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에서만 무려 8만 명 이상, 5조 원대 피해를 양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MBI 사기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최근 출범한 국가수사본부에서 중점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MBI피해자연합 등 대규모 금융사기 피해자 단체 모임으로 구성된 금융피해자연대는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수사 확대를 요구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MBI는 국제적 조직이고 한국에도 전국적으로 조직망이 뻗어 있다. 국가수사본부가 콘트롤타워가 되어 통합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경찰은 말레이시아로 도주한 한국 총책 안 아무개 씨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주)과 연대해 긴급 체포해 MBI 사건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MBI는 2013년부터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10조 원 이상의 피해를 낳은 것으로 추산되는 국제 가상화폐 플랫폼 사기집단이다.
금융피해자연대가 전하는 MBI 사기수법은 이렇다. MBI 판매책들이 한국 자회사 격인 ‘엠페이스(이후 MFC클럽으로 이름 변경)’에 광고비 명목으로 투자자들이 투자하면 가상화폐 ‘GRC’를 지급한다. 그러면서 판매책들은 투자자들에게 매해 수익 급증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지급을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모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금융피해자연대는 국내에서 GRC를 거의 사용한 적이 없고 판매책들은 말레이시아 MBI 본부에 송금하지 않고 중간에서 대부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순위 투자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을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돌려막기식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주범인 MBI회장 테디 토우가 구속되는 등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등지에서는 주요 모집책들이 사기 혐의로 구속돼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런데 정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한국에선 지금까지 4명의 판매책만 구속됐을 뿐이다.
금융피해자연대에 따르면 MBI 모집책들에 대한 수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전국에 산재하는 검찰과 경찰 조직마다 일관되지 않은 수사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16년 수원지검은 MBI에 대한 전국 통합 수사를 실시하면서 MBI 상위 판매책들을 구속기소했고, 1심 법원은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사기는 무죄, 방문판매업법 위반만 유죄로 판단해 두 명의 최상위 판매책인 김 아무개 씨와 유 아무개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다른 상위 모집책들도 무죄로 풀려나면서 잔존 판매책들이 “MBI는 사기가 아니다”라고 홍보하면서 범죄 행각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게 금융피해자연대 측의 주장이다.
검찰의 경우 동일한 내용의 사건임에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는 모집책 2명을 기소한 반면 대구지검에서는 불기소처분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릉지청은 2019년 7월 사기와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MBI 판매책 김 아무개 씨와 안 아무개 씨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올 1월 2심 법원은 방문판매법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사기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해 안 씨에게 징역 1년, 김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MBI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판매책에게 사기죄 가 선고된 최초 사례였다.
경찰은 MBI 사건과 관련해 일부 지역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피해자연대가 전국 경찰조직에 산재한 MBI 사건들을 모아 최근 출범한 국가수사본부에서 집중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피해자연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MBI를 포함한 금융사기 해결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MBI 문제를 집중 제기했고,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공소 유지 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융피해자연대는 MBI 피해자연합,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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