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모든 스타트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의미하는 ‘J커브’를 꿈꾼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늘 두렵고 서툴며 때론 초라하기까지 하다. 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기회를 잡은 스타트업만이 J커브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주어진다. 과연 그 위대한 과정에는 어떤 ‘업’과 ‘다운’이 있었을까.
살다 보면 “내가 만들어 팔아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구매한 재화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다. 출장세차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원준 갓차 대표는 이 말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2016년 8월 부산에서 출장 세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확히는 ‘방문형 디테일링 서비스’다.
디테일링 서비스는 케미컬 제품을 사용해 차에 묻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세차법이다. 일반 세차가 샤워라면, 디테일링 서비스는 때 밀기와 같다. 디테일링 서비스는 조명, 온도, 공간 등이 확보된 매장에서 이뤄지는 정교한 서비스다. 이원준 대표는 방문형 디테일링 서비스로 소비자의 시간 절약을 돕고 있다.
#START: 서비스 불만족에서 시작한 창업의 꿈
이원준 대표는 늘 바빴다. 방송 PD로 10년을 일하고, 칵테일바·만둣집 등 요식업을 수년간 경영했다. 차량 관리에 신경 쓸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아파트 세차 서비스다. 아파트 세차는 월 정액을 내고 밤에 세차를 받는 서비스다. 늘 시간이 부족한 이 대표에게는 최적의 서비스였다.
3개월이 흘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자신의 차가 미세한 흠집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 세차는 비대면 서비스다. 자신의 차량을 어떻게 세차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어느 날 그는 귀가 중 다른 차량을 세차하는 매니저를 목격했다.
“제 차에 숨어서 그들이 세차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10분 만에 3대를 처리하더라고요. 이건 세차가 아니다 싶더군요. 제가 그들에게 다가가 제가 돈을 더 드릴 테니, 제대로 세차해주시면 안 되냐고 물었어요. 그러나 그들은 ‘세차비 저렴하지 않느냐. 그래도 불만이면 다른 업체를 이용해라’며 거절하더라고요.”
이원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정밀하게 차량을 관리하는 ‘디테일링’ 서비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디테일링 케미컬 브랜드 ‘케미컬 가이즈’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디테일링 유니버시티’에서 3개월간 디테일링 교육을 받았다. 시장 조사를 포함해 총 1년 6개월을 준비한 끝에 그는 ‘갓차’ 서비스를 출시했다.
#UP: 습식 타월로 완성된 방문형 디테일링 서비스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파트는 디테일링 작업을 하기엔 제약이 많았다. 아파트 출장 세차는 지하 주차장에서 하는데, 먼지도 많고 차량 간 간격도 좁아 세차하기가 어렵다. 물과 스팀도 사용할 수 없다. 그는 “최악의 장소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몸도 힘들고, 그만큼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는 디테일링 서비스를 한국식으로 수정해야 했다. 다시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그가 찾은 핵심은 ‘타월’이었다. 그는 “건식 타월로 세차를 해왔는데, 습식 타월을 쓰니 성과가 있었다. 타월은 최고급 담요에 쓰는 소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타월만 바꿨을 뿐인데 노동 강도와 세차 시간이 2배 이상 줄었다. 소비자들은 출장 세차 비용으로 디테일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사업은 확장됐다. 예상치 못한 가맹 문의까지 들어오며 이 대표는 갓차를 플랫폼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DOWN: 살해 협박, 업무 방해까지…암묵적 사업 구역의 벽 허물다
고비는 있었다. 출장 세차 서비스는 업체마다 사업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독점 계약한 업체가 그 아파트 전체의 출장 세차를 도맡는 식이다. 그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독점 계약한 업체에 돈을 내고 서비스를 하거나, 권리금을 내고 그 영역을 사야 한다. 이와 무관하게 사업을 해온 이 대표와 갓차가 기존 업체들에겐 눈엣가시였을 터.
“다른 업체 직원들이 밤마다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세차 방해는 물론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더군요. 어느 날은 ‘너희 집 어디인지 안다. 사업 접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 전화도 받았습니다. 경찰 조사도 많이 받았고, 소송까지 진행한 건도 있습니다. 저만 괴롭히면 괜찮은데, 점주들이나 가족까지 건드리니까 용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을 했습니다.”
이원준 대표는 낡은 관행을 무너뜨리기로 했다. 최대한 인맥을 끌어 모아 아파트를 돌며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그는 “주차장은 주택법상 ‘부대시설’이다. 부대시설로는 영리 추구가 불가능하다. 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수십 년간 뒷돈 받으면서 한 업체에만 일감을 몰아주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다”고 회상했다.
노력은 조금씩 효과를 발휘했다. 이원준 대표가 거쳐간 곳은 웬만하면 사업 영역 구분 없이 모든 출장 세차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을 늘려갈 때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는 “주택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 법 공부를 정말 꼼꼼히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자치법규나 조례가 다를 수 있어 서비스 지역 확장 시 법률 검토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SK·카카오 플랫폼 통해 세차 서비스 확대
올해는 세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들이 4월부터 플랫폼 사업자로서 세차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 갓차는 두 기업 서비스에 모두 포함됐다. 5년 차를 맞이한 갓차에게 올해는 업계 1위로 올라설 중요한 시기다.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다는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려 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욕먹는 거거든요. ‘욕먹기 전에 잘하자’는 게 제 신념입니다. 세차에 진심인 분들만 면접을 통해 가맹점을 내줄 예정입니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특별하다고 느끼게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원준 대표는 무질서한 디테일링 서비스도 교육을 통해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재 부산에서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고 곧 서울에도 개원될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디테일링 교육을 하는 곳이 없었다. 유럽, 미국에는 디테일링 서비스를 위한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다. 국내도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테일링에 관심 두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위해 정형화된 기술을 교육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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