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선두에 선 ‘제주맥주’가 다가오는 5월 13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닥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으며, 이달 26∼27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5월 3∼4일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시장의 확대를 반기는 한편 빠르게 자리 잡는 시장 선두자의 행보에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2015년 2월 설립된 제주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 등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기업으로, 미국 수제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135억 원)보다 2배 넘게 성장한 320억 원을 기록했다. 500mL 캔으로 환산하면 전체 출고량은 약 2000만 캔에 이른다.
#제주맥주 성공 비결은 홈술·MZ세대·마케팅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 원에서 2020년 1180억 원으로 성장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맥주 시장 내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대까지 올랐다. 전체에 비하면 여전히 크지 않은 수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중에서도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약 320억 원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제주 감귤 껍질을 첨가한 밀맥주 스타일의 ‘제주 위트 에일’을 시작으로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제주 펠롱 에일’, ‘제주 슬라이스’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국내 홈술 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가 제주맥주에 반응한 것에는 여러 요인이 맞물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홈술’ 시장이 커지면서 전체 수제맥주 업계가 수혜를 입었고, 특히 제주맥주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막 확산되던 지난해 초 전 제품이 국내 5대 편의점(GS25·씨유·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실제 수제맥주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판매량을 살펴보면 CU 498.4%, GS25 445%, 세븐일레븐 550.6%, 이마트24 210%나 폭증했다. 수제맥주 판매처의 많은 비중이 편의점에 몰려있는 것.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 맥주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며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난해부터 수제맥주 판매량이 확 늘었다. 수제맥주는 특히 가정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 편의점 입장에서도 함께 협업하거나 행사 맥주 목록에 넣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의 취향 변화라고 본다. 주요 소비층인 20~30대가 기존의 틀을 탈피한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이 반응했다. 특히 도수 낮은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제맥주가 주목을 받게 된 측면도 있다. 제주맥주는 이 틈을 잘 파고든 리딩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제주맥주의 흥행에는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제주맥주의 마케팅은 업계에서도 집중할 만큼 매번 화제를 몰고 다녔다. 비결은 브랜딩이다. ‘제주도’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제주시 한림읍의 양조장을 체험 시설로 운영하거나, 집·차량·항공권 등을 통해 경험을 제공하는 ‘제주도 한 달 살기’ 사업, 일정 기간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경험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품만으로 일방향적 광고를 하는 게 대부분의 맥주 제조사가 광고하는 정형화된 방식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새로운 맥주 문화를 만들 것’이라는 목표로 시작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거나 재미있는 놀이의 일부로 접근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3%…성장 잠재력 얼마나 될까
다만 수제맥주 시장의 확대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제주맥주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성장을 더욱 가속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와 함께 국내 4대 맥주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김진만 과장은 “시장에서도 전체 수제맥주 판의 성장과 더불어 최초의 상장사가 나온다는 것에 이목이 쏠려 있다. 전체 시장이 커지면서 상장사가 나오는 것은 좋은 신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 업체들이다 보니 약간 긴장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체 술 소비량 자체가 줄고 있으며, 그만큼 업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다 보니 이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여전히 전체 맥주 시장의 3%라는 비중이 크진 않은 수치이므로 특정한 계기가 없는 한 한계를 느끼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해서 쌓이는 손실도 제주맥주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맥주는 2017년 영업손실 50억 원에서 2018년 63억 원, 2019년 90억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55억 원에서 117억 원으로 늘었다. 제주맥주는 그동안 투자금의 많은 부분을 양조장 증설에 사용했다. 지속적인 양조장 증설은 회사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규모 확대에 성장이 함께 가지 않는 경우 손실이 쌓일 수 있는 약점도 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수제맥주 브랜드와) 플레이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 일반적인 중소 규모의 양조장 같은 경우 펍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생맥주에 의존한다. 하지만 우린 처음부터 수입맥주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모든 채널의 소비자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대규모 설비를 갖고 대기업과 같은 면허를 가지고 시장에 들어오다 보니 초기 설비 비용이 많이 들었다. 장치 사업이기 때문에 하나의 양조장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3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 계획에 대해 묻자 제주맥주 관계자는 “내년쯤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상장 이후에는 양조장을 크게 증설하고 R&D 센터로 도약시키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려고 한다. 단순히 설비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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