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네이버·카카오·쿠팡에 충전해놓은 내 돈은 안전할까

예치 규모 커지는데 법적 보호장치는 전무…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국회서 논의 중

2021.03.18(Thu) 14:57:06

[비즈한국] 직장인 A 씨는 점심을 먹은 뒤 밥값을 한꺼번에 계산한 동료에게 카카오페이에 충전해둔 돈을 송금했다. 퇴근 후 커피를 마시며 눈여겨본 운동화를 결제하기 위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하고, 쿠팡에 정기 자동 충전된 쿠페이 머니로 로켓프레시 식자재를 구매했다. A 씨는 “대부분 만 원 단위로 충전돼 132원, 2300원 같은 애매한 돈이 남지만 다음 구매에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곳곳에 충전해 놓은 돈이 안전한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간편결제·송금업체가 보유한 선불충전금은 2조 원에 육박한다. 사진=네이버페이 모바일 화면 캡처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선불충전금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선불충전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한 규제가 아직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미비해 빠른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불충전금이란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관리업자로 등록한 전자금융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 자금을 말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체 47곳이 보유한 선불충전금 잔액은 1조 9925억 원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증가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선불충전금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28일부터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그전에는 전자금융업자의 경영 악화 등으로 지급 불능상태가 벌어질 경우 보호장치가 전무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선불충전금을 고유자산과 분리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탁업 인가를 받은 외부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선불충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주된 이유는 이용자의 결제 편의성과 록인(lock-in, 이탈 방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의 조치도 촘촘해졌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선불충전금의 안전성과 관련해 내·외부에서도 논의가 있었고, 이젠 법제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소비자 보호에 가장 예민한 게 기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걸 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다. 지난 2월 카카오뱅크 공동창업자 출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쿠팡페이, 이베이코리아, 티머니 등 이용자 자금을 외부에 예치하지 않은 업체 리스트를 공개하며 “이들에게 이 충전금을 신탁이나 국채 투자로 외부에 예치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어긴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은행 예금과 달리 이들 업체의 선불충전금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부실 경영으로 회사가 망하면 이 돈은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1월 이를 경계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결제원 운영 지급결제시스템 정기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은행은 “선불지급수단(선불충전금) 발행 핀테크 기업의 앱 화면에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선불충전금과 보호 대상인 금융기관 예금액이 모두 동일한 ‘잔액’으로 표기되고 있다”며 오인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선불충전금을 예금과 구분해 명확히 ‘충전금’, ‘충전잔액’ 등으로 표시하고 ‘선불충전금은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넣도록 오픈뱅킹공동망 운영자인 금융결제원에 권고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선불충전금을 외부에 예치하지 않은 업체로 공개된 쿠팡은 3월 2일 관련 약관을 개정한다는 공지사항을 띄웠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빠른 속도로 커지는 선불충전금 규모에 정부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쿠팡 또한 상장을 앞두고 금감원으로부터 지적받은 내용을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쿠팡페이는 이용자 자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을 이용자를 수익자로 해 신탁하거나 이용자를 피보험자로 해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나머지 50%도 안전자산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한편 업체들은 선불충전금을 충전하거나 사용할 때 포인트를 더 주는 이벤트 등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하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이달 말 선불충전 시스템인 ‘배민페이머니’를 도입할 예정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충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관리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투자 상품을 운용해왔다는 게 업계에 공공연한 이야기다. 아직은 국내에 큰 위험이 생긴 사례가 없지만 언제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해외 사례가 분식회계로 파산한 독일의 핀테크 기업 ‘와이드카드’다. 너무 큰돈을 묶어놓지 않도록 소비자도 경계해야 하지만, 소비자를 보호할 법안이 만들어지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핫클릭]

· 네이버 후불결제 '고작 30만원'에 신용카드사 긴장한 까닭
· 네이버·카카오·배민…플랫폼 기업에 '이익공유제' 요구하는 까닭
·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에 찍힌 진짜 이유 '디지털 화폐'
· 한국판 아마존 향한 이커머스 전쟁 "진짜가 나타났다"
· 쿠팡 중고거래 진출 시나리오 '배송은 로켓, 결제는 쿠페이'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