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도 금융회사들의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 낙하산 인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회사 입성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평가 외에 이들의 피감기관행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상존하고 있다.
올해도 많은 금융회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금감원 고위직 출신을 영입했다. 특히 KB금융 그룹의 경우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 전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선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이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서 전 부원장은 금감원을 산하기관으로 관할하는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진웅섭 전 금감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진 전 원장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을 지냈고 2014년 2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발탁된 후 같은 해 11월 10대 금융감독원 원장에 취임했다.
증권업계도 예외는 없다. 삼성증권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임 전 위원장은 금감원 재직 경험은 없지만 이번 금융권 주총 시즌에서 영입된 금융관료 출신 중 최대 거물급 인사로 꼽힌다. 그는 기획재정부 제 1차관,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에 이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KB증권은 민병현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금융투자감독과 검사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현대차증권은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전 국장은 2011년 금감원에서 퇴임한 후 안진회계법인 상근고문, 하이투자증권 감사총괄 등을 거쳤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신임 사외이사로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낸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KB손해보험도 서경환 전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을 감사총괄로 신규 선임했다. 서 전 국장은 금감원에서 퇴직한 후 2015년부터 손해보험사들의 이권단체인 손해보험협회 전무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1개월만에 보험사로 재취업했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은 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 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강 전 사장은 보험개발원 원장을 역임한 후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와 메리츠화재를 거쳐 3개월만에 푸르덴셜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2016~2020년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금감원 퇴직 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취업한 4급 이상 직원은 총 79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금융권으로 이동한 퇴직자는 54명에 달했다.
특히 금융권에 재취업 한 금감원 출신 인사는 지난해 유독 크게 늘었다. 2018년 10명, 2019년 13명에 머물렀지만 작년엔 두 배 이상 급증한 31명이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지난해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절차를 본격화했던 한 해였다. 이런 점에서 조사 대상에 오른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움직임에 대한 정보 입수와 영향력 행사를 위한 ‘방패막이’ 목적으로 금감원 출신 채용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회사 재취업으로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지만 해당 금융사나 임직원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약 16.4% 줄어든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은 3년간 금융회사가 아닌 곳에서 활동한 후 금융권으로 재영입되는 사례들이 대다수다.
익명의 금감원 관계자들은 “금감원 고위간부 출신이 피감 금융회사에 재직하고 있다면 감사나 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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