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백신 수급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도입 가능성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다른 나라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라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스푸트니크V를 공개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사에서 백신을 위탁생산 중이라 스푸트니크V 국내 도입이 확정되면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으리라 보이는 가운데 도입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세계 최초 백신 ‘스푸트니크V’ 왜 이제서야 주목받나
구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이름을 딴 스푸트니크V는 2020년 8월 등장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면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맹물 의혹’이 일었다. 임상2상만으로 허가된 백신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임상시험 규모가 턱없이 작은 게 문제시됐다. 지난해 9월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공개된 임상1, 2상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팀은 6~8월 러시아에서 18~60세의 성인 76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중증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고 임상시험 참여자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상시험 대상자 추적 관찰 기간이 42일에 불과했고, 시험 대상자에 플라시보(위약) 접종군이 포함되지 않아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다 스푸크니크V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다. 임상3상 결과가 랜싯에 등재되면서다. 해당 임상시험은 지난해 9~11월 만 18세 이상 2만 19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백신 효과는 91.6%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2144명에게는 91.8%의 효과를 보였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스푸트니크V 개발을 담당하는 러시아국부펀드(RDIF)는 접종자 380만 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효과가 97.6%였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저렴하고 효과도 뒤지지 않지만…
스푸트니크V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이다. 인간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벡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해서 면역반응을 끌어낸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접종자 중 혈전이 생긴 사례가 나오면서 스푸크니크V에 대해서도 혈전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게 단점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지 않은 러시아 자체 개발 백신이라는 점도 선뜻 도입하기 어려운 점이다. 지금까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은 EMA 승인을 받았다. FDA는 이들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하고 모두 승인을 내줬다.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FDA와 EMA 어느 곳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국내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얀센 백신 사용을 허가한 상태다.
장점도 있다. 스푸트니크V의 예방 효과는 91.6%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뛰어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3상 결과 평균 79% 효과를 나타냈다. 스푸트니크V는 임상3상에서 각각 95%, 94.1% 효과를 보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견줄 만하다. ‘편리한 유통’도 강점이다. 스푸트니크V는 섭씨 2~8도에서 보관하면 된다.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은 영상 2~8도 정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영하 70도와 영하 20도 정도로 보관해야 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스푸트니크V는 두 번 접종이 필요한데 1회 접종 비용은 10달러(약 1만 1190원) 이하다. 1회 접종 가격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4달러)보다 다소 비싸지만, 노바백스(16달러), 화이자(20달러), 모더나(25~37달러) 백신보다는 저렴하다. 얀센 백신은 스푸트니크V와 동일하게 1회 접종비가 10달러지만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이르면 다음 달 나올 EMA 결과가 관건일 듯
현재 러시아와 헝가리, 인도 등 전 세계 60여 개국이 스푸트니크V를 승인했다. 아직 EMA 승인은 받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스푸트니크V 계약을 체결한 EU(유럽연합) 회원국도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이 스푸트니크V를 주문했고 헝가리는 접종을 시작했다. 그리스는 스푸트니크V를 유럽 백신과 동등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체코·독일 등은 스푸트니크V를 공급받으려 시도하고 있는데 EMA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은 후 백신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보건당국 역시 EMA 승인 여부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에 단기간에 도입되기는 굉장히 어렵다. EMA 승인 이전에 정부의 허가 가능성은 낮다. 아직 안전성을 평가할 데이터가 많지 않아 EMA 승인 이후 사용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공급을 통해 2분기와 3분기 초반 숨통을 얼마나 틔워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적재적소에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월 EMA에 스푸트니크V 승인을 신청했고, EMA는 4월 초 심사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상반기 중 백신 승인을 기대한다.
만약 국내 승인이 확정되면 RDIF 측과 유리한 조건에서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기업 두 곳이 스푸트니크V의 CMO(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5월부터 국내 위탁생산 물량이 전량 수출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 시설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백신 물량을 좀 더 요구하는 등의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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