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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삼성물산 주총, 국민연금 반대한 '이사 보수 한도' 무사 통과

사전 전자투표로 의결 정족수 넘어 현장 투표 안 해…주주들 '주주 환원 정책' 제고 요청

2021.03.19(Fri) 14:37:19

[비즈한국] 삼성물산이 19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앞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이사 보수 한도’​에 반대하기로 결정했지만, 총회에 상정된 모든 안건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해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외이사에 선임된 정병석 한국기술대 명예교수는 삼성물산의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 됐다. 이날 삼성물산은 사업이익 배당과 지주회사 전환 계획 등을 묻는 주주 질의에 “계획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물산이 19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의장을 맡은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개회선언을 하는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주총장 방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주는 주총장 입장에 앞서 △출입 명부 작성 △체온 측정 및 손 소독 △소지품 확인 △문진표 작성 △주주 확인 등 절차를 거쳤다. 좌석은 2미터 간격을 뒀고 주주 확인 후 즉석에서 좌석을 배정​했다. 발언대엔 비말 전파를 막고자 투명 아크릴판이 설치됐다. 발언자를 제외한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국민연금 반대한 ‘이사 보수 한도 승인’까지 모든 안건 통과

 

삼성물산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선방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30조 2161억 원, 영업이익 8571억 원, 순이익 1조 160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 1% 줄었지만, 순이익은 법인세 비용 등이 감소해 11% 증가했다. 의장을 맡은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경험했던 한 해였다. 삼성물산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사업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 매출 30조 원, 당기순이익 1조 2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주총에 상정된 △재무재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전 전자투표와 위임장을 통해 찬성 의사를 밝힌 주식 수가 의결 정족수를 넘어 총회장 표결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사내이사에는 고정석 상사부문장(사장)이 재선임됐고, 오세철 건설부문장(사장), 한승환 리조트부문장(사장), 이준서 패션부문장(부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사외이사에는 정병석 한국기술대 명예교수, 제니스 리 김앤장 고문, 이상승 서울대 교수, 필립 코셰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 최중경 한국 가이드스타 이사장이 선임됐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총회 직후 정병석 사외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정 의장은 삼성물산의 첫 번째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이다. 이밖에 거버넌스위원회를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위원회로 개편하고 사외이사 전원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정 의장은 ESG위원장을 겸임한다.​ 

 

올해 삼성물산 이사의 보수 한도는 전년 대비 60억 원 감소한 2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이사 보수 한도 260억 원 중 124억 원을 실제 집행했다. 삼성물산 주식 8.44%(​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16일 ‘경영성과 미연계’를 이유로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반대하기로 결정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고정석 사장은 안건 상정에 앞서 “2021년 이사 보수 한도를 작년 대비 60억 감소한 200억 원으로 승인 받고자 한다. 이사 보수 한도는 이사의 중도 사임을 대비한 퇴직금 예상액 등이 포함된 전체 한도”라며 “실제 집행에서는 이사회에 위임해주면 이사회에서 최대한 절약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창출 이익 배당”, “지주 회사 전환” 질문 이어져 

 

총회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주주가 눈에 띄었다. 2020년 삼성물산 총 배당액은 전년보다 495억 원(15%) 증가한 3794억 원으로 확정됐다. 한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2300원 , 우선주 2350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00원 올랐다. 앞서 삼성물산은 투자자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2월​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2020년 배당금부터 관계사 배당 수익의 60~70%를 재배당하고, 한 주당 배당금은 2000원을 최소 지급액으로 정해 점차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가 주주 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는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삼성물산은 일반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지주회사다.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이나 현금흐름은 배당에서 제외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고정석 사장은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기존 사업 재투자 및 신규 성장사업 발굴 등을 활용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 관계사 배당수익을 배당재원으로 삼아 예측 가능한 안정적 주주 환원 증대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 주주는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순자산 증가분 대비 크게 하락한 것을 지적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했다. 

 

지주회사 전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 LG나 SK처럼 완전지주회사 체제로 나아갈 것인가”를 물었다. 고정석 사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요건이 엄격하고 막대한 자원이 소요된다”며 “현재 국내법상 지주회사는 상장회사의 지분 20% 이상, 비상장회사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비율은 30%, 50%로 상향 예정인 바, 이를 충족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또 일반 지주회사의 경우 금융회사의 주식 소유가 금지되는 등 제약 사항도 많아 현재로서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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