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25일, 북한은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도 아닌 미국을 직접 타격하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계속 시험 발사해 미국과의 전면전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것과 비교하면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는 그저 북한의 또 하나의 도발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특징과 발표 내용을 보면 과거의 내용과 다른 매우 특징적인 기술적 특징과 목표가 보인다. 앞으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군사력을 건설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것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간단한 부분부터 중요한 순서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포인트는 이 발사 시험이 김정은의 직접 참관이 아니고, 전략군의 발사시험도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공식 발표에서 신형 미사일의 발사시험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이 진행했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의 ADD(국방과학연구소)에 해당한다. 과거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나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발사의 경우 전략군을 발사 주체로 삼고 김정은이 발사 참관을 했던 것을 매우 강조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이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 포인트는 북한이 굳이 2.5톤의 탄두를 가진 미사일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필요가 없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선 북한이 ICBM 등에 장착할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2.5톤보다 가벼울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가진 미사일이라면 2.5톤의 탄두 무게는 사실 그 쓰임새가 매우 제한적이다. 매우 정밀한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면 핵무기를 쓰지 않고도 지하 표적을 공격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가지지 않은 전략무기에 값비싸고 소중한 초정밀 유도 장비를 탑재할 가능성은 낮다. 수백 개의 소형 탄두를 공중에서 살포하는 확산탄 탄두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에서 확산탄을 쓸 때는 원형으로 퍼지는데, 2.5톤 무게의 확산탄이 필요할 정보로 넓은 지역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긴 활주로의 경우는 직사각형이기 때문에, 확산탄 미사일을 여러 발 나눠서 발사하는 게 거대한 한 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세 번째 포인트는 미사일의 성능 개량 부분이 탄두가 아닌 로켓 모터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 내용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개선점은 개량형 고체연료 발동기, 즉 고체연료 부스터다. 공개된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개량점은 길이가 약 1m 정도로 길어져 로켓엔진이 더 길어진 부분이다. 탄두 부분은 곡선이 다소 변했으나 이것이 무언가 큰 차이점을 보일 만한 요소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굳이 개량할 필요가 없는 부분을 개량한 것일까.
이 지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네 번째 포인트가 있다.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그 목표 성능과 특징이 한국군의 차세대 탄도 미사일인 현무-4와 너무나 유사하다. 현무-4는 그 외형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탄도 미사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발사시험을 참관한 바 있다.
알려진 공개 정보에 따르면 현무-4는 사거리 800km에 2톤의 탄두 중량을 가졌으며, 지하 관통능력이 매우 뛰어나 수십 미터 지하의 북한군 지휘소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를 제외한 무기 중 가장 지하 관통능력이 높아서, 언론은 일명 ‘괴물 미사일’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북한은 남한이 가진 괴물 미사일을 사실상 카피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 괴물 미사일을 따라 할 전략적 이유도, 전술적 이점도 없다는 것이다. 현무-4가 괴물 미사일인 것은 한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이런 미사일을 만들 필요가 없어서다. 일반적인 전술 탄도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500kg에서 1톤 정도로 충분하다. 그보다 더 무거운 탄두가 필요할 경우 보통 핵탄두를 장착하는데,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지하 관통 성능을 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이상한 모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북한은 K-11 복합소총과 비슷한 복합형 소총을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였는데, 이 복합소총은 우리가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했으나, 운용 시험 중 결함을 해소하지 못하여 결국 포기한 무기체계다. 북한이 지난 10월 선보인 신형 전차도 비슷하다. 구소련과 동유럽 쪽에서 검증된 구소련제 전차 개량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비슷한 엉뚱한 외형은 실제 성능과 목표에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보병지원용 야포인 122mm 포를 얹은 차량도 마치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대전차 자주포 버전을 떠올리게 한다. 겉모습은 대한민국제, 혹은 미국제와 비슷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부족한 방식으로 신형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국의 1970년대식 개발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태동기인 1970년대에는, 대통령을 위시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들이 방위산업체에 특정 무기를 무조건 만들라는 지시로 무기개발이 이뤄졌다. 현재의 무기 개발이 군의 소요제기, 국산 개발의 타당성 검증, 비용과 시간의 효과성을 연구하여 개발되는 것과 달리 무조건 “위에서 만들라면 만드는” 식이다. 어쩌면 김정은은 한국의 무기 개발에 경쟁하고자 하는 강박감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아닐까.
방위산업에 대해서 글을 쓰고 여론을 살피면 국내 방위산업에 대한 불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왜 세계 최고의 무기가 있는데 살지 말지 고민을 하느냐, 이 무기는 성능도 낮은데 왜 국내 개발을 하는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요제기와 검증, 타당성 평가와 경쟁입찰이라는 현재 한국 방위산업 제도는 단점도 많지만 그간 이룬 성과도 분명히 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연구로 결정된 무기 구매와 개발 덕분에, 우리는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최적의 조건으로 운영하게 된 사례도 많다. 다만 이런 부분은 대개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독재국가는 독재자 한 명이 밀어붙이면 뭐든지 되기 때문에, 흔히들 효율적인 체제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명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 사람이 꾸준히 연구하고 만든 제도와 절차의 효율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 어쩌면 북한의 ‘무작정 한국 따라 하기’ 방위산업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단면으로도 해석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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