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이 지인 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모임을 가진 뒤 만찬을 열자, “청와대 모임은 공무지만, 만찬은 집합금지 위반”이라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 데는 이를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한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씨는 13일 서울 서소문로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홀로 식사를 하러 갔다. A 씨가 키오스크를 통해 햄버거를 주문하는 동안, 옆 키오스크에는 다수의 사람이 몰려와 6개의 메뉴를 주문했다. A 씨가 착석하고 보니 그들 6명은 일행이었다. 명백한 집합금지 위반이었다. 그러나 혼잡한 점심시간이라 직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직원은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방문 인증 해주세요”라고 외치기 바빴다.
젊은 여성 4명과 중년 남성 2명인 이들은 모여 앉았다. 회사 동료로 보였다. 다만 주위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테이블을 붙이지 않고 2명씩 온 것처럼 앉았다. 그러나 테이블 간 거리는 30cm 정도로 6명이 앉아 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도 이들은 식사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눴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 남성은 음료가 나오기 전부터 마스크도 벗고 쉴 새 없이 얘기를 했다. 방역수칙을 아예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A 씨는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사진을 찍고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으로 신고했다. 신고 후 30분이 지난 뒤인 오후 1시 55분에 “귀하가 접수하신 민원은 [중구](으)로 분배되었습니다”라는 서울시의 문자가 수신됐다. 오후 5시 53분에는 “귀하가 신청하신 민원은 [중구]에서 [2021년 04월 20일]까지 처리 예정입니다. 문의처: 중구 보건소 보건위생과(02-3396-XXXX)”라는 문자가 추가로 수신됐다.
그러나 6일 뒤인 19일 오후 6시 8분 “귀하가 신청하신 민원은 추가 검토기간이 필요하여 처리리간이 [2021년 04월 27일]까지 연장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장사유: 식품접객업소 방역수칙관련 민원 급증으로 처리기한 연장. 문의처: 서울특별시 중구 보건소 보건위생과(023396XXXX)”라는 문자가 수신됐다. 애초 지정한 처리기한 하루를 앞두고 다시 일주일을 연장한 것이다.
A 씨는 이틀 뒤인 21일 “귀하가 신청하신 민원에 대한 답변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답변은 기대한 것과 달랐다. “담당자가 2021. 4. 20 15:00 해당업소를 현장 방문하여 민원내용 고지 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및 핵심방역수칙 준수에 대해 점검 후 적발된 사항에 대하여 행정처분 진행중임을 알려드립니다. 재차 민원발생하지 않도록 본 부서에서도 세심히 관리토록 하겠습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애꿎은 가게만 행정처분을 한다는 것이었다. 납득이 되지 않은 A 씨가 문자를 보낸 중구 보건소 보건위생과에 전화하니 “현장에서 적발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가 “점심시간이라 종업원들이 바빠서 일일이 집합금지를 감시하기 어려운데, 어긴 사람을 처벌해야지 왜 애꿎은 가게를 처벌하냐”고 따지자, 보건소 담당자는 “직원 5명이 중구 전체의 방역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일이 밀려서 현장 적발이 어렵다. 우리가 매일 외부로 다니며 집합금지 위반이 발견되면 적발하지만, 모든 신고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A 씨가 “영수증과 CCTV로 확인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보건소 담당자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확진자가 아닌 이상 개인정보로 동선을 추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가 “그럼 집합금지 위반자는 처벌을 못 하냐”고 물으니, 보건소 담당자는 “현장 적발을 하려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알려줬다. 집합금지는 방역법 위반이므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이 정도 사안을 경찰에 신고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A 씨는 “모두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불편함을 참고 있는데, 뻔뻔하게 대놓고 이를 어긴 사람을 처벌할 수가 없다니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신고해도 가게만 처벌된다면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누가 지키려 하겠는가.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돼 있던 직원도 줄이는 판인데, 방역만을 위해 직원 한 명을 둘 수도 없지 않나. 자영업자들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니 자영업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처분을 받은 매장의 본사는 이에 대해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내 안전 수칙 포스터 부착, 식사 제외 시 마스크 필수 착용 안내 방송 고지 및 매장 상황 모니터링 등 전 매장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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