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지난해 라면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16년 이후 1조 원대에 머물던 국내 라면 시장규모는 지난해 2조 1500억 원으로 성장했다. 라면 업계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농심과 오뚜기의 경쟁도 치열하다.
#농심 키운 신춘호 회장 퇴임, 신동원 부회장 시대 열리나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 부동의 1위다. 1985년부터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신라면, 짜파게티 등의 인기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의 2020년 매출은 2조 6398억 원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03억 원으로 103.4% 성장했다. 농심은 “국내 주력 사업인 라면·스낵의 매출 및 해외 사업 성장 등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올해 초 농심의 이슈는 경영 승계다. 창업 후 56년간 농심을 키워온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신 회장은 마케팅과 기획 능력이 탁월한 CEO로 알려져 있다. ‘신라면’, ‘새우깡’, ‘백산수’ 등 히트 상품의 작명에 직접 참여했고,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등의 인기 카피를 완성하는 데도 아이디어를 냈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경영 일선에 참여했으며 회사의 굵직한 결정을 맡았다.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춘호 회장의 뒤를 이