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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에 40억 쓴 이용자가 엔씨 주차장을 차로 막은 사연

롤백 후 턱없이 적은 보상에 면담 요청했지만 '묵살'…엔씨 "2차 보상 오래 전부터 준비"

2021.03.22(Mon) 15:02:46

[비즈한국] 한 소비자가 1억 6000만 원의 거금을 주고 고급 외제 차를 구입했다. 자동차 회사는 판매 후 4일 만에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며, 차를 회수해갔다. 그리고 자동차 구매 비용의 절반만 환불해줬다. 소비자는 항의했지만, 자동차 회사는 이미 환불이 이뤄졌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조치를 납득할 소비자가 과연 있을까.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인기 모바일 게임 ‘리니지M’에서 최근 불거진 일이다.

리니지M은 지난 1월 17일 새로운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를 했다가 불과 나흘 후인 1월 31일 기존 이용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롤백(업데이트 한 콘텐츠를 삭제하고 데이터를 과거로 되돌리는 조치)’을 결정했다. 롤백 되는 기간 게임 이용자가 사용한 게임 내 화폐(다이아) 및 아이템은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사상 최고 실적 뒤에 감춰진 엔씨소프트 리니지M 롤백 논란)

게임 이용자 A씨는 업데이트 이후 롤백되는 시점까지 나흘 간 약 1억 6000만 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게임 내 유료 재화로 환산하면 (4000다이아 11만 원 기준) 약 582만 다이아를 환불받을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A씨가 받은 다이아는 250만 개 남짓과 다수의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이라는 게임 아이템. A씨는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고, 게임 이용자가 이를 수령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결국 A씨는 지난 2월 말 지인과 함께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본사 건물을 찾았다. 리니지M 고객 대응 담당자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하루 종일 기다려도 담당자를 만날 수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회사를 찾아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분노한 A씨는 급기야 퇴근 시간에 엔씨소프트 주차장 입구에 일부러 차를 막고 자리를 떴다. 결국 A씨 일행은 엔씨소프트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입건됐다.

A씨의 요구는 롤백 조치를 취소하던가, 혹은 롤백 기간 동안 결제한 금액을 환불해주던가, 혹은 그에 상응하는 게임 내 재화를 보상해달라는 것. 롤백 조치를 취소하는 건 이후 서비스 기간이 상당히 지난 지금으로서 현실성이 없다. 다만 결제 금액 환불 혹은 상응하는 게임 내 재화를 보상해달라는 건 소비자로서 충분히 상식적인 요구다.

A씨의 게임 내 캐릭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유튜버 ‘매드형’은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정리해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방송 직후, 지난 주말 리니지M 커뮤니티에서는 엔씨소프트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주요 리니지M 커뮤니티에는 A씨와 동일하게 보상이 절반 정도 밖에 제공되지 않았다며 항의하는 게임 이용자가 적지 않다.

성토 여론이 빗발친 지난 주말 이후, 23일 오전 10시 엔씨소프트는 ‘문양 저장 및 복구 기능 사용 고객 추가 보상 안내’라는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추가로 다이아를 보상했다. A씨는 이번 2차 보상에, 앞서 받은 1차 보상을 더할 경우 당초 원했던 580만 개에 가까운 다이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엔씨는 왜 계산법을 공개하지 않을까

엔씨소프트의 1차 보상 조치에 A씨를 비롯한 많은 게임 이용자가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계산법에 따른 입장차 때문으로 보인다. 롤백된 문양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이라는 아이템으로 ‘축복의 성수’라는 아이템을 제작해서 사용해야 했다. 여기에 원하는 옵션을 얻기 위해 문양을 초기화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다이아가 소모된다.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초기화에 사용된 다이아와 ‘축복의 성수’를 제작하는데 사용된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을 각각 지급한 것. 다만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을 얻으려면 다이아를 주고 구매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다이아로 환불해주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은 ‘축복의 성수’ 제작 이외에도 각종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사용될 뿐 이용자 간 거래가 되지 않는 개인 귀속 아이템이기 때문. 만약 문양 시스템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다크하딘의 성장물약’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문양 개선 업데이트 이후로 이전 이용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엔씨소프트는 게임 데이터를 업데이트 이전으로 되돌리는 '롤백' 결정을 했다. 사진=리니지M 홈페이지


결국 엔씨소프트는 1차에서 보상된 ‘다크하딘의 성장물약’ 분량에 해당하는 다이아를 2차 보상에서 추가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은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이득이 된 상황.

하지만 정확한 계산법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문양 업데이트 롤백 조치 과정에서 밝힌 공지사항을 보면 ‘해당 기간 사용한 문양과 관련된 재화 및 아이템은 모두 사용 이전 시점으로 보상을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2차 보상 역시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에 상응하는 다이아 추가 지급’한다고만 밝힐 뿐 아이템 당 얼마의 다이아가 지급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2차 보상은 오래 전 부터 준비해온 것이며 최근 공개된 해당 유튜브 영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게임 이용자라면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의 다이아 가치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왜 환불이 아니라 보상일까

만약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건을 샀는데, 환불을 원했는데 카드 결제취소나 현금 대신 백화점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면 소비자는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하지만 대부분 게임사는 이것이 가능하도록 약관에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리니지M을 서비스하는 게임포털 플레이엔씨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회원이 회사로부터 구매한 유료서비스가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손실된 경우 회사는 이를 손실 이전의 상태로 원상복구하며, 원상복구가 곤란한 경우 동종의 유사한 가치를 가진 유료서비스를 다시 제공합니다. 다만, 동종의 유사한 가치를 가진 유료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 회사는 유료서비스 구매대금을 환불해야 합니다”라고 돼 있다. 즉, 환불에 앞서 동종의 유료 서비스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플레이엔씨 이용약관을 보면 동종의 유사한 가치를 가진 유료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구매대금을 환불한다고 표시돼 있다. 사진=리니지M 홈페이지


따라서 엔씨소프트는 약관에 의거해 문제가 된 문양 시스템에 사용된 다이아와 ‘다크하딘의 성장물약’ 아이템을 그대로 지급한 셈. 하지만 A씨를 포함한 일부 리니지M 이용자 생각은 다르다. ‘다크하딘의 성장물약’은 거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와 같은 아이템이기 때문. 또한 확률형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재화 가치도 고정돼 있지 않다. 백화점 상품권은 커녕 이벤트 응모권으로 환불해준 꼴이다.

유튜버 매드형은 비즈한국 과의 전화통화에서 “애당초 1차, 2차 보상이라는 단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 귀책 사유로 돈을 주고 산 재화를 돌려주는 것이라면 그건 보상이 아니라 환불이라는 표현을 써야 맞다”고 의견을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고객 대응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 A씨는 지금까지 리니지M을 하면서 지난 2년 간 약 40억 원 가량을 썼다고 주장했다. 불과 4일 만에 지불한 약 1억 6000만 원의 비용에 대해 환불도 아닌 납득할만한 설명과 보상을 요구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죄송하다는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 등 다른 업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객 대우다.

앞서의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환불의 경우 특성상 게임 진행을 통해 획득하는 아이템이나 미리 충전한 유료 재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대부분 다른 게임도 비슷한 약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2차 보상에 대해 A씨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억울한 부분을 다른 모든 게임 이용자들이 알게 된 부분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에 대해서는 부족하나마 만족한다”며 “다만 엔씨소프트 측의 이렇다 할 사과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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