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전자는 2012년 옵티머스G를 내놓으면서 전략도 바꿉니다. 분기마다 ‘전략폰’을 내놓던 방식 대신 1년 주기로 플래그십 하나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거죠. 몰론 플래그십 이외에 보급형 제품을 조금씩 더 꺼내놓긴 했지만 이 전략은 꽤 잘 지켜져 왔습니다.
이 1년 출시 주기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죠. 사실상 주력 프로세서 출시와 안드로이드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1년일 뿐 아니라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스마트폰 특성상 제품 가짓수를 늘리는 것보다 주력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1년동안 최선을 다 해서 개발하는 것이죠.
일단 신제품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LG전자의 강점이자, 특징이 뭔가요?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도전이죠. 그 유전자는 제품들 사이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갤럭시 노트’가 불러온 큰 화면에 대한 목마름
2012년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입니다. 옵티머스G와 갤럭시S3의 플래그십 전쟁 외에 국내에서는 뜨거운 이슈가 하나 있었지요. 화면 큰 스마트폰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갤럭시 노트입니다.
갤럭시 노트는 원래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큰 화면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그 사이에 적절한 화면 크기에 대한 여러가지 검토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태블릿 직전의 극단적인 크기의 스마트폰에 대한 시도가 바로 갤럭시 노트였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3인치 스마트폰이 나온 겁니다. 이 5.3인치는 대각선의 길이인데, 실제로는 화면 비율이 16:10이어서 요즘 나오는 길쭉한 스마트폰에 비하면 면적이 훨씬 넓습니다. 지금 봐도 작은 스마트폰이 아니지요.
일단 5인치 넘는 큰 화면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걸 누가 사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는 큰 화면 찾던 우리나라 시장에 딱 먹혔어요. 그런데 갤럭시 노트는 화면만 큰 게 아니었습니다. 큰 화면은 좋기도 하지만 휴대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죠. 그래서 삼성은 여기에 꽤 비싼 디지타이즈 펜을 넣습니다. S펜이죠. 정전식 터치 스크린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점을 아주 정확하게 찍을 수 있는 와콤의 태블릿 펜 기술을 넣었어요. 정밀도가 아주 높았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를 ‘수첩’처럼 쓰는 것을 포인트로 했습니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혔습니다.
LG전자도 여기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걸 내놓습니다. ‘옵티머스 뷰’였죠. 그런데 돌아보면 LG전자는 이 포인트를 거꾸로 해석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사람들이 갤럭시 노트를 사는 이유는 펜이 아니라 영상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는 큰 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1차적이었고, 그 크기에 망설임을 해소시켜주는 게 기존에 사람들이 쓰던 수첩을 떠올려서 크기 부담을 줄여준 것이죠. 그런데 LG전자는 펜을 중심에 두고, 수첩 형태의 폼팩터를 생각했던 걸로 보입니다. 4:3 비율의 옵티머스 뷰에요.
그런데 펜은 생각보다 효용성이 떨어졌습니다. 디지타이즈 펜이 아니라 그냥 정전식 터치펜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감이 떨어지지요. 4:3 비율은 메모에는 좋았지만 와이드 화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설득이 잘 안 됐어요. 영상을 보면 위 아래가 많이 잘렸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아직까지 4:3 비율의 콘텐츠도 남아 있었지만 16:9 콘텐츠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습니다. 4:3 화면은 사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쓰기에 꽤 괜찮은 비율입니다. 하지만 효용성을 떠나 영상의 흐름 때문에 ‘낡은 비율’처럼 보였습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죠.
#큰 화면에 대한 단순한 해석, 옵티머스 G 프로
이 ‘뷰’ 시리즈는 계속 이어졌지만 LG전자는 큰 화면 폰에 대한 전략을 바꿉니다. 옵티머스G의 경쟁력 그대로 큰 화면 폰을 만드는 것이지요. 바로 ‘옵티머스 G 프로’였어요. 5.5인치 화면에 펜은 거의 빼다시피 했습니다. 옵티머스 G의 경쟁력을 거의 그대로 끌어안고 화면을 크게 만든 제품입니다. 어땠냐고요? 대박이 났습니다. 옵티머스 G의 만족도가 높았고, 그거의 큰 버전이 나온 거에요. 그냥 큰 게 아니라 카메라 기능을 더 보강하고, 옵티머스 G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졌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 맥스의 관계 같은 제품이 나온 셈이죠.
