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화 ‘아바타’는 다른 SF 영화와 달리 인류가 외계인들의 터전을 침략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있는 ‘판도라’에서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판도라를 외계 ‘행성’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폴리페모스라고 하는 거대한 가스 행성 곁을 도는 외계 ‘위성’이다. 우리 목성 곁을 돌고 있는 유로파와 같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많은 천문학자들은 단순히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뿐 아니라, 거대한 가스 행성 곁을 도는 그 위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다. 태양계만 해도 행성은 단 여덟 개뿐이지만 그 행성 곁을 돌고 있는 위성은 200개 가까이 된다. 특히 목성이나 토성은 거의 80개에 가까운 아주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거리만 놓고 보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태양계 외곽의 행성들은 태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물이 얼거나 증발하지 않고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태양 주변 골디락스 존을 한참 벗어난 먼 거리에 있다. 또 발을 디딜 땅조차 없는 가스 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지구와 비슷한 모습의 생명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곁을 돌고 있는 얼음 위성이라면 생명체를 기대해볼 수 있다.
목성의 유로파, 토성의 엔셀라두스는 그 표면의 갈라진 얼음 틈 사이로 우주 공간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 기둥의 존재를 보여주었다. 위성 곁에서 측정한 그 중력의 분포를 통해 두껍게 얼어 있는 얼음 표면 아래 지구의 전체 바닷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매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 호수의 얼음 아래 얼지 않은 물 속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얼음 위성 표면 아래 지하 바다에도 다양한 외계 생태계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간 최근까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바깥 다른 별 곁을 도는 외계 행성(Exoplanet)에만 주목했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이 있는지에만 집중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대활약 덕분에 발견한 4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 중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 행성 후보 100여 개를 확보했지만 정말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으로 최종 확인된 곳은 아직 없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 행성’이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다른 별 곁에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암석 행성에만 주목했다. 그래서 애초에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는 후보 천체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
그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지구와 같은 따뜻한 암석 행성보다는 목성, 토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을 더 많이 발견했다. 하지만 지구 같은 따뜻한 암석 행성에만 집중해 가스 행성들은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검토할 때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조건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잘못된 기준이었을지 모른다. 목성과 토성은 태양 주변 골디락스 존을 한참 벗어난 먼 거리에 떨어진 가스 행성이다. 하지만 그 곁에 있는 얼음 위성의 바닷속에는 외계 문어, 외계 새우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발견된 거대한 가스형 외계 행성들도 강한 중력으로 대부분 주변에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우주에는 외계 행성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많은 수의 외계 위성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별 곁을 도는 목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 주변의 외계 위성에도 새로운 종류의 외계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목성의 유로파, 토성의 엔셀라두스 같은 외계 위성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동안 간과한 가스형 외계 행성 곁에서도 판도라 ‘위성’의 나비족 같은 놀라운 외계 생명체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외계 위성(Exo-moon)을 찾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외계 행성을 찾는 것도 아주 까다로운데, 그 행성보다 수십 배 더 작은 위성의 존재를 알아채는 건 굉장히 어렵다. 아주 작은 밝기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도 지구의 한두 배 정도 크기 행성까진 알아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작은 위성은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더 많은 다양한 외계 생명체를 품고 있을지 모르는 외계 위성의 존재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다른 별 곁을 도는 외계 행성이 아니라 그 곁을 맴도는 외계 위성도 발견해낼수 있을까?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외계 행성을 ‘쉽게’ 찾는다고?
최근까지 가장 효과적으로 외계 행성을 찾아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벌어지는 미세한 밝기 감소 현상, 트랜짓(Transit)을 활용해서 외계 행성을 찾는다. 외계 행성은 일정한 주기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별빛의 밝기가 살짝 어두워졌다가 다시 원래 밝기로 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뭔가가 그 별 주변을 맴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주기적인 밝기 감소, 트랜짓을 활용해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 일이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원리 자체는 간단할지 모르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일단 대부분의 별은 그 밝기가 항상 일정하진 않다. 별 자체가 요동치거나 크고 작은 폭발 섬광을 내뿜으면서 밝기가 변하기도 한다. 또 태양 표면의 흑점처럼, 별 표면에 거대한 흑점이 존재한다면 그 흑점이 있는 별 자체가 자전하면서 규칙적으로 밝기가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별의 밝기가 잠깐 어두워졌다 하더라도 그 밝기 감소가 정말 외계 행성이 가려서인지 아니면 별 자체가 어두운지 구분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별들은 주변에 행성을 하나만 거느리지 않는다. 우리 태양계만 봐도 많은 별이 여러 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각 행성은 각자의 주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별 주변을 돈다. 여러 행성에 의한 트랜짓 효과가 한꺼번에 겹쳐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는 별들의 밝기 변화 패턴은 굉장히 복잡하다. 그 복잡한 별의 밝기 변화 패턴 속에서 개개의 행성에 의한 트랜짓 효과를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별 표면에 흑점과 같은 밝기가 다른 영역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외계 행성 때문인지 별 자체의 현상인지 구분해야 한다.
