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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금은 '라방' 시대, 남대문시장에도 떴다

매장서 제품 소개하며 질문 답변…코로나로 힘든 시장 상인들도 적극 지원

2021.04.27(Tue) 13:22:46

[비즈한국] “지짐이 원단이라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어요. 좀 전에 보여드린 바지와 매치 하시면 정말 예뻐요. 키 120cm에 몸무게 24kg이요? XXL 사이즈 선택하시면 잘 맞아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 진행 중인 아동복 쇼핑 방송. 진행자는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하나씩 화면에 비추며 설명을 이어갔다. 실시간으로 화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댓글로 가격, 사이즈 등의 정보를 물었고, 진행자는 곧바로 답변했다. 한 시청자가 구매 의사를 밝히자 진행자는 노트에 구매자의 아이디와 주문 상품을 적었다. 오전 11시 시작해 2시간 후 마무리된 이 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는 300명 이상이다.

 

지난 23일 찾은 남대문시장의 한 아동복 상가. 한창 붐빌 시간인 낮 12시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한산한 남대문 아동복 상가, 상인들 “대목인데 이게 뭐냐” 한숨 

 

개인 SNS,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등에서는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을 찾은 진행자를 통해 시장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일명 ‘시장 방송’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발품 파는 맛’으로 여겨지던 시장 쇼핑을 집에서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3일 찾은 남대문시장의 한 아동복 상가. 매장마다 ‘세일’ 푯말이 경쟁하듯 붙어있다. 보통 한 계절 앞서 신상품이 출시되는 남대문의 특성상 지금 입기 좋은 봄옷들이 세일 상품으로 쌓여 있다. 막 나오기 시작하는 여름 신상품도 가득하다. 세일 상품과 신상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요즘 같은 때가 남대문시장의 대목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상가는 한산했다.

 

아동복 상가의 한 상인은 “예전 같았으면 손님이 미어터질 시기다. 사람이 너무 많아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오전 내 거의 손님을 받지 못했다는 다른 상인도 “대목인데 이게 뭐냐”며 한숨지었다. 

 

남대문시장은 아동복 관련 매장이 1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아동복의 메카다. 인터넷 쇼핑몰의 인기상품 대부분이 이곳 ‘남대문 시장표’다. 도매뿐만 아니라 소매판매도 함께해 낮장사의 주고객은 아이들 옷을 구매하러 나오는 엄마들이다. 그래서 코로나19의 타격이 더욱 컸다는 설명이다. 

 

상인 A 씨는 “엄마들이 아이들 유치원, 학교 보내놓고 쇼핑 온다. 하원·하교 전에 돌아가야 해 보통 오전 11시부터 1시 정도까지만 반짝 붐빈다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로 등원, 등교를 못 하니 엄마들도 나올 수가 없어 손님이 끊겼다. 학교를 다시 보낼 수 있게 된 최근에 조금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매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한 개인 판매자의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코로나19로 시장 못 나오는 고객들, ‘라방’ 시청하며 실시간 구매  

 

손님이 줄어 한산해진 매장 곳곳에서는 삼각대를 놓고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하는 판매자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 힘든 고객들은 라방을 통해 옷을 산다. 개인 판매자들이 남대문시장을 대신 방문해 매장의 상품을 보여주면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주문하는 식이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의 주문량을 취합한 뒤 개인 판매자는 곧바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택배 발송한다.

 

남대문시장의 상인은 “최근 들어 개인마켓을 진행한다는 사업자 방문이 크게 늘었다. 직접 와서 방송하면서 판매를 한다. 주문량이 꽤 많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개인판매자는 “라방으로 판매한 지 2개월 정도 됐다. 하루 2회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마다 평균 시청자 수가 30~40명 정도이고 많을 때는 100명 이상도 몰린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대상으로 라방을 진행하는 개인판매자도 찾아볼 수 있다. 상가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SNS 라방으로 시청자들에게 아동복 상품을 보여주며 주문을 받았다. 그는 매장에 비치된 책자를 뒤적이며 원하는 상품을 손으로 가리켰고, 상인이 제품을 꺼내주면 방송에 소개했다. 

 

라방으로 판매하는 물량이 늘다 보니 시장 상인들도 방송 지원에 적극적이다. 개인판매자가 물건을 판매하기 쉽도록 가격표와 제품명 등을 종이에 정리해 보여주기도 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판매자와 라방을 처음 진행했다는 한 상인은 “요즘은 새로운 판매방식이 생겨 놀랍다. 손님이 주는 추세인데 이렇게라도 판매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만족도는 높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윤 아무개 씨​(34) 는 “아동복은 인터넷으로 사면 사이즈 선택에 실패하는 때도 많고, 물량 부족으로 배송이 기약 없이 늦어질 때도 많다”며 “라방으로 사면 사이즈나 재질 등을 바로 물어보며 사서 실패가 적고, 실시간으로 물량도 확인하니 바로 배송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 남대문시장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 판매자들의 방송. 사진=그립 캡처

 

#지자체·농가·출판사도…위축된 오프라인 소비의 대안 될까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지난해 9월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를 3조 원 규모로 추정했다. 2023년까지는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위축된 오프라인 소비에 어려움을 겪던 업체들 사이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지방 지자체들은 라이브 커머스로 특산물 판매를 이어가고 있고, 농산물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도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를 개설하는 추세다. 

 

서점 고객이 줄며 어려움을 겪던 출판사, 동네 책방들도 ‘책방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고, 중고차, 호텔 상품권 등도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라이브 커머스는 쌍방향 소통에 재미까지 더해져 고객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라방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간, 장소 등의 제약으로 접근성이 떨어졌던 시장, 지방, 중소기업체 등은 라이브 커머스가 잠재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창의적이고 풍부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하면서 방송 진행자가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도록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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