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통시장에서 롯데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네이버·신세계가 동맹을 맺는 등 이커머스 경쟁사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동안 롯데의 존재감은 미비했다. 출범 1년을 맞은 롯데온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자신감, 나영호 신임 대표는 롯데온을 살리려나
롯데온(ON)은 롯데그룹의 백화점, 마트, 슈퍼 등 7개의 쇼핑앱을 하나로 합친 온라인 플랫폼이다.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달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379억 원으로 2019년 1900억 원보다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948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적자 560억 원)보다 커졌다. 올해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주주가 강희태 대표에게 롯데온 부진의 책임을 물으며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다.
롯데는 롯데온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롯데온을 이끌었던 조영제 대표를 대신해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로 선임했다. 이달 말 취임 예정인 나 신임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스마일카드, 간편결제 등을 기획했다. 이전에는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에서 롯데닷컴 창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꾸려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의 대표는 벌써 3번째다. 본부를 처음 꾸리던 당시에는 김경호 전무가 대표직을 맡았고, 롯데온 론칭을 앞둔 2020년 1월 조영제 전 대표로 교체됐다. 그리고 1년 만에 새 대표를 들였다.
이번에는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경호 전무는 롯데닷컴 대표 출신, 조영제 전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전략 2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나 신임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이긴 하나 삼성물산, 현대차그룹, LG텔레콤(LG유플러스),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쳤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로 알려진 롯데가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찾아야 할 만큼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강희태 대표는 지난달 23일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에 대해 사과하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임대표 취임 후 조직 및 롯데온 운영 방식에 생길 변화에 대해 “취임 후 상황을 봐야 어떻게 달라질지 알 것 같다”며 “올해는 롯데온의 전체적인 외연을 키워 나가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소비자 불만 가득한 롯데온 “개선해 나가려 노력 중”
롯데온은 론칭 후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를 겪었다. 첫날부터 시스템은 먹통이 됐고 잦은 오류로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롯데는 시스템 오류 해결에만 4~5개월을 보냈고 10월이 돼서야 제대로 된 마케팅을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롯데쇼핑은 초기 시스템 오류를 해결하느라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온라인 플랫폼 론칭 후 시스템 오류 문제를 겪은 것은 롯데만이 아니다. 2014년 SSG닷컴을 론칭했던 신세계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2014년 1월 론칭한 SSG닷컴은 시스템 오류로 배송이 지연되고 제품 가격 변동이 반복되며 고객 불만이 폭주했다. 신세계 역시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약 5개월을 보냈다.
롯데는 경쟁업체인 신세계가 5년 전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했다. 예상 가능했을 오류나 문제 등에 대응하지 못했다. 롯데가 2년을 공들여 롯데온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시스템은 허술하고 소비자 만족도는 떨어졌다. 롯데온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지금까지도 롯데온의 검색 속도가 느리고 잦은 오류 등이 나타나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오픈마켓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진 리스크도 롯데온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롯데는 롯데온 서비스를 론칭하며 오픈마켓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롯데 계열사가 아닌 일반 셀러(판매자)도 롯데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쇼핑 측에 따르면 현재 롯데온에 입점한 오픈마켓 셀러수는 약 2만 3000개다. 직매입과 오픈마켓 상품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커머스 업계의 오픈마켓 경쟁은 치열하다. 쿠팡, 네이버가 오픈마켓 강자로 자리 잡았고 롯데에 이어 홈플러스, 신세계도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한다. 오픈마켓은 직매입으로는 한계가 있는 판매 상품 수 확대에 효과적인 만큼 고객 확보 및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셀러와 고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플랫폼 기업의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롯데온은 이러한 오픈마켓의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았다. ‘롯데’라는 브랜드로 오픈마켓을 처음 시작하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롯데온을 오픈마켓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고객 상당수가 롯데온에서 구매하는 상품을 직매입 상품으로 생각했고, 때문에 셀러와 불거진 문제 해결을 롯데온에 요구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롯데온은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에게 ‘판매자와 해결하라’는 식의 대응을 했고, 온라인에는 롯데온 고객센터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넘쳐나게 됐다.
온라인 쇼핑몰은 통신판매 중개업자로 구분돼 상품의 품질 및 배송 등에 책임지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상품의 직접 판매 당사자가 아니라 단순한 통신판매 중개업자라는 사실만 알리면 된다. 책임 소지는 없으나 롯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하락했다. 셀러와의 분쟁 끝에 롯데온을 떠난 고객도 상당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픈마켓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객들이 롯데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롯데온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만큼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러한 부분을 원만하게 처리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다만 빠른 시간 내 완벽하게 해결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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