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명이 현대커머셜 총괄대표가 지난해 보수로 15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 뒷말이 나온다. 급여만 11억 원으로, 순이익 규모가 두 배 이상 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와 동일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정명이 대표가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라서 과도한 보수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정명이 총괄대표에게 보수로 15억 400만 원을 지급했다. 보수는 급여 11억 원, 상여 4억 2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200만 원으로 구성됐다.
현대커머셜의 급여 평가는 직무, 직급, 근속기간 및 회사 기여도 등을 반영한 회사내 임원 보상처우 기준을 적용했다. 상여는 성과에 따른 수익성, 건전성, 유동성을 모두 포괄해 설계된 평가지표(MBOD, Management by objectives by division)에 따라 기본 연봉의 0~70% 이내로 지급한다.
정명이 대표가 받는 급여 11억 원은 남편 정태영 현대커머셜 대표와 같은 액수다. 보수 총액은 정명이 대표가 더 많다. 정태영 대표는 상여가 2억 5900만 원으로 보수 총액이 13억 6100만 원이다.
일각에서는 미등기임원인 정명이 대표가 등기임원인 정태영 대표와 급여를 똑같이 받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대표이사는 임직원 가운데 상법상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진다. 미등기임원인 정명이 대표는 등기임원인 정태영 대표에 견줘 법률적인 책임이 작다.
현대커머셜에서 지급하는 급여 수준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의문이 나온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로, 이익이 다른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커머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25억 5427만 원. 현대카드(2563억 1295만 원)의 47%, 현대캐피탈(2967억 456만 원)의 41% 수준이다. 하지만 대표이사의 급여 수준은 11억 원으로 같다. 특히 현대커머셜은 정명이·정태영 대표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하므로 1명뿐인 타 계열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명이 대표가 현대차그룹의 오너 일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명이 대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이자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의 친누나이다.
정명이·정태영 대표는 현대커머셜을 비롯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에서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정태영 대표는 지난해 이 회사들로부터 총 44억 8700만 원을 받았다. 금융권 CEO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액수다. 정명이 대표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겸직을 하고 있지만 보수가 5억 원 미만이어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 회사들 간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어 겸직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대커머셜의 경우 정명이·정태영 대표의 개인 지분이 각각 25%, 12%다. 반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는 이들의 개인지분이 없다. 현대카드는 정명이·정태영 대표가 현대커머셜(24%)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며, 현대캐피탈은 현대차(59.68%), 기아차(20.1%)가 주요주주로 있을 뿐 지분관계는 파악되지 않는다.
신동화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 간사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이해관계 상충의 여지가 있는 회사 간 내부거래가 있는데 (이해관계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정명이·정태영 대표가 겸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보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정명이 대표의 보수가 법률상 문제가 없을지라도 도덕적인 차원에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면서 “현대차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급여를 과도하게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커머셜 노동조합 측은 “정태영·정명이 부부의 보수 과다 지급 논란이나 오너 일가의 임원 겸직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정명이 대표의 경우 실질적으로 매일 출근해 경영에 참여하는지도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정명이 대표가 오너 일가인 것과 보수 수준은 무관하다. 정 대표가 현대커머셜에서 사실상 대표이사 역할을 하고 있어 정태영 대표와 급여가 같게 책정됐고, 총괄대표로서 회사에 기여한 바에 따라 상여 지급 규모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명이·정태영 대표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임원으로 겸직하는 것이 이해상충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출채권 거래와 같은 경우 회계법인의 평가를 거쳐 내부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없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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