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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세 30% 내막]③ 국경없는 플랫폼 시대, 규제와 국룰 사이

특정 외국 기업 때리기식 규제, 우리 기업 경쟁력 확대에 긍정적이기만 할까

2021.03.19(Fri) 18:56:03

[비즈한국] 앱 마켓 생태계에 대한 기업과 시장의 여러 가지 고민이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지금도 여러 가지 플랫폼 안에서 수많은 기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꼭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떠나 적절한 규제가 고민되어야 할 만큼 그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최근 지속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온라인 게임의 확률 뽑기도 결국 앱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적인 현상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사진=최호섭 제공

 

#규제의 역할은 ‘게임의 법칙’​ 만들기

 

규제는 참 많습니다. 규제 강국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 이후에 법과 규제가 바뀌는 세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래서 매 정부마다 특별 위원회를 만들어서 규제 철폐를 이야기하죠. 그러다 보니 규제가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규제는 나쁜 게 아닙니다.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적절한 규칙을 세우는 거죠. 소비자들에게 피해 입히지 않으면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라는 게임의 기본적인 원칙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 규칙은 법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거죠. 예를 들어서 최근의 게임의 가차 규제도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요구해 오던 거죠. 부당성에 대해서 정부도 알고 있었고, 여러 창구를 통해 개선을 바라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그 정서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직접 돈을 모아 메시지를 담은 트럭을 게임 개발사에 보내면서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죠.

 

하지만 확률 아이템의 판매는 수익과 직접 연결될 수 있으므로 기업들로서는 미련을 버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영업 비밀이라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뽑기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해라’는 뚜렷한 규제 하나로 많은 부분이 해소가 되는 거죠. `아이템 하나 뽑으려면 로또보다 10배 어렵더라’는 걸 이용자들이 알면 아이템 뽑기를 접하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확률 게임의 대부분은 그 확률을 미리 알려주는 게 이른바 ‘국룰’이지요. 그게 바로 규제의 역할이고, 또 운영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규제는 입법 과정을 통해 기업을 강제하지만, 국룰은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자율적으로 지켜집니다. 만약 기업이 국룰을 어긴다면 그때는 규제가 필요한 것이죠.

 

규제를 어기면 법적 처벌을 받지만, 국룰을 어기면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자칫 비즈니스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게임 메이플스토리 확률 논란으로 게임 이용자가 넥슨 본사 앞에 트럭을 보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법적 규제와 시장 규제의 경계

 

앱 마켓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까요. 구글은 모든 걸 잘하는데 규제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얻어맞기만 하는 걸까요? 국내 기업들은 모두 피해자일까요? 사실 그렇게 쉽게 양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생태계 자체가 너무 오랫동안 복잡한 사정들 속에서 합의를 통해 가다듬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당장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많은 개발자가 환영할 일이지만 구글도 이 규칙에 선뜻 손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나오기 전에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업계가 유통 업계를 상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사실 갑질이라기보다는 오프라인의 특성상 유통 환경이 너무나 복잡했고 일괄적인 관리도 어려웠습니다. 유통 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온라인 마켓은 딱 30%만 떼면 모든 걸 다 해주면서도 전 세계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었습니다.

 

개발자는 그냥 스토어에 올리기만 하면 자세한 분석 정보까지 다 보여주고, 불법 복제까지 막으면서 앱 판매액을 정확히 매겨서 주었던 것이죠. 플랫폼 수수료로 적당하다고 느낀 개발사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기업들도 많았죠. 카카오를 비롯해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나 캔디 크러시 사가의 킹닷컴 등 셀 수 없이 많은 개발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게 바로 플랫폼의 순기능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떼어내는 수수료율은 그 이전의 오프라인에 비해서 나아졌다는 것으로 10년 넘게 유지되어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도 괜찮다면 그대로 둘 일이지만 수익 분배가 적절하지 않다면, 또 부당하게 청구된다면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 뿐 아니라 직접 기업들이 맞붙어서 싸울 수도 있지요. 그리고 이런 경우는 법 보다는 경쟁과 합의를 통해 시장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30%가 대세였던 것이고요.

