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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짜리 방을 40만 원에? 대학가 '자취방 양도' 괜찮을까

코로나로 비대면수업 늘면서 전대차 늘어…계약서 없이 거래돼 피해 우려도

2021.04.23(Fri) 16:44:23

[비즈한국] 충북 보은 출신의 이 아무개 씨(23)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서울 자취방을 찾던 이 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원룸 단기임대’를 접했다. ‘직방’이나 ‘다방’ 등 부동산 거래 앱을 보는 것처럼 다양한 방이 올라와 있었다. 며칠을 들여다보다 이내 한 곳을 골라 연락처를 남겼다. 이 씨는 “드물게 나오는 분리형 원룸이라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방을 내놓은 A 씨는 “갑작스레 휴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은 자취방 계약기간이 길어 해지하기는 어렵고, 같은 학교 학생에게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 원에 넘긴다는 것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전자제품이 갖춰진 ‘풀 옵션’ 방이었다. 양도 절차는 간단했다. 서로의 학과와 학번, 이름 등 기본적인 정보를 교류하고, 다달이 입금할 계좌번호를 전달 받았다. 이 씨는 “같은 학교 학생인데 설마 사기라도 칠까 싶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비대면수업이 늘면서 대학가에서 임차인 간 원룸 임대계약(일명 자취방 양도)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한 달쯤 살던 이 씨는 우연히 아래층에 살던 집주인과 대화하다 모르던 사실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월세는 30만 원이었던 것. 게다가 임대인은 도시가스비와 전기세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로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이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락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나마 학과와 이름을 아는 것이 다행이었다. 결국 인맥을 통해 연락이 닿은 A 씨에게 따질 수 있었다. A 씨는 “보증금 대신에 월세 10만 원을 가산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 씨와도, 집주인과도 협의된 내용이 아니었다. 이 씨는 “커뮤니티에 알린다고 하니까 비용을 바로잡아줬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취방 양도’ 관련 글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자취방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실제 서울의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는 1~2월 자취방 양도와 관련된 글이 20여 건 이상 올라와 있었다. 학기가 시작된 3~4월에도 관련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자취방 거래의 이유는 주로 취업, 휴학, 입대 등이다. 관련 정보만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도 운영된다. 이 씨처럼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 거래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도 한다. 대전 출신의 김 아무개 씨(25)는 3학기째 서로 다른 3개의 집에서 살았다. 김 씨는 “서울에서 계속 살 생각이 없어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거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자취방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본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취방에 살지 않으면서 월세만 납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원균 홍보과장은 “지방 출신 학생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은 다음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 거절하거나 보증금에서 차감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본가로 두기 위해 단기임대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 출신의 채 아무개 씨(28)는 취업준비 기간 동안 단기임대를 통해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채 씨는 “부모님 주택 청약에 더 유리하다고 해서 굳이 주소를 옮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학생 간 자취방 양도는 구두계약이 많다. 이 씨처럼 간단히 정보만 주고받는 정도다. 이와 관련,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동의를 명문화하기 위해 전대차계약이 필요하지만, 대학생들끼린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할 시 문제 발생의 여지가 크다. 전대인이 보증금을 ‘뻥튀기’ 할 수도 있고, 자취방 수리비용을 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원균 홍보과장은 “임대인의 동의나 전대차계약서가 없을 경우 민사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사후 문제에 방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분별한 자취방 양도가 임대차계약관계를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류상 임차인과 실거주자가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 임차인이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등 지자체의 임대료 지원정책을 부정 수급할 여지도 존재한다. 자취방을 양도한 대학생이 실제로는 본가에 거주하면서 월세 지원의 혜택까지 받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원균 홍보과장은 “6월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가 전대차 거래를 필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욱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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