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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한옥과 카페, 근대와 현대가 나란히, 북촌

고관대작 살던 마을, 사적·문화재 많아…최근엔 문화예술인과 현대적 건물 들어서 새로운 매력

2021.04.27(Tue) 14:23:18

[비즈한국] 가끔 시간이 멈춘 듯한 장소가 있다. 한옥마을의 대명사인 북촌이 그렇다. 한옥들이 줄지어 서 있는 언덕길 골목에서 햇살을 받으면 불과 1km쯤 떨어져 있는 빌딩숲과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것만 같다. 이곳에선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일제강점기에서 구한말로, 조선 후기로…. 오늘은 북촌 한옥마을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한옥이 모인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 청계천 북쪽이어서 북촌이 되었고 고관대작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사진=구완회 제공

 

#한옥과 박물관, 예쁜 카페가 어우러진 마을

 

북촌(北村)은 글자 그대로 북쪽 마을이다. 조선 시대에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양을 남북으로 갈랐을 때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의 양대 궁궐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있어서 궁궐 출입이 편했고, 북악산의 남쪽 면이라 자연스럽게 남향 집을 지을 수 있어 고관대작들이 모여 살았다. 북촌이 있으니 남촌도 있었다. 청계천 이남 남산 자락에는 중하위 관리들과 아직 벼슬을 얻지 못한 선비들이 살았다. 그리고 북촌과 남촌의 중간, 중촌에는 통역관이나 의관 같은 중인들이 모여 살았단다. 

 

고관대작이 모여 산 덕분에 북촌에는 사적과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많다. 전 대통령인 윤보선가옥, 가회동 백인재가옥 등이 그렇다.

 

1927년 문을 연 인근의 계동교회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사진=구완회 제공

 

사적이나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곳도 있다. 1969년 북촌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대중목욕탕인 중앙탕이 그런 곳이다. 이후 50년 넘게 북촌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중앙탕은 몇 해 전 어느 업체의 쇼룸으로 변신했지만 다행히 외관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927년 문을 연 인근의 계동교회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미국 선교사가 처음 세운 계동교회는 원동교회라는 이름을 출발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이름을 계동교회로 바꿔 오늘에 이른다. 지금의 교회 건물은 1971년 신축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이 곳곳에 생겨났다. 북촌 초입의 이정표에는 가회민화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 서울닭문화관, 인문학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젓대공방 같은 이름들이 빼곡이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한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한 카페와 레스토랑들까지 들어서 북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북촌이 서울의 관광명소이자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사랑받는 이유다. 

 

한옥 사이로 현대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우러지면서 요즘 북촌은 서울의 명소이자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북촌 여행의 출발점은 안국역과 가까운 북촌문화센터가 좋다. 이곳에서 ‘북촌8경’의 위치가 표시된 북촌 산책 지도를 챙기면 구석구석 숨은 볼거리까지 놓칠 염려가 없다. 

 

#‘건축왕’ 정세권의 북촌 한옥 단지 개발

 

현재 북촌의 한옥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것이 아니다. 조선 시대 북촌에 살던 고관대작들은 현재 문화재나 사적으로 지정된 큰 집에서 살았는데, 이런 집들은 지금 얼마 남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다수 한옥들은 일제강점기에 서울의 주거난이 심화되면서 ‘집장사’라 불리는 이들이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지은 집들이다. 하지만 북촌 개발에 지대한 역할을 한 ‘건축왕’ 정세권(1888~1965)은 단순한 집장사가 아니었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민족자본가였던 정세권은 1920년대 ‘건양사’라는 업체를 세워 대형 필지를 사들인 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아담하고 편리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덕분에 북촌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지금까지 한옥 마을로 남을 수 있었다. 그는 여기서 벌어들인 재산을 바탕으로 물산장려운동, 신간회, 조선어학회를 후원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일제강점기의 한옥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또한 북촌의 매력이다. 

 

헌법재판소 마당에는 천연기념물 제8호 ‘서울 재동 백송’이 자리하고 있다. 추정 나이는 600살 이상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북촌의 외곽에 자리잡은 헌법재판소 마당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서울 재동 백송’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로 조선 시대에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가져다 심은 것이란다. 나무 껍질이 커다란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흰빛이 나기 때문에 백송 혹은 백골송(白骨松)으로 불린단다. 서울 재동 백송의 추정 나이는 600살 이상. 한양이 조선의 새로운 수도가 되어 북촌에 고관대작들이 살기 시작할 무렵이니 북촌의 역사를 줄곧 함께한 산 증인이라 부를 만하다. 

 

<여행메모> 


북촌한옥마을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일대

△문의: 02-2148-4160

△이용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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