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에 거주하는 A 씨(71·여)는 올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지 못했다. 같은 빌라에 사는 다른 세대엔 고지서가 나왔다. ‘혹시 누가 착각해서 가져가 버렸나’라고 생각한 A 씨는 다음 달 독촉분까지 고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다음 달에도 고지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A 씨는 함께 사는 아들에게 말했으나, 아들 또한 “급하면 (서울도시가스가) 연락하겠지”라고 말했다.
3월에도 A 씨 집만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가 나오지 않자, 연체료를 우려한 아들이 서울도시가스 홈페이지에서 고객번호를 입력해 1, 2월 부과분을 확인해 가상계좌로 요금을 납부했다. 그렇지만 A 씨가 매번 아들에게 요청해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요금을 납부하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4월에도 고지서가 나오지 않자 결국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로 이를 문의했다. 고객센터의 답변은 황당했다. 종이고지서 대신 문자메시지(전자고지서)로 보내겠다고 이미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자를 받지도, 동의한 적도 없었던 A 씨가 “내가 거기에 동의를 했냐”고 묻자, 상담직원은 “기존처럼 종이고지서로 계속 받고 싶으시면 1번을 누르도록 안내했다”고 답했다.
서울도시가스의 말대로라면, A 씨가 종이고지서를 계속 받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고지서로 전환된 것이다. A 씨는 전자고지서에 대해 안내도 받지 못했고, 동의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전자고지에 동의가 되어버린 것이다.
A 씨가 보관하던 도시가스 고지서를 보니 수신자가 아들 이름이었다. 아들에게 서울도시가스에서 온 문자가 있었냐고 물었으나, 아들 역시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더구나 아들은 수년 전 개명을 했는데, 아직도 옛 이름이 수신인으로 기재돼 있었다. 전자고지서 안내 문자가 아들 휴대폰으로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의문이었다. ‘사용자가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서울도시가스의 방식은 비상식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가스는 “작년에 규정이 바뀌어 전자고지서를 우선하기로 했다. 종이고지서에도 이러한 내용이 안내되어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A 씨의 사례처럼 아예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우리도 이런 부분을 염려했다. 65세 이상은 전자고지가 불편할 수 있어 제외했다. 또 전환 과정에서 고객이 종이고지서를 받지 못해 생긴 연체료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도시가스 역시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종이고지서로 계속 받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종이고지서가 중단되는 사례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도시가스는 “은행처럼 100% 고객정보 관리가 어렵다. 이름이나 연락처가 바뀔 때, 이사를 오갈 때 연락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고객정보의 정확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류하경 변호사는 “도시가스 요금 납부도 민법상 계약의 일종이다. 계약 체결과 계약 내용 변경은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고지서 수령 방법은 계약의 내용에 해당하는데, 가스 사용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계약내용 변경은 무효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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