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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난망인데…벌써부터 '인플레+금리인상' 걱정이

한은 물가상승률 전망 상향조정, 고용·투자 회복 없으면 '인플레 탠트럼' 빠질 수도

2021.03.19(Fri) 12:54:51

[비즈한국]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경제성장률은 3.0%로 그대로 뒀지만, 물가상승률은 1.0%(2020년 11월 전망)에서 1.3%로 상향조정했다. 한은의 전망은 올해 한국 경제가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면서도 과도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빠지지 않는 리플레이션(경기 회복기 완만한 물가 상승)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확장정책과 한은의 통화 완화정책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다.

 

하지만 고용과 투자는 아직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 최근 물가가 급등할 조짐을 나타내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면 정부는 돈줄을 죄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높여서 안정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소비 여력 감소와 원리금 상환 압력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 흐름을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이런 ‘인플레이션 탠트럼(발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과 투자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 물가가 급등할 조짐을 나타내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1%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2월(1.1%)이래 1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한 달 전인 1월(0.6%)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거의 2배에 달했다. 2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물가상승률은 0.9%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1.1%)는 물론 한은 물가상승률 상향 조정치(1.3%)에 이미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한파와 조류독감(AI) 등으로 식료품 가격이 뛰고,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공산품 수급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정부가 4차 재난 지원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코로나19에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분출되고 있어 수급 차질에 의한 물가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향후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은 2.0%로 2019년 8월(2.0%)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또 1년 뒤 물가 상황을 예상하는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2월에 144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9년 5월(145) 이래 최고치다. 물가수준전망 C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을수록 1년 뒤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정부나 한은이 모두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의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 흐름에 접어든 것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재정·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음에도 시장은 조만간 기준금리가 상승할 거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시장에 몰린 과잉 유동성이 실물 시장으로 흘러들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와 한은이 기대하는 ‘리플레이션’이 아니라 금리상승·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인플레이션 탠트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물가 급등 우려에도 한은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2월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47만3000명 줄어드는 등 12개월 연속 감소하며 고용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 흐름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월 25일 열렸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위원은 “주요국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전면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리플레이션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현재의 유동성 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크게 다른 데다 자산시장과도 연계된 만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산매입 축소 개시 시점을 놓고 시장 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장기금리도 이에 동조해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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