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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주선 데이팅 앱, 불륜 조장 키워드 방치하는 속내

기혼 이용자 매출 높다보니 의도적 방치 의혹…데이팅 앱 사용, 이혼사유 문의 급증

2021.04.13(Tue) 17:38:42

[비즈한국] “당당하게 married(기혼), fwb(Friends with Benefit·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끔 성관계를 맺는 친구)를 프로필에 적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벗은 몸이나 성적 취향을 나타낸 사진도 자주 보인다. 불쾌해져 신고하려고 보니 신고 항목에 ‘기혼자’ 체크 사항이 없어 기타 항목을 선택해야 했다. ‘애초에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 건가’ 싶어서 더욱 기분이 나빴다.”

 

일부 데이팅앱이 기혼 여부를 따지지 않다보니 불륜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틴더 SNS

 

비대면 흐름을 타고 급성장 중인 일부 데이팅 앱을 통해 노골적으로 불륜 상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일부 앱이 기혼자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불륜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팅 앱과 소셜 디스커버리 앱은 분류해야 한다”면서 “기혼자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건 곧 매출 감소로 연결된다”고 증언했다. 

 

#‘부담 없는 동네친구 만드세요’…기혼자도?

 

업계에 따르면 데이팅 앱 시장은 2015년 500억 규모에서 2019년 약 2000억 시장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성장세에 힘이 붙었다. 데이팅 앱에 돈을 쓰는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은 데이팅 앱에 약 830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혼자는 애초에 데이팅 앱 이용 대상자가 아니다. 인기 데이팅 앱 ‘정오의데이트’ 이용약관에 따르면 ‘교제하는 이성이 있거나 기혼자임이 확인되는 경우’는 회사가 가입 신청을 승낙하지 않거나 사후에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의 줄임말인 데이팅 앱 ‘아만다’ 또한 이용약관을 통해 ‘교제 중인 이성이 있거나, 결혼을 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회원이 될 수 없다고 안내한다. 

 

제보자가 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를 사용하다가 확인한 부정 목적 이용자들. 프로필에 기혼자임을 스스럼없이 밝히거나, ‘fwb’라고 적어놓았다. 사진=제보자 제공

 

하지만 ‘부담 없는’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광고하는 앱은 다르다. 이용약관과 도움말, 신고 사항 등 어디에서도 기혼자의 이용을 제재하는 내용은 없다. ‘애인보다 친구를 만드는 어플’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는 ‘위피’의 경우 회원 제재 사항에 직접적으로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성적 또는 음란물, 성매매를 요구하거나 유인하는 행위 등 공서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의 정보, 문장, 도형 등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명시했다. 글로벌 소셜 디스커버리 앱 ‘틴더’의 이용약관 또한 기혼자의 이용을 제재하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목적과 상관없이 기혼자가 노골적으로 결혼 여부를 묻거나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23살 여성 A 씨는 “데이팅 앱은 연인을 만들기 위해 이용하기도 하지만 동네 친구를 만들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목적 다 기혼자를 포함하진 않는다. 동네 친구를 만들기 좋다고 홍보하는 앱들은 특히 이런 부분을 제재하지 않다 보니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기혼자임을 밝히고 만나자는 쪽지가 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9세 남성 B 씨도 “데이팅 앱을 꾸준히 이용해왔는데, 확실히 틴더와 같이 동네 친구를 만나는 취지의 앱에서 기혼자가 많이 보이는 편이다. 문제는 많은 수가 프로필에 기혼자라고 표시를 해놓고 데이트 상대를 구한다는 것이다. 틴더로 만난 이성 친구들은 유부남이 많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직장에서 40대 기혼 남성에게 각종 데이트 앱을 통해 이성과 데이트와 원나잇을 종종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친구라면서 ‘FWB’, ‘married​ 강조하게 두는 이유

 

한 데이팅 앱 관계자는 “데이팅 앱의 정체성이 확실한 앱은 가입부터 신고 처리 시스템까지 적극적으로 회원 관리에 나선다. 하지만 ‘틴더’, ‘위피’처럼 동네 친구를 강조하는 앱의 경우 애매한 지점이 있다. 개인적으론 ‘데이팅 앱’이라는 범위 안에서 친구와 애인을 나누는 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앱의 생리와 관련돼 있다. 앱을 이용하면서 과금을 하는 건 주로 연령대가 높은 남성일 가능성이 많은데, 기혼자를 철저히 분리하는 건 사실상 이들을 타깃으로 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이팅 앱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VIP 남성 중에는 1년간 앱에 7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돈을 쓰는 경우도 있다. 친구를 만나는 목적의 앱일지라도 기혼자나 FWB와 같이 성관계 중심의 만남을 암시하는 단어는 자체적으로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앱 운영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얼마나 쓰는지’이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사전에 제재하지 않고, 자청해서 ‘불륜 플랫폼’이라는 오명까지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틴더 홍보팀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 장치는 있지만 기혼자를 거를 수 있는 특별한 장치는 없다. 부정적인 목적의 사용을 막기 위해 안전·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팅 앱으로 인한 이혼 분쟁 상담 사례도 늘었다. 온라인 블로그나 상담 사이트, 커뮤니티 등에는 배우자의 데이팅 앱 사용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묻는 질문이 다수 올라와 있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데이팅 앱으로 인한 이혼 분쟁도 늘고 있다. 온라인 블로그와 상담 사이트 등에서는 배우자의 데이팅 앱 사용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묻는 질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온라인 동호회, 카페, 데이팅 앱 등 온라인을 통한 만남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이로 인한 이혼 상담도 늘었다. 동네 친구를 만나기 위한 취지의 데이팅 앱이라도 직접적으로 성관계나 불륜을 명시하고 상대와 만남을 이어갈 경우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인구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의 휴대폰에 데이팅 앱이 있는 걸 보고 싸운 뒤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상담한 일이 있다. 사례마다 다르지만 직접적인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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