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추천 후보지였던 ‘아현1구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허위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한 주민이 재개발 사업 반대 청원서를 마포구청에 제출했는데, 일부 청원서에 명의도용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것 때문에 후보지에서 보류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6일 ‘수도권 주택공급방안’을 발표하고 ‘공공재개발사업’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같은 공공 시행사가 사업성 부족하거나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장기 정체된 재개발사업에 참여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상향 등 도시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사업성 보장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1월 공공재개발사업의 첫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을 발표하고, 29일 추가로 16곳을 발표했다. 1월에는 각 구청에서 제출한 추천지역 중 이미 정비계획안이 마련돼 검토·심사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구역이 우선 선정됐다. 2차 후보지는 정비 예정 구역과 신규 구역까지 포함해 총 16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아현1구역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마포구청의 추천을 받은 구역이다. 아현1구역은 해당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구역 내 주민 동의율 27%(952명)를 달성해 구청에 제출했다. 공공재개발사업 신청요건은 동의율 10%다. 주민들은 현재도 계속해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총 1476명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
그러나 29일 아현1구역은 서울시와 국토부로부터 ‘선정 보류’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는 아현1구역을 포함한 총 8개 지역에 대해 “용적률․높이 제한 완화만으로는 사업성 개선에 한계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부족 하거나 사업방식에 대한 주민 이견이 있어, 재검토 후 차기 심의회에서 선정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하고 보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주민들은 최근 한 주민이 마포구청에 제출한 공공재개발 반대 민원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아현1구역 주민 A 씨는 공공재개발 정책이 발표된 후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주민들로부터 ‘공공재개발 반대·조합방식 재개발 신속 추진 청원서’를 모아 올해 1월 마포구청에 제출했다. 제출된 청원서는 총 766건이었다.
문제는 청원서 중 일부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아현1구역 주민 B 씨는 “구역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700명 이상이 반대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구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전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청원서 중 104건에서 명의 도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명의가 도용된 주민 51명이 A 씨를 형사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A 씨는 3월 중순 경찰 조사를 받고 명의도용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A 씨는 관례대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혐의로 인정될 만한 부분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B 씨는 “A 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아현1구역의 조합장이 되길 바랐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B 씨 입장에서는 공공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자신의 오랜 꿈이 무산되는 일이기에 공공재개발 반대 민원을 구청에 제출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공공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조합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된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조합방식 재개발 사업은 시공사나 용역업체와 조합장이 함께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장이 바뀌면 함께 따라 움직였던 업체들을 모두 바뀌어서 대금 문제가 불거지고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LH나 SH로 고정되기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과 비용 등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조합장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리베이트 등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든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수없이 일어났던 조합장 비리 사건들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민들은 마포구청이 아현1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민 C 씨는 “아현1구역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상당한데 마포구청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반대 민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주민들의 반대가 많다는 식으로 서울시에 의견을 전달하는 듯하다. 주민의 의견이 왜곡 전달돼 아현1구역 후보지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올까 우려된다”고 분개했다.
마포구청은 주민들의 불안 심리에 대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마포구청 관계자는 “해당 청원서는 주민들의 민원일 뿐이다. 법적 효력은 없고, 이미 후보지 추천 공모가 끝난 상황에서 들어온 민원이다. (반대 민원이) 후보지 선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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