특히 별에 비해서 행성의 크기가 훨씬 작다는 점은 케플러의 외계 행성 탐색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별빛이 어두워지는 정도는 원래 밝기의 겨우 0.1~1%뿐이다. 그나마 목성처럼 덩치 큰 행성이 별을 가리고 지나가면 별의 밝기가 좀 더 티나게 어두워진다. 하지만 지구처럼 작은 암석 행성에 의한 밝기 감소는 굉장히 미미하다. 그래서 트랜짓을 활용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주로 목성처럼 덩치 큰 가스 행성을 더 잘 발견했다.
이처럼 외계 행성만 해도 별을 가리는 실루엣의 크기가 작아서 찾기가 까다로운데, 외계 행성보다 더 작은 외계 위성의 실루엣에 가려지는 미미한 별빛의 감소를 감지할 수 있을까? 게다가 별 자체도 밝기가 불규칙하게 변화하고 별 주변에 행성이 여러 개 맴돌면서 복잡한 패턴으로 밝기가 변화하는 와중에 외계 위성에 의한 아주 아주 작은 밝기 감소를 찾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아주 민감한 케플러 우주 망원경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외계 행성이 아닌 외계 위성이 별빛을 가렸다?
그런데 2018년 한 연구팀이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에서 외계 위성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흥미로운 신호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약 8000광년 거리에 떨어진 케플러-1625 별 곁에서 약 280일을 주기로 궤도를 돌고 있는 외계 행성 케플러-1625b를 발견했다. 이 행성은 지구의 약 12배 크기로 목성보다 살짝 더 큰 가스 행성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중심 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골디락스 존에 들어와 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 행성 케플러-1625b에 의해 별빛이 살짝 어두워진 이후 뒤이어 훨씬 더 미세하게 살짝 별빛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두 번째 트랜짓을 포착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 행성 케플러-1625b와 그 곁을 돌고 있는 외계 위성이 연이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행성에 의한 더 큰 밝기 감소, 그리고 위성에 의한 작은 밝기 감소 두 번의 트랜짓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관측된 밝기 감소 폭을 보면 케플러-1625b 곁에 돌고 있을지 모르는 외계 위성 케플러-1625b-i는 천왕성 정도의 꽤 덩치 큰 위성일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 외계 위성이 맞다면, 천왕성 정도의 아주 거대한 크기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작은 돌멩이 위성들만 있는 태양계 위성들에 비하면, 위성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아주 큰 위성이다. 케플러-1625b와 케플러-1625b-i는 행성과 위성이라기보다는, 목성 크기의 큰 행성과 천왕성 크기의 작은 행성, 두 가스 행성이 서로 곁을 돌고 있는 이중 행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 연구 결과에 회의적인 편이다. 외계 위성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아주 미미한 별빛의 감소 폭이 너무나 미미해서, 어떤 수학적 툴을 가지고 분석하는지에 따라 통계적으로 오차 범위 안에서 무의미한 노이즈로도 의심되기 때문이다. 다른 연구팀은 이 천체를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더 정밀하게 관측했고 앞선 연구처럼 외계 행성과 외계 위성에 의한 두 번의 연이은 트랜짓이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하지만 앞선 연구와 달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외계 위성의 존재 가능성을 검증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기존의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사용한 트랜짓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너무나 작은 외계 위성의 존재를 관측을 통해 확인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행성을 보지 못해도 행성을 찾듯이, 위성을 보지 않고도 위성을 찾을 수 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활용하는 트랜짓 방식 말고, 별 곁을 도는 육중한 외계 행성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엄밀하게 보면 별 주변을 도는 행성은 행성의 정중앙을 중심으로 맴돌지 않는다. 별과 행성 두 천체의 질량중심점을 중심으로 별과 행성이 함께 맴돈다. 별 곁에 있는 행성의 질량이 클수록 별과 행성 둘의 질량중심점은 별의 중심에서 더 크게 벗어난다. 그리고 질량중심점을 중심으로 작게 요동치는 별의 움직임도 티가 더 잘 날 수 있다. 조그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강아지가 돌아다녀도 사람이 별로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지만, 아주 큰 대형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개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도 몸이 크게 흔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울타리로 아래쪽이 가려져서 강아지를 직접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크게 뒤뚱거리는 사람의 움직임을 통해 대형견이 같이 있구나 하고 눈치챌 수 있는 것과 같다.
별의 시선 속도(Radial velocity)를 측정해서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 이 방법은 어둡고 작은 외계 행성 자체를 직접 보지 못해도 그 중심에서 빛나는 별의 움직임만 보고 그 주변 외계 행성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와 비슷한 원리를 활용해서 외계 행성 곁의 외계 위성의 존재도 알아챌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어떤 별 곁을 도는 외계 행성 곁에 꽤 덩치 큰 외계 위성도 함께 맴돌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외계 행성과 외계 위성은 둘 모두의 질량중심점을 중심으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외계 행성이 별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면, 외계 행성은 외계 위성과 함께 서로의 곁을 맴돌면서 공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약 우연히 행성이 별 주변을 도는 공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더 움직인다면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별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반면 행성이 별 주변을 도는 공전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더 느린 속도로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살짝 더 오랫동안 외계 행성에 의한 트랜짓이 지속될 것이다. 즉 주변에 외계 위성을 거느리지 않은 외로운 외계 행성만 별 주변을 돌고 있다면 그 행성이 별 앞을 주기적으로 가리고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별빛의 감소는 완벽하게 일정한 주기로 반복될 것이다.