자, 이게 어떤 의미인가 볼까요? 펜은 꽤 괜찮은 셀링포인트지만 사실 사람들이 펜을 그렇게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평범한 스마트폰의 큰 화면 버전이 나온 데에 반응이 일어난 거죠. 단순하고 명료한 제품 기획입니다. 안 살 이유가 없습니다.
이와 별개로 저는 옵티머스 뷰 시리즈를 참 좋아했는데, 이걸 특징을 4:3으로 가져갔으면 지금도 살아있을 브랜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4:3은 화면 면적이 엄청 크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혹시라도 만약에 지금까지 있었다면 접는 디스플레이나, 두루말이처럼 마는 롤러블 폰의 브랜드로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넥서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험치
여기에 옵티머스G와 G프로의 핵심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험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LG전자는 2012년 구글과 합작을 합니다. 바로 구글의 넥서스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넥서스는 정말 큰 기회입니다.
넥서스는 나쁘게 해석하면 구글의 제품을 만드는 하청인데다가, 구글이 비슷한 성능의 플래그십 제품보다 거의 반값에 제품을 팔기 때문에 수익에도, 본래 주력 제품에도 썩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대신 구글이 원하는 하드웨어가 뭔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운영체제를 다루는 경험도 밀접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구글의 ‘픽셀’과 달리 넥서스는 레퍼런스 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건 판매의 목적이라기보다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역할이 컸거든요. 제조사들에게는 ‘이렇게 좀 만들어라’는 메시지가, 앱 생태계에는 ‘이게 안드로이드의 기준이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만든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경험치가 다릅니다.
초기 이 안드로이드의 강자는 HTC였습니다. 최적화가 수준이 완전히 달랐어요. 제대로 된 안드로이드의 첫 제품이 바로 넥서스 원이었거든요. 이게 HTC랑 만든 제품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HTC는 아주 빨리 안드로이드를 최적화 해 나갑니다. 안타깝지만 소프트웨어만큼 하드웨어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HTC는 시장에서 밀려나게 됐습니다.
그 다음은요? 구글은 다음 파트너로 갤럭시 S를 만든 삼성전자로 갈아탑니다. ‘아 얘들이 하드웨어 제일 잘 만드는 구나’ 같은 거죠. 그래서 갤럭시 S기반의 ‘넥서스 S’와 갤럭시 S2 기반의 ‘갤럭시 넥서스’가 나옵니다. 삼성이 확 치고 나가는 계기가 여기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그 다음 파트너가 누구였을까요? 바로 LG전자였습니다. ‘넥서스 4’가 바로 그 제품입니다. LG전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옵티머스G를 함께 개발했으니까 소프트웨어 안정성이나 업데이트 경험이 어땠을까요? 그 동안 겪던 소프트웨어 불안이 크게 사라졌습니다.
자,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안드로이드의 경쟁에서 늦었나요?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삼성의 뒤를 가장 바짝 따라 붙었던 회사 중 하나가 LG전자였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절정의 시대, 그리고 브랜드
옵티머스G와 G프로의 성공은 매우 컸어요. 노력과 기회를 잘 잡은 결과는 달콤했죠. 그리고 2013년 LG전자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브랜드를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그냥 G를 밉니다. 그래서 옵티머스 G의 후속은 옵티머스 G2가 아니라 ‘G2’였어요. 앞의 접두어를 떼어내는 건 당시에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2012년의 LG전자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브랜드까지 완벽합니다. 어떻게 보면 ‘갤럭시’도 요즘 트렌드에 잘 안 맞지요. 하지만 그걸 쉽게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게 바로 브랜드거든요. LG전자는 그 브랜드 정리를 아주 일찍, 그리고 단호하게 합니다.
