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5조 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해 국내 유통망을 석권하겠다는 포문을 밝히며 국내 물류센터 확장에 나섰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네이버를 중심으로 ‘반(反)쿠팡’ 연합이 탄생하면서 유통업계는 본격적으로 쿠팡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콘텐츠를 확보해 OTT 업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 순위는 1위 네이버(16.6%), 2위 쿠팡(13%), 3위 이베이코리아(12.4%) 순이다. 무섭게 올라온 쿠팡이 1위인 네이버를 넘보는 상황이다.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네이버가 1위를 지키려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161조 원대로 2019년 대비 19.1%(135조 2640억 원) 증가했다.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돼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업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월 11일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5조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물류센터 증설 등 유통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영향력을 뽐내자 3월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을 맺었다. 양 사가 지분 2500억 원 규모를 교환했는데, 서로의 온·오프라인 장점을 합쳐 쿠팡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신세계그룹뿐만 아니라 CJ그룹과도 지분을 교환했다. 네이버가 쿠팡에 비해 부족한 물류시스템을 기존 유통 공룡들을 통해 보완한 것.
업계에서는 “한때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했던 기업들이 힘을 합쳤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네이버와 신세계는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작사 설립과 더불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로켓배송에 맞설 빠른 배송망 구축과 명품 분야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자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력인 만큼 이용자와 판매자 모두 상상하기 어려웠던 쇼핑 경험과 다양한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신세계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쿠팡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이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이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등 타 쇼핑몰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준다는 것인데, 14년 만에 나온 최저가 보상제다. 쿠팡도 이에 질세라 로켓배송상품 무료배송으로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한편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외국 자본 투자 위축 등을 불러올 수 있다(관련기사 조원태·조현준·정의선·김범석…총수격 '동일인' 지정에 고민하는 공정위).
#쿠팡플레이, 드라마·해외 축구·교육 콘텐츠 독점 영상으로 승부수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OTT 시장에서도 영역을 키워가고 있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디렉터는 “고객들의 일상이 지금보다 편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자체 제작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25일 드라마 ‘어느 날(가제)’을 초록뱀미디어와 국내 독점계약했다고 밝혔다. ‘어느 날’은 배우 김수현과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 여기에 축구팬을 위한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 최종 결승전을 26일 라이브로 중계하며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 콘텐츠도 추가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육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A 씨(여·35)는 “4살 된 아이를 키우는데, 쿠팡플레이를 통해 기본 교육을 할 수 있어 좋다. 월 2900원에 무료배송과 교육 콘텐츠까지 이용할 수 있고, 생각보다 많은 교육 영상이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월 2900원)라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OTT 자체로는 넷플릭스 등 다른 기업에 비해 아직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교육 콘텐츠를 추가한 후 일 평균 사용자 수가 14%가량 증가했다. 쿠팡플레이 이용자 수는 올 1월 52만 명, 2월 65만 명, 3월 78만 명을 기록했다.
김유경 한국외국어대학교 광고·PR·브랜딩학과 교수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인 수평적 브랜드 확장이다. 쿠팡의 경우 ‘물류’에 머무른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하는 상황이다. 다만 쿠팡의 후광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꾸준히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체구간이 올 가능성이 크다. 쿠팡플레이에도 쿠팡만큼 큰 투자와 차별화가 선행돼야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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