그런데 그 행성 곁에 어떤 육중한 외계 위성이 하나 더 맴돌면서, 외계 행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외계 행성 혼자만 있을 때와는 다르게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별빛이 어두워지는 순간이 조금씩 앞뒤로 늦춰지거나 앞당겨지면서 조금씩 간격이 달라질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방법을 트랜짓 타이밍 변화(TTV, Transit Timing Variation) 방법이라고 한다.
앞서 소개한 별의 시선 속도 측정 방법이 외계 행성 자체를 보지 않고 단지 그 중심에서 미세하게 뒤뚱거리는 별만 보고 그 주변 외계 행성의 존재를 유추하는 것처럼, 이 TTV 방법은 외계 위성 자체를 보지 않고도 그 중심에서 미세하게 뒤뚱거리는 외계 행성의 움직임만 보고 외계 위성의 존재를 눈치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TTV 방법을 사용하면 외계 행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외계 위성의 중력 세기를 계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계 위성의 질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꽤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드디어 외계 위성을 발견할 걸까?
흥미롭게도 최근 한 연구팀에서는 TTV를 활용해 외계 위성 후보를 무려 여섯 개나 새롭게 찾아냈다는 놀라운 주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앞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여러 별의 밝기 변화 광도 곡선을 분석했고, 그 안에서 외계 행성이 정확하게 같은 간격으로 별 앞을 지나가지 않고 약간 불규칙하게 조금 이르게 또는 조금 뒤늦게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양상을 보이는 의심 사례를 여섯 개 발견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큰 한계가 있다.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시점이 약간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일단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그 짧은 기간에만 가능하다. 외계 행성이 별 곁을 맴도는 전체 궤도 중에서 별 표면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짧다. 외계 행성이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에는 수집할 관측 데이터가 없다. 그래서 외계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만 확보한, 굉장히 듬성듬성 빈 구멍이 많이 있는 별빛의 광도 곡선을 보고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간 시기가 정확하게 일정한 주기로 찾아왔는지 아니면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TTV를 활용한 외계 위성 탐색에는 아직 굉장히 큰 오차가 있다.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계 행성만 찾을 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꾸준히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해서 아주 긴 기간 충분한 관측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현재 많은 천문학자들이 TTV 방식이 외계 위성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굉장히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데 동의한다. 추후 제작되는 차세대 망원경들의 성능이라면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말 외계 위성의 존재를 최종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뛰어난 외계 행성 사냥꾼으로 칭송받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아이디어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 당시 관측 기술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로 여겼다.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행성의 그림자를 쫓겠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지만 그런 미미한 별 빛의 밝기 감소를 현존하는 관측 기기로는 절대 검출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년간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제안서는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끈질긴 시도와 관측 기기의 놀라운 공학적 발전 덕분에 결국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우주에 올랐고, 당시 천문학자들이 약간 과장해서 부풀려서 제출했던 제안서 속의 초기 달성 목표를 보란듯이 뛰어넘으며 엄청난 수의 외계 행성을 발견해냈다.
실제로 외계 행성의 존재가 발견되기 전에도 천문학자들은 막연하게나마 다른 별 곁에도 당연히 외계 행성이 돌고 있겠거니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과 정말로 외계 행성을 발견해서 존재를 아는 건 차이가 크다. 마찬가지로 지금 천문학자들은 다른 별 곁에 외계 행성이 돌고 있다면 당연히 우리 태양계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그 외계 행성 곁에도 외계 위성들이 여럿 맴돌고 있겠거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외계 위성이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류는 머지않은 미래에 외계 위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그간 별 주변의 골디락스 존 안에 놓인 암석 외계 행성에서만 외계 생명체를 찾고자 했던 기존의 편협한 시각을 벗어나, 골디락스 존 훨씬 바깥에 놓인 가스형 행성 곁을 맴도는 외계 얼음 위성에서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될까? 어쩌면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찾겠다고 그동안 우주에 던진 그물은 너무 구멍이 크고 엉성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만간 더 촘촘하고 단단한 그물망을 만들어 새롭게 우주에 던진다면, 그간 용케 그물을 피해 도망다니던 조그만 외계 위성 송사리들, 외계 유로파와 외계 엔셀라두스를 발견하면서 그 어둠 속에 살던 진정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4/10/eaav1784
https://aasnova.org/2018/08/29/habitable-moons-instead-of-habitable-planets/
https://aasnova.org/2019/06/24/exomoon-or-no-exomoon/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b7001/pdf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20c8
https://www.planetary.org/articles/timing-variations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ac38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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