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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리포트]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 MZ세대의 '가치 소비'

친환경·윤리적 판단해 '돈쭐' 아니면 '불매운동'…`그런 척` 보다 창의적 접근이 팬덤의 핵심

2021.03.24(Wed) 11:35:44

[비즈한국]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 ‘신흥 소비권력’, ‘워라밸’ 같은 단어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들은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 젠더 문제, 코로나19 시대, 유례없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의 한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부유(浮遊)하는 단어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기 위해 용어와 통계가 생략한 MZ세대의 현실을 전한다. 이들은 MZ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일 수도 있다. 

 

3월 22일 저녁,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작은 붐이 일었다. ‘안 입는 청바지로 만든 버킷백’이라는 제목의 글이 다음 카페 실시간 인기글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된 것. 800명에 불과하던 해당 업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4000명이 훌쩍 넘었다. 

 

업사이클링 업체 ‘기시히’​는 사용하지 않는 청바지를 고객으로부터 받아 가방·파우치 등으로 제작해 다시 보내준다. 기성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기시히 홈페이지

 

MZ세대가 주요 이용자인 이 커뮤니티에서 반응한 건 사용하지 않는 청바지가 가방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업사이클링 업체 ‘기시히’는 홈페이지 소개글에는 ‘저는 업사이클링을 위해 청바지를 뜯는 사람이 아닌, 그냥 청바지를 뜯어서 가방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인데 우연히 업사이클링의 시대에 사는 것뿐이다. 직접 하나하나 생산하는 것의 단점은 공장생산보다 퀄리티가 조금 떨어지고, 느리고, 비싸다는 것이다. 장점은 원하는 대로 제작할 수 있다는 하나밖에 없다’고 적혀 있다. 

 

김승희 기시히 대표는 “업사이클링은 시장이 만들어 낸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시기는 기업에서 업사이클링을 전면에 세우고 광고한 시기와 비슷하다. 2019년부터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원사로 제작한 의류를 오프라인에서도 드문드문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소비자의 관심과 기업의 마케팅이 맞물려 환경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제품들이 더 많이 소비된다면 변화를 이끌어 낼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작한 화장품으로 유명세 “다음 세대를 위한 물건은 다음 세대에 남지 않아야”

 

같은 날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던 화장품 브랜드 ‘시타’가 22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생산 중단 및 가격 조정 안내’를 알린 것. 시타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며 판매 금액의 일부를 미혼모, 청소년에게 후원하는 ‘착한 화장품’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시타는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플라스틱 튜브를 활용한 기존 상품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타 측은 “다음 세대를 위한 물건은 다음 세대에 남지 않아야 한다. 모든 상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2분기 안에 완료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일상 속 모든 재화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명 연예인의 유튜브에서 소개된 이후 소소한 유명세를 얻은 화장품 브랜드 ‘시타’​는 플라스틱 튜브를 활용한 기존 상품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상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사진=시타 홈페이지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제품들 역시 모두 환경단체 후원을 위한 최소금액으로 변경됐으며, 이마저도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모두 품절됐다. 지난해부터 이 브랜드를 애용해 온 20대 이하나 씨는 “화장품을 사면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후원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지난해 연예인 유튜브에서 본 이후 꾸준히 써 왔다. 브랜드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 용기를 개발한 뒤 판매를 재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와 더욱 반가웠다. MZ세대는 화장품, 의류, 책 등 내가 지갑을 열고 소비하는 대부분의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이전 세대가 ‘나 하나의 선택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 우리 세대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불매운동 등으로 실제 경험한 기억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치소비’, 느슨해도 강력할 수 있는 이유

 

MZ세대의 ‘가치소비’는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다. 판매금액의 일부를 후원한다거나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는 ‘돈쭐’을 내주고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불매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연대는 주로 온라인 댓글과 커뮤니티 등을 통하며, 느슨하지만 오래가기 때문에 견고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기업이나 개인이 가치소비를 위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플랫폼이다. 지금도 업사이클링 제품부터 비건용 식품, 친환경 의류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은 여러 해 전부터 이런 가치소비의 최전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의 융자 없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유명 기업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나 진정성, 스토리를 통해 가치를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모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 관계자는 “밀레니얼·Z세대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구글링이나 소모임을 통해 빠르게 학습하고, 취향을 바탕으로 소통하는데 익숙한 세대다.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뿐 아니라 스스로 이러한 브랜드를 창출하고 탄탄한 팬덤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이들이 생산과 소비 전반에 참여함에 따라 펀딩 사이트가 그 창구로써,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로써 자리매김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고민은 이제 ‘창의성’으로 넘어갔다. 기존의 방식대로는 주요 소비층이 된 MZ세대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이들이 관심 있는 환경과 윤리, 사회적 책임 등을 판매하는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하는 단계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역사 왜곡 드라마에 제작 후원한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글을 보고 마케팅과 사내 문화, 면접 등 모든 부분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고 전했다. 

 

책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Weak Ties’을 쓴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이런 경향에 대해 “이제 불매운동을 비롯해 환경운동, 정치운동 등은 집단적이거나 조직적이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충분히 영향력을 만들어 낸다. 이런 개별적 행동의 연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 보니 기업들은 점점 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이게 되고 환경적·윤리적·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느슨해도 강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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