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26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8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자금을 대며 지분 10.66%를 확보한 한국산업은행은 이날 주주제안으로 한진칼 ‘체질개선’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조현아 전 부사장-강성부 펀드(KCGI)-반도건설’ 3자주주연합과 조원태 회장 우호 주주 간 표 싸움이 펼쳐지면서 주총은 8시간 30분가량 이어졌는데, 올해는 현장 표결을 진행하고도 약 1시간 30분 만에 주총이 마무리됐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20여 명이 참석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했던 지난해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주주와 3자주주연합, 시민단체, 일반 개인투자자 등이 몰리면서 주총장 내외부가 혼잡을 빚었지만, 이날 총회장 좌석은 빈 자리가 여럿 눈에 띄었다. 주총은 질문하거나 반대의견을 내는 주주가 없어 현장 표결을 진행하고도 약 1시간 30분 만에 종료됐다. 지난해 주총은 의결권 확인으로 개회가 2시간가량 지연됐고, 반대토론과 표결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폐회까지 8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적자 심화에 무배당 결정, “위기 극복 위해 자산 매각, 비용 절감, 사업 혁신”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재표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 주주는 첫 안건이 상정되자 “안건을 박수로 의결 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KCGI 측 ‘캐롤라인홀딩스’ 대리인이 “찬성 또는 기권으로 표시할 안건이 있다. 표결을 하지 않으면 주주 의사가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모든 안건은 현장 표결에 부쳐졌다.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산업 위축으로 지난해 한진칼 적자는 심화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40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0% 줄었고, 영업손실와 순손실 규모는 각각 2211억 원, 3415억 원으로 5597.6%, 31.1% 증가했다. 한진칼은 지난해에는 당기순손실 2606억 원을 기록하고도, 배당금 152억 3700만 원(보통주 255원, 우선주 280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1년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50억 원으로 확정됐다.
석태수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지난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제동레저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전 임직원도 휴업·휴직 실시 등 비용 절감을 통한 위기 극복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고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 및 인천공항 복합물류센터 개장 등 사업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한공산업의 재편을 위해 아시아나한공 인수를 결정, 대한항공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산업은행, 한진칼 체질개선 본격화
산은은 한진칼 ‘체질개선’을 본격화했다. 앞서 산은은 이번 주총에서 통과된 정관 변경 안건 상정을 지난 2월 주주제안했다. 산은이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를 같은 성별로 구성하지 않으며 △이사회에 ESG경영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산은은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내면서 “이번 주주제안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건전·윤리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충실한 주주역할 수행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사외이사에는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전 산은 사외이사)·한재준 인하대 경영대 교수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는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들은 산은이 한진칼 투자 후속 조치를 위해 출범한 통합위원회 심의 이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자주주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통과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등을 포함해 회사 경영권을 견제하는 안건을 지난해 주총에서 제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올해 주요주주로 올라선 산은이 한진칼의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3자주주연합이 표싸움 동력과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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