G2라는 이름은 너무 명료하죠. 하드웨어도 경쟁사인 갤럭시S4에 하나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도 안정적이었고요. 사실 이 시기가 LG전자에게는 가장 절정의 시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지만은 않았습니다. LG전자의 그 엔지니어링적인 도전과 욕심 사이의 묘한 경계가 계속 들쑥날쑥하기 시작했어요. 이건 꼭 잘못이라고 말할 문제는 아닌데 하드웨어 제조사가 해야 할 일과, 앱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집중이 조금 부족했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노크온, 노크코드처럼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어 기술은 정말 좋았습니다. G2에서는 두드리면 화면이 켜졌고, G프로2에는 암호를 대충 위치를 맞춰서 두드리면 잠금이 풀렸어요. 이때는 지문 인식이 보편화되기 전인데 노크코드는 보안적으로도, 편의적으로도 아주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거 외에도 운영체제에 기능이 많이 들어갔는데, 그게 상당수가 사실 앱으로 해도 되는 일들이었어요.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넣는 건 좋은데, 늘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운영체제 경쟁력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자원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능에 대한 수요, 그리고 마케팅을 위한 기술도 필요하지만 이 역시 최소화하고 운영체제에 더 집중하는 것이 끝까지 소프트웨어 문제에 시달렸던 LG전자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옵티머스G를 발표하면서 강조했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메시지가 아주 조금씩, 서서히 흔들렸습니다.
스마트폰의 역할은 아주 단순해야 합니다.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그 하드웨어의 기능들, 요소들을 앱 환경에서 더 많이 쓸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하드웨어가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V10, V20에 들어간 세컨드 스크린이나 쿼드DAC 등의 하드웨어를 앱들이 활발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기기가 기능이 많아지는 건 앱을 따로 깔아 쓸 수 없는 피처폰 시절의 트렌드고, 지금은 앱이 다 해줍니다. 그래서 OS가 간결해야 이용자들이 쉽게 쓰고, 군더더기 없이 처리 속도도 빠릅니다. OS 업데이트도 쉬워지겠죠. 잘 팔리는 스마트폰들의 특징이 뭔가요? 특별한 게 없습니다. 두루두루 불편함 없는 슈퍼 노멀이거든요. ‘옵티머스G의 철학’이 바로 그 슈퍼 노멀에 있었고 시장이 가장 만족했던 제품이죠.
브랜드도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LG전자는 이 때 G와 G 프로 두 가지 브랜드를 주력으로 삼았죠. G가 브랜드가 됐고, G의 더 고성능 모델 G프로가 3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발표가 되는 식이었습니다. 옵티머스 G와 옵티머스 G 프로가 나왔고, 그 다음으로 G2가 나온 다음에 G 프로 2가 나왔습니다.
이 작명은 보기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저는 G가 브랜드의 중심이 됐으니까 G 프로의 다음 모델은 G프로의 2세대라는 느낌보다는 G2의 프로 모델로 나오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해석합니다. 사실 브랜드는 제조사의 결정이고,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만 G가 좀 더 집중될 수 있기도 하고, G프로2가 나오면 G2가 구형폰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지만 G2와 G2프로는 같은 세대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죠.
특히 G 프로 2는 카메라 중심의 포인트를 잡은 제품이었는데 G2의 기능을 중심에 두고 큰 화면, 좋은 카메라를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요즘 스마트폰들이 집중하는 트렌드죠. 이걸 2013년에 LG전자가 했습니다. 이때 애플은 4인치 아이폰5S를 팔고 있던 시기에요.
비슷한 걸 한참 뒤에 애플이 합니다. 아이폰12, 아이폰12프로, 아이폰 12 프로 맥스 이렇게 가죠. 중심은 아이폰12라는 거거든요. G는 그 정도로 당시에 브랜딩이 너무 잘 됐었어요. 그런데 G프로가 되면 아예 브랜드가 새로 나오는 거잖아요. 아무리 봐도 이건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가 구분되어서 별도 브랜드로 가는 걸 고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지난해 벨벳과 함께 ‘G’브랜드를 내려 버렸을 때 실망감은 말할 수 없었죠.
하지만 G 브랜드는 잘 먹혔습니다. G3는 명작으로 꼽히고, G4도 평가나 성적은 괜찮았습니다. 구글과 합작도 이어집니다. 넥서스4에 이어서 넥서스5, 그리고 넥서스5X까지 계속 맡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완성도, 안정성도 아주 좋아졌죠. 물론 이때 메인보드가 먹통이 되거나, 무한 재부팅되는 문제가 있어서 아쉽긴 하죠. 뭐 이런 완성도를 떼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품 자체로 보면 G3, G4 시리즈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뒷판에 가죽을 바르는 시도도 기기적으로는 발열 문제가 뒤따르는 평가지만 플래그십으로서 고급화 자체는 좋았고, 후면 지문도 처음에는 호불호가 있었지만 잘 만들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건데 괜찮은 시도들인 것이죠.
※3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호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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