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능력 있는 작가를 찾아내 홍보하고 전시까지 이어지는 명실상부한 미술가 응원 기획은 이제 미술계로부터 본격적인 작가 발굴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번의 시즌 동안 140여 명의 작가가 이 프로젝트에 소개됐고, 상당수 작가가 화단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KAUP)’라는 그룹을 결성, 활동을 시작해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아직 터널 속에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구를 향한 자그마한 빛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생각이 자라나는 머릿속을 그릴 수 있을까. 20세기 초 이탈리아 작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는 이런 엉뚱한 아이디어를 회화로 실현해 서양미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를 ‘형이상학적 회화’라고 부르는데 당시 새로운 예술운동의 멘토로 꼽혔던 기욤 아폴리네르가 붙여준 말이다.
키리코는 고대 유적이 있는 유럽의 어느 도시 광장 풍경으로 머릿속 공간을 표현했다. 유년기를 보냈던 도시의 기억이 잠재의식으로 남아 있던 영상에서 착상했다고 한다. 도시 공간을 통해 생각이 자라나고 담기는 뇌의 어느 부분을 구체적 형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다.
전통 수묵화를 그려온 김유경도 키리코와 같은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내 주목받는 작가다. 그는 동양회화의 기본 사상을 빌어 머릿속 공간을 그려낸다. 예부터 동양회화에서 최고의 목표를 삼았던 것 중 하나가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기운’을 그려내는 일이었다.
자연을 움직이는 힘인데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해왔다. 동양에서는 ‘기운’으로 산수화 속에 담았고, 서양은 낭만주의 풍경화에다 ‘에너지’로 품어냈다. 그런데 기운과 에너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짚어가는 곳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그 차이가 풍경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다른 눈이다.
동양인이 바라본 풍경 속의 기운에는 감성적 코드가 숨어 있다. 장관을 연출하는 산세나 구름, 바람, 비 혹은 눈에다 인성적 요소를 덧붙인다는 것이다. 즉 살아 있는 생명체로 자연을 대하는 것인데, 그래서 산신령 같은 이미지도 생기게 되었다. 자연을 이렇게 표현하다 보니 2000여 년 넘게 산수화가 빛을 잃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김유경도 자신이 보아온 풍경을 그린다. 마음속에 새긴 풍경을 그리는데, 여기에 기억이라는 인성적 코드를 덧붙인다. 풍경을 머릿속에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흩어지는 생각의 흔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전통수묵 기법인 먹으로만 그린다. 그런데 서양화 기본 재료인 연필이나 목탄 혹은 콩테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작가가 개발한 기법인 동시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아낸 표현 어법인 셈이다. 그는 아무런 밑그림 없이 맨 화선지 위에 먹의 농도를 조절하는 수많은 점으로 그리기 시작해 완성까지 이뤄낸다. 이 기법 자체가 김유경이 생각을 그려내는 방법이다.
우리는 어떤 풍경을 보고 마음속에 새긴다. 자신만의 독자적 사건이 녹아든 풍경이라면 더욱 깊게 마음속에 남을 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속 잔상은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김유경 회화는 생각이 증발해버리는 순간을 수많은 먹 점으로 화면에다 옮기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이 자신이 경험해 쌓아온 기억의 집합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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