충전기를 전국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민관합동으로 70기 이상 구축한다고 밝혔다. 충전기의 성능을 높여 전기차 보급 대수 대비 부족한 충전기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급속충전기는 정격용량이 300kW 이상으로 급속충전기 대비 충전 속도가 3배 이상 빠르다. ​

 

한국에너지공단도 해마다 ‘전기차 충전서비스산업육성 사업 운영지침’을 발표하고, 민간사업자에게 급속충전기 1기당 설치비용의 50% 이내에서 보조금을 교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사업이 진행됐다. 지난해까지는 200kW 듀얼 급속충전기까지만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300kW 이상 초급속충전기도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에너지공단은 초급속충전기 설치하려는 사업자에게 지원 신청 시 가점도 부여하고 있다. 초급속충전기의 빠른 확산에 힘쓰는 모습이다. 사업 내용에 따르면 초급속충전기 보급은 전기차 충전기의 기술개발 및 보급·확산을 유도하기 때문에 가점을 부여한다. 

 

초급속충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일단 충전 시간이 꽤 단축됐다. 원래는 충전하는 동안 식사를 하고 와도 목표량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초급속충전기는 담배 피우고 화장실 다녀오니 충전이 끝나 있었다. 새로 보급된 충전기라 기존 충전기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보완됐다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에도 350kW급 초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초급속충전기의 안전을 보증할 만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전기용품의 경우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정부로부터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은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 KC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불법이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안전확인표시 등이 없는 ‘안전확인대상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시로 현장 조사를 해 제품들의 KC 인증 여부 등을 파악한다. 미인증 제품이 적발되거나 KC 인증을 받았더라도 소비자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관련 업체에 판매 중지 및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역시 전안법에 따라 ‘안전확인대상전기용품’으로 지정돼 있다. 제품의 구조나 사용 방법 등으로 인해 화재·감전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전기용품은 ‘안전확인시험기관’으로부터 제품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기로 인정되는 조건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는 정격용량이 200kWh 이하인 제품 한해 KC 인증이 발급된다. 한마디로 초급속충전기는 정격용량 초과로 안전확인대상전기용품에 속하지 않아 KC 인증을 받을 의무가 없다. 용량이 높아 더 위험한데도, 아이러니하게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재 300kWh 이상 초급속충전기 중 KC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인증을 면제받은 제품도 없다. 이는 국내 표준뿐만 아니라 국제 표준조차 정격용량을 200kW로 제한한 탓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정격 용량을 400kWh로 확대하기 위해 표준을 개정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국제 표준이 마련되면 국내 역시 이를 뒤따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테슬라의 전기차 급속충전기 슈퍼차저. 이는 구형 모델로 정격용량이 150kW다. 올해부터는 테슬라도 국내에 250kW급 슈퍼차저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전기차 충전기 안전성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한 상황이라 급속충전기의 KC 인증 여부를 따져볼 시간이 없다. 일단 충전기가 비어 있으면 충전을 해야 한다. 빨리 충전을 끝내고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기에 안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반대로 개인용 완속 충전기라면 KC 인증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 같다. 급속충전기도 어느 정도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다음에야 안전성 등에 대해서 면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분간 소비자들은 KC 인증을 받지 못한 채로 초급속충전기를 사용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공인된 국가 표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정격용량 200kW가 넘는 급속충전기의 안전성 검사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라든지 한국기계전자시험연구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두 연구원에서 발표되는 시험 결과로 초급속충전기의 안전성을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도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급속충전기 관리하고, 충전기 설치를 마친 후 의무적으로 ‘사용 전 검사’​를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전류가 흐를 때 급속충전기가 안전하게 작동하는지도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제조사에게 사후 보상과 관련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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