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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원 내면 540만 원 준다고?" 마스크 폰지사기 주의보

허위 계약서 만들어 투자자 모집…경찰 신고했지만 피해자 없어 수사 진행 안돼

2021.04.21(Wed) 18:21:25

[비즈한국] 코로나19 확산 이후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활용한 ‘폰지 사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브로커들이 거액의 마스크 계약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 계약 내용이 터무니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는 늘어나는 것으로 보여 향후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필수품이 된 마스크로 폰지 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즈한국은 지난해 ‘'1000억 장 발주?' 마스크 대란 이후 사기 브로커 판 친다’ 기사 보도 이후 제보자 A 씨로부터 추가 제보를 받았다. A 씨는 “당시 마스크 브로커들이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구매자와 공장을 찾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소개자로 실제 계약 과정에 참여해보니 이들은 실제 계약 성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들이 수익을 내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고 알렸다.

 

A 씨는 “브로커는 일단 구매 희망자와 제조업체로부터 계약 이행서에 직인을 받는다. 실제 계약 전에 어느 업체가 직인을 찍어 줄까 싶겠지만, 브로커들은 ‘이 계약이 진실임을 담보하는 의미로 5000만 원을 선입금하겠다. 대신 업체 정보에 허위 사실이 존재할 경우 이 금액의 2~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업체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직인을 받은 후 여러 핑계를 대며 약속한 선입금을 미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브로커들은 직인이 찍힌 계약 이행서를 스캔해둔 뒤 여러 업체에 이를 이용하는 것 같다. 다른 업체들은 무조건 브로커들이 미리 직인을 받아둔 계약 이행서에 직인을 찍어야 한다. 내가 ‘스캔 파일 화질이 좋지 않아 새로 계약서를 작성해 보내주겠다’고 요청했는데, ‘우리가 다 준비해놓은 상황인데 왜 일을 벌이냐’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후 A 씨는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지인 B 씨를 브로커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보냈다. B 씨는 마스크 업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B 씨는 “서류도 보낼 만큼 보낸 상황이고 시기상 계약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러나 계약 얘기는 안 하고 핑계만 대더라.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에 사기꾼이라는 확신이 섰다. 결국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이 업체가 사기라고 의심됐던 부분이 한 가지 더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건물 엘리베이터에 나 말고도 50~60대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들이 가득했다. 모두 같은 층에서 내렸고, 같은 사무실로 향했다. 나는 계약 성사를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그들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업체 직원은 그 사람들을 앉혀놓고 그들에게 마스크 공장 현장 동영상과 업체들의 직인이 찍힌 계약 이행서를 보여주며 투자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늘어난 수요와 공급만큼 이를 미끼로 한몫 챙기려는 브로커들도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B 씨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계약 이행서와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이른바 ‘폰지 사기’에 악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비즈한국은 21일 사실 확인을 위해 제보에 등장하는 사무실을 찾았다. 건물 주변 길거리에는 이상하리만큼 중년 여성들이 많았다.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마스크 투자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한 여성은 “지금은 투자자 모집 안 한다. 금액 모금이 완료됐다. 기계를 추가로 들여 투자자를 더 모집하려고 했으나, 고금리로 수익금을 주면서 무리해서 투자자를 모집할 필요는 없었다고 하더라. 5월이나 돼야 다시 투자자 모집을 시작할 것”이라며 돌아가라고 했다. 

 

투자 방식에 관해 묻자 그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50만 원이나 3300만 원을 납입하는 방법이 있다. 금액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다. 150만 원의 경우 매주 10만 원씩 수익금을 준다. 그렇게 받는 돈은 연간 약 540만 원 정도 된다. 원금 손실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이 돼 있으며, 실제로 수익도 발생하고 있다. 추가로 마스크 1000장을 선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사는 수출 위주로 영업을 하는 회사다. 현재 4년 치 주문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량에 비해 마스크 제작 기계가 부족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거다. 회사의 비전을 듣고는 20억 원까지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A 씨는 “처음에는 계약금을 받고 잠적하거나, 계약을 미끼로 중국산 마스크 기계를 팔기 위해서 브로커들이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줄로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선량한 시민들까지 끌어들여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브로커들이 이 곳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가 없으면 수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투자자들이 브로커들의 악랄한 행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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