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쇼핑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이 급감하며 주주총회 분위기도 냉랭했다. 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발언권을 얻을 때마다 경영실적 악화에 대해 지적했고,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연신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40여 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총회장이 마련된 롯데빅마켓 영등포점 6층 대회의장 입구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참석자들의 체온을 체크했다. 출입명부 작성은 따로 하지 않았으며 주주 확인 절차로 대신했다. 총회장 내 좌석은 2미터 간격으로 배정했고, 발언대 및 관계자 좌석에는 모두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된 모습이었다.
# “부실 경영 책임지고 사퇴하라” 냉랭한 분위기의 롯데쇼핑 주주총회
롯데쇼핑의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사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났다. 강희태 대표는 주주들에게 “이커머스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주주들께 송구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2020년 매출은 16조 7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 영업이익은 3461억 원으로 전년보다 19.1% 하락세였다. 순손실은 6709억 원이다.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 총 6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의안 상정 때마다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롯데쇼핑의 실적 악화와 혁신 부재 등이 지적됐다.
한 주주는 “배당이 상당히 줄어 매우 실망스럽다. 2018년 5200원에서 2019년 3800원으로, 올해는 2800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며 “작년에 이 자리에서 더 열심히 해 배당을 더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것은 주주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언사”라고 지적했다.
강희태 대표는 “주식 배당금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 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효율적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지금의 배당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가 기준으로 2.8% 배당률을 선정했고, 주주 친화적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질문을 던진 주주는 “구조조정에도 효과가 없고 돌파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쟁사인 네이버와 신세계는 동맹 선언을 하고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데 롯데온은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예전의 명성은 어디에 간 거냐”고 질책했다.
강희태 대표는 “작년 오프라인 매출이 60%까지 떨어졌다. 2020년 경영환경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혁신을 두려워해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충분히 혁신하고 있고 시대의 흐름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강희태 대표 “이베이코리아 인수, 상당한 관심 있어”
또 다른 주주는 구체적 경영실적을 요구했고 강희태 대표는 “매출은 8.2% 감소, 영업이익은 약 20% 줄었다”면서 “부진한 실적은 송구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달라. 2021년도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실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임하라는 고강도 질타도 이어졌다. 강 대표는 “대표이사는 이사회를 통해 선임되는 만큼 개인적으로 내려가겠다 아니다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사업 부진을 겪는 롯데온의 사업 방향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강 대표는 “롯데온은 2018년 롯데닷컴에서 출발해 그룹 유통의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 합병했다”며 “작년 4월 오픈해 정상가동을 못 한 아쉬움은 있다. 신세계와 다른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은 IM(투자설명서) 자료를 받아 확인하고 있다. 관심을 두고 진행하는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말하겠지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주주총회가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주주들은 실망감과 질타를 쏟아냈고, 총회는 침울하게 마무리됐다. 주주총회를 지켜본 롯데쇼핑 관계자들은 주총이 마무리되자 현장을 정리하며 “실적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리니지M에 40억 쓴 이용자가 엔씨 주차장을 차로 막은 사연
·
[현장] 삼성물산 주총, 국민연금 반대한 '이사 보수 한도' 무사 통과
·
'쿠팡 상장에 화들짝' 유통업계, 신선식품·이베이 향해 돌진
·
[현장] '이재용 성토장' 돼버린 삼성전자 주총
·
'SSG 랜더스'는 시작일 뿐…야구단 활용한 정용진의 '빅 픽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