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만년 적자 기업이던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유통업계는 어느 때보다 급격한 지각변동을 경험 중이다. 쿠팡을 따라잡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신선식품 키우기에 돌입했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열기 또한 뜨겁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 원 확보한 쿠팡, 콜드체인 강화
쿠팡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100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 대비 40.71% 상승한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거래량은 9000만 주로 나타났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100조 원 규모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내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5조 원 규모의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미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공격적인 고객 혁신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고, 박대준 쿠팡 대표는 “물류센터와 관련 인프라 강화,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신선식품을 위한 물류센터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신선식품 강화는 유통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장보기가 늘면서 신선식품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쿠팡은 전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신선식품을 위한 콜드체인을 갖춘 곳이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부천, 김해, 오산 등의 물류센터가 신선식품을 전담한다고만 알려져 있다. 쿠팡 관계자는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의 자세한 수치는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3R랩스 대표는 “쿠팡이 가진 콜드체인 센터가 많지 않다. 앞으로 신선식품 전용 센터를 확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대규모 냉동창고를 확보하면 제철 상품을 대량으로 냉동한 뒤 상시 판매하는 비즈니스 등 다양한 수익 사업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쿠팡은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 예정인 대구국가산단 초대형 물류센터(27만 5800㎡, 8만 2000여 평 규모)와 대전, 광주 등의 물류센터에 콜드체인과 냉동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아마존·알리바바도 못 잡은 국내 시장, 쿠팡이 잡을까
쿠팡의 고속 성장에 유통업계는 긴장 상태다. 조금만 방심하면 쿠팡이 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국은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석권한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대형 시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 이커머스 시장은 보통 1개 업체가 독점으로 시장을 차지한다. 반면 국내 시장은 유통 3사 외 홈쇼핑, 종합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기업이 고르게 분산돼 있다.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이러한 시장의 다양성에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쿠팡이 상장하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기업이 경쟁하던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 쿠팡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경쟁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집 키우기, 영역 확장 등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특히 다수의 기업이 신선식품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성의 대표는 “현재 국내 시장의 전체 온라인 침투율은 40% 수준인 데 비해 신선식품은 18%다. 최소 2배 정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로 꼽히지만, 그간 물류와 신선식품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60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체결해 물류 부문의 경쟁력 높였다. 이어 ‘장보기’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하고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식품관, GS프레시몰 등을 입점시켰다. 16일에는 신세계그룹과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다. 신선식품에 한계가 있는 GS홈쇼핑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GS리테일이 합병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박성의 대표는 “신선식품은 다른 상품들과 달리 제품 구매 주기가 짧다. 세탁기, 냉장고를 구매하는 것과 양파, 우유를 사는 구매 주기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라며 “신선식품을 강화하면 트래픽을 위해 광고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객이 매주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쿠팡 상장하고 나니 이베이가 저렴해 보이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기업이 몰리는 것도 ‘쿠팡 효과’로 보고 있다. 16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은 지난해 3월부터 들려왔다. 국내 유통 대기업, 사모펀드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설을 부인했으나 업계에서는 그때부터 물밑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당시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매출 성장이 정체 중이고 이익률도 떨어지고 있어 인수 후보자들이 쉽사리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 5조 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가도 높다고 판단했다.
쿠팡 상장 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분위기는 반전을 맞았다. 쿠팡이 상장하면서 이베이코리아 매각가가 낮아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거래액만 보면 쿠팡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가격은 20배 차이가 나니 탐나는 매물이 됐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올해 유통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박성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선두그룹이 3강 구도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중간 그룹도 앞으로 치고 나갈지, 아니면 자신의 영역을 지킬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라며 “작은 회사들은 사업을 접거나 특화 서비스로 나아갈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얼마나 영향력 있는 기업이 인수하냐에 따라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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