 

#뜻밖의 순기능, 전 세계 앱 수수료 낮춰

 

이번 법안의 논의를 통해서 구글이 매출 100만 달러까지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꺼내 놓은 것은 아주 높게 봅니다. 전반적인 규제의 방향은 갸우뚱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 안에서 중소 사업자들에게 장벽을 낮춰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이걸 기회로 구글도 한번 돌아보게 된 거죠. 그리고 수수료를 낮추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거고요. 규제의 긍정적인 부분이 이런 것이지요. 그리고 그 혜택은 전 세계의 안드로이드 앱 개발사, 그리고 더 나아가 이용자들에게 전해질 겁니다.

 

물론 그 과정이 구글을 옥죄는 모양새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넷플릭스 무임승차법’이나 ‘구글 갑질 방지법’ 같은 이름은 경쟁이나 올바른 규제보다, 명확히 특정 해외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너무 쉽게 비치는데,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XX전자 수입 금지법’, ‘OO자동차 관세 특별법’ 같은 걸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보일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여전히 내수보다 수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국내 기업들도 국경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이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우리나라에서 기업 차별의 여지가 뿌리내리면 언젠가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당 기업의 국가에서 차별이나 공격을 받을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려면 ‘국산품 애용’만으로는 안 됩니다. 소비자들에게, 앱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정책, 그리고 기술적인 차별점을 꺼내면서 더 낫다는 점을 보여주면 됩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죠. 원스토어 역시 수수료를 낮췄고, 결제 방법도 조금 더 유연하게 처리해줍니다. 게임 분야에서는 구글과 다른 심의 기준도 있고요. 그러면서 경쟁력을 찾아가는 것이죠. 일부 게임들은 그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같은 게임도 원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아이템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므로 이용자들이 다른 마켓을 떠나 원스토어를 찾기도 합니다. 이렇게 경쟁을 통해서 시장을 다져나가는 게 맞다는 것은 마냥 이상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콘텐츠 생산자가 종속된다는 역기능도 있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에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순기능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구글 IO컨퍼런스에 모인 전 세계 개발자. 사진=최호섭 제공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가질 수 있는 체질 필요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로 싸워야 하고, 그만한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플랫폼을 국내 기업들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건 경쟁력을 키워줄 수도 없고, 이용자들도 불편합니다. 이미 우리는 많이 겪고 있죠. 우리나라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걸 경험하고, 그 눈높이에 맞춰진 시장 안에서 싸워야 늘 이야기하는 글로벌 시장에도 나갈 수 있죠.

 

물론 플랫폼에 대한 부분은 예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모든 것은 크든, 작든 플랫폼과 연결됩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아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체질을 키워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적절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규제가 더해지면 소비자들의 이익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더 적절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겠죠. 그게 사실 규제의 적절한 역할이고,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시장에 맞게 현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기도 할 겁니다. 마냥 남들이 좋다니까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규제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제품을, 기능을 제대로 못 쓰는 차별을 받는 것도 말이 안 되죠. 플랫폼도, 결제도, 운영체제도 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목소리를 내야 만들어지는 겁니다.

 

앱 마켓을 비롯해 플랫폼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앱 개발사들이 돈 벌게 해주면 됩니다. 소소하게 앱 승인이나, 정책 그런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생태계는 그래도 돈을 벌기 위해서 모여든 플랫폼이고, 그 과정은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에서 합리적으로 돌아갑니다. 그 안에서 규제는 큰 그림만 그려주면 됩니다. 세세한 것까지 규제가 건드리면 애초의 목적과 달리 기업들의 자유도나 창의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규제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규제는 나쁜 게 아니고 꼭 필요합니다. 산업이 제도권에 들어간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과 산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을 지켜주기 위해 소비자와 산업이 희생되면 안 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어기면 국내 산업도, 기업도, 그리고 소비자도 그 규제안에 멈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걸 보고 배워야 더 좋은 것을 할 수 있지요. 지금도 선진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분이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해외 견학을 많이 둘러보는데, 진짜 봐야 하는 건 보편적인 소비자들이고, 젊은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 사람들의 수요와 경험과 지식이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기술들, 서비스들을 적절하게 국내 시장에 녹여낼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규제의 목적이 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키워주길 바랍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호섭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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