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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자 찾는다고 상호 노출' 자영업자들이 K방역에 분노한 까닭

매출 급락했는데 보상 없어, 폐업 절차…지원대상은 매출 기준, 이익 높은 배달전문점이 혜택

2021.04.20(Tue) 16:44:56

[비즈한국]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활동과 소비가 줄며 매출 급감을 겪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업장 1545곳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53.1%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및 지자체가 사업장의 단순 매출액으로만 지원기준을 정해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밀접접촉자 찾습니다’ 재난문자에 이름 오르내리니 손님 뚝, 보상은 없어

 

경기도 화성시에서 A 초밥전문점을 운영하던 B 씨. A 초밥전문점은 지역 내 맛집으로 소문난 곳으로 30평 남짓 매장에는 늘 손님이 북적였다. 평일에도 대기 손님이 30~40팀, 주말에는 70팀까지 줄을 이었고 월 매출이 1억 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여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뒤 분위기는 반전됐다. 현재 A 초밥전문점은 경영난에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6월 21일 A 초밥전문점에서 식사한 손님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됐다. 그런데 확진자 옆에 앉았던 밀접접촉자가 무기명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며 신원 파악이 어려워졌다. 감염병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화성시에서는 A 초밥전문점 상호를 명시하며 접촉자를 찾는다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인터넷 언론사에 기사를 게재하며 접촉자 찾기에 적극 나섰다. 실시간 검색어에 초밥전문점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A 초밥전문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며 밀접접촉자를 찾기 위한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후 A 초밥전문점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다행히 재난문자 발송 후 하루 만에 밀접접촉자를 찾았다. 하지만 A 초밥전문점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졌다. B 씨는 “실시간 검색어 5위권 안에 상호가 올라가고 맘카페에는 우리 매장에 대한 글이 줄을 이었다”며 “사업주인 나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식당명을 재난문자와 기사 등에 노출했다. 아무리 방역에 집중한다 해도 이런 부분은 사업주 동의를 얻고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항의해도 ‘방역지침에 따를 뿐’이라는 답만 돌아왔다”라며 한탄했다. 

 

밀접접촉자를 찾은 뒤 뒷수습도 온전히 B 씨의 몫이었다. 그는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마다 댓글로 ‘밀접접촉자를 찾았다’는 소식을 알리며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인터넷 언론사마다 연락해 ‘밀접접촉자를 찾았으니 기사를 내려달라’고 사정했다. 

 

그렇게 겨우 수습하고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B 씨는 “이미 지역에 소문이 퍼져 확진자가 다녀가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며 “가게 이름을 동의도 없이 사용하고 잘되는 가게를 한순간에 망가뜨렸으면 일정 부분이라도 보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폐업해도 지원금 없는데, 매출 오른 배달전문점은 지원금 받는 이유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통해 집합금지·영업제한·일반업종에 대해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집합금지·영업제한 등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한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금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는 기준에 적합할 때만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매출 10억~120억 원 이하(음식·숙박 10억, 도소매 50억, 제조 120억 등), 상시 근로자 5인 이하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B 씨처럼 연매출 10억 원 이상, 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할 경우 소상공인에서 제외된다. 

 

화성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31개 지자체가 대부분 집합금지, 영업제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중점적으로 한다”며 “큰 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현재로선 없다. 규모가 크고 잘되는 곳보다 소상공인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 씨는 “월매출이 1억 원이라면 대박집이라고 생각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임대료, 인건비로만 월 4000만 원의 고정 비용이 나가고 세금,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이 몇백만 원 수준”이라며 “1년간 장사하며 손에 쥔 돈이 1000만 원 정도다. 빚만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자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금 정책이 자영업자의 속사정은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단순 매출액으로만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화성시의 한 배달전문점은 평균 월매출 3000만 원, 영업이익 2000만 원을 내고 있다. A 초밥전문점이 매출액이 많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할 때도 배달전문점은 꼬박꼬박 지원금을 받아왔다. 배달업소의 특성상 손님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 코로나19의 타격이 적은 업종임에도 단순 매출 기준으로는 지원금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최승재, 김성원, 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급 중인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 플러스’에 대한 자영업자의 불만도 비슷한 맥락이다. 3월 29일부터 1차 신속지급을 시작한 버팀목자금 플러스는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해 문제가 됐다. 2020년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제외된 사업장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에서는 2019년 상하반기와 2020년 상하반기 등 반기별 비교로 매출감소 사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상하반기 중 한 번이라도 매출이 감소하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상공인의 반발은 거세다. 2019년 하반기 개업한 자영업자는 개업 직후의 매출이 1년 후인 2020년 하반기 매출보다 높은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대부분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9년 하반기 창업한 한 자영업자는 “방역을 위해 똑같이 영업제한을 하면서 지원금은 왜 선별 지급하나”라며 “매출이 소폭 오른 건 오픈 시간을 앞당기고 배달앱 광고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이익은 오히려 줄었는데 지원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열심히 일한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업이익 관련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으며 그건 개인의 영업사항이다. 경영상의 이윤 정도(영업이익률)는 개인의 경영판단이지 정부의 행정조치로 발생하는 부분은 아니지 않나”라며 “버팀목자금플러스의 핵심은 영업제한으로 인한 사업자의 일부 손실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하반기에 사업장을 열고도 지원금을 받은 사업주도 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한 분들의 상당수는 2019년 하반기 매출을 연간으로 환산한 것보다 2020년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분들까지 지급해야한다면 전체 지급으로 가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손실보상제 소급 등이 결정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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