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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1도 모르고…' 암호화폐 과세 방침에 불만 들끓는 이유

해외 구매 후 국내 전송 시 적발 못하는 등 헛점…"주식처럼 생각" 정부 시각 비판

2021.04.26(Mon) 12:08:37

[비즈한국]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정부가 단속에 나섰다. 무분별한 거래를 조장하는 거래소를 단속하는 한편, 내년부터 암호화폐로 얻은 소득에 과세를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세 방침이 1차원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암호화폐를 기존 ‘주식’처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암호화폐로 얻은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다. 사진=박정훈 기자

 

#22% 양도차익 과세…‘양도차익’ 어떻게 계산?

 

기획재정부는 일단 내년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양도차익의 22%를 과세하겠다는 계획이다.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로또 당첨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 세율로 분리과세(기본 공제 금액 250만 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타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퇴직·양도소득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득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일시적인 불로소득의 성격이 강한데, 로또 등 복권 당첨금이나 상금,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은 물론 도박 등 사행 행위로 번 돈이 기타 소득에 해당한다. 정부의 판단은 국제회계기준과 국내 소득세 과세 체계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국제회계기준상 암호화폐는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취급되고, 우리 세법은 상표권 등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 이는 암호화폐를 ‘실체가 없는 자산’이자 ‘내재가치가 없다’고 보는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과세 정책에 대해 ‘코인을 1도 모르고 내놓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암호화폐를 기존 ‘주식’처럼 바라보고 규제에만 방점을 찍고 접근하다 보니 내놓는 무리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암호화폐 관련 법조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해 국내 거래소에서 ‘전자지갑’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데, 해외 거래소에서 얼마에 구매했는지 정부가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냐”며 “과세의 시작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는지 그 차익을 확인하는 것인데 코인 시장은 그 부분이 주식시장과 완전 다르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암호화폐 투자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사서 이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지갑으로 옮긴 뒤 원화로 팔아 수수료를 제외한 시세 차액을 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거주자와 비거주자가 이달 들어 13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9759만 7000달러(약 109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 929만 3000달러의 10배, 지난 3월 송금액 1350만 4000달러의 7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들에 비해 암호화폐 가격이 10~15% 이상 비싸게 거래되는, 한국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었을 때 안정적으로 이득을 보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하다 보니 중국 자금들이 한국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곤 했는데, 최근 송금이 폭증한 시기가 ‘암호화폐 급등 및 한국 프리미엄’이 두드러진 시기와 겹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와 관련 있다는 설명이다.​ 

 

#과세 방법이 금융투자소득과 유사

 

채굴로 암호화폐를 확보하는 경우에도 과세의 빈틈이 발생한다. 비트코인 등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직접 채굴해 확보한 암호화폐를 처분해 이득을 얻는다. 이때, 발생한 채굴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빈틈이 발생한다. 끊임없이 이뤄지는 채굴의 특성상, 코인이 생성된 일자와 양을 일일이 확인해 ‘금전적 가치’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판이다. 

 

금융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코인을 보통의 주식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구조가 너무나도 달라서 법적으로 빈틈이 많이 발생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암호화폐를 통상의 금융상품 중 하나 정도로만 바라보고 과세 및 통제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 부문장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세법 개정안의 평가 및 개선 방안’ 논문에서 “정부는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할 예정이지만, 과세 방법은 금융투자소득과 너무나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암호상화폐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판매가-구매가=차익’이라고 확인하기도 어렵고 해외 등을 통해 빠져나갈 구멍도 너무 많다”며 “전자지갑을 통한 비자금 및 뇌물 범죄 등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시각이 안일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반발에 과세 미뤄지나 

 

당장 투자자들은 정부의 과세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암호화폐 세금의 공제 금액을 증액해주시고 과세 적용 기간을 더 미뤄달라’는 글이 올라와 26일 오전 11시 25분 현재 4만 6256명의 동의를 얻었다. 기본 공제액을 250만 원이 아니라 5000만 원(주식 등 금융투자 소득 기준)으로 올리고, 과세도 더 늦춰달라는 요청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암호화폐 세금의 공제 금액을 증액해주시고 과세 적용 기간을 더 미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민심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권도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암호화폐(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여권에서도 ‘과세 유예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자문 경험이 있는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당장의 2030 암호화폐 투자자들 표를 얻기 위한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또 묻지마 투자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투자자들을 최대한 보호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블록체인의 기술을 이해하고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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