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설 유기견 보호시설 ‘아지네마을’ 후원금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아지네마을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펀딩 플랫폼을 통해 9000여 만 원을 모집한 단체가 약속한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단체 측은 펀딩 중개 수수료와 환불액, 리워드 물품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한 후원금을 정산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지네마을은 해당 단체 대표에게 사기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아지네마을’은 지자체의 철거 명령으로 유기견 200여 마리가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해 여러 차례 방송에 보도되며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올해 초 철거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8만 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주식회사 파뮬러스는 이런 사연과 함께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2019년 12월 한 차례, 2020년 7월부터 12월 사이 네 차례로 총 다섯 차례 리워드 펀딩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펀딩의 목적은 ‘파뮬러스의 입양 캠페인과 김포 아지네마을 견사 건립’이며 지난해 진행된 네 차례 펀딩의 목적은 ‘아지네마을 이전’이다. 파뮬러스는 펀딩 안내 페이지에 ‘touch 프로젝트 순수익 전체는 아지네마을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데에 사용됩니다’, ‘FLOWER 프로젝트 펀딩총액-비용의 70%는 아지네마을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데 사용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펀딩 안내 페이지에 따르면 다섯 차례의 펀딩액 합계는 9000여 만 원, 서포터(후원자)는 2260명이다. 이 외에도 파뮬러스가 개인과 단체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개별 모금액 약 400만 원이 있다. 파뮬러스 측은 “2019년 펀딩으로 발생한 수익 중 일부인 210여 만 원을 이듬해 1월경 지급했으며, 2020년 펀딩으로 모인 수익 중 일부인 505만 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976만 5002원을 3월 말까지 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지네마을은 2020년 네 번의 펀딩으로 모인 금액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2020년에 지급된 ‘후원액 505만 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갈린다. 파뮬러스 측은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 505만 원은 2020년 네 차례 펀딩에 대한 일부 지급액”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지네마을 측은 해당 금액이 2019년 펀딩 후원액에 해당하는 ‘견사 증축 관련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파뮬러스가 공개한 송금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금액의 출금 계좌 메모는 2019년 후원 명목인 ‘아지네견사기부금’으로 적혀 있다.
박찬우 파뮬러스 대표는 30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펀딩은 ‘아지네마을’이 아닌 ‘아지네마을의 유기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후드티셔츠 펀딩 페이지에서 밝혔지만, 애초 계획은 ‘파뮬러스 보육원 아지네 지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운영은 아지네마을 소장님과 파뮬러스 운영진이 함께하며 시스템, 보육 시설 관리 및 소유는 파뮬러스가 할 예정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아지네마을과 다 얘기된 부분이다. 하지만 아지네마을 측이 중간중간 부지 이전 아닌 다른 목적으로 후원을 요구했다. 소장님 개인 소송 관련 비용 100만 원, 견사 건축 비용 405만 원이 그 돈이다. 남은 금액은 부지 이전에 사용하겠다는 확약과 정산 내역에 대한 확인을 해주면 언제든지 입금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아지네마을 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현재 남아 있는 펀딩 관련 정산과 프로젝트를 정산한 뒤 유기동물 보호소 직접 후원 등 보호소와 직접 연관한 일을 일절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현재 아지네마을 측은 후원할 의도가 없이 펀딩한 행위, 펀딩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임의로 사용한 행위,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박정수 소장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3가지에 대해 파뮬러스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 이를 위해 자체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을 모으고 있다.
파뮬러스는 아지네마을 펀딩 후원금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올해 2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며 “박정수 소장님의 계좌는 ‘신용불량의 건’으로 인해 직접 입금이 어렵다”고 명시했다. 또 파뮬러스 홈페이지 내 펀딩 정산 자료에 따르면 펀딩과 관련된 제품 제작비 외에도 구성원 회식비, 다과비, 이동비 등으로 수십만 원이 지출됐다. 2020년 진행된 네 차례의 펀딩에서 이 비용과 펀딩 중개 수수료 등을 제외한 차액은 2272만 4521원이다.
아지네마을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 B 씨는 “파뮬러스 측에 후원금 사용 내역 증빙 자료를 요청했지만 전혀 받지 못했다. 파뮬러스가 후원자들에게 반대 급부로 물건을 제공하였지만, 후원자들은 아지네마을에 후원되는 것이 아니라면 물건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후원하지 않았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후원금액 전체를 편취금액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체 후원금액이 9000만 원 정도 되는데 아지네마을에 3월 30일 오늘 기준 지급 완료된 금액은 약 500만 원뿐이다. 70대인 소장님은 어려운 상황에 더해진 실망감으로 많이 힘드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파뮬러스 측은 “펀딩 홈페이지에 표시되는 펀딩액은 그 자체로 지급액이 아니다. 펀딩 중개 수수료와 환불액, 카드 수수료, 리워드 물품 제작 비용 등을 빼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워드형 펀딩을 통한 후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지네마을과 같은 사안이 발생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중도 취소분과 리워드 제작 비용을 제하고도 펀딩 중개 수수료가 10% 이상 빠지니, 실제 소비자가 후원했다고 인지하는 금액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전달된다.
와디즈 측은 필수적으로 체크하는 내용을 모두 점검했다는 입장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하는 모든 메이커와 ‘약정서’를 체결한다. 약정서 내용 중에는 ‘프로젝트 페이지의 공시된 정보 (리워드·펀딩금 사용처·방법· 시기 등을 포함)에 허위, 과장, 조작, 중요사실 기재 누락, 오기 등으로 인하여 중대한 오인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프로젝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번 건은 메이커인 파뮬러스가 서포터에게 약속한 리워드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한 바 있으며, 아지네마을에 대한 후원은 리워드 제작비용을 제외하고 진행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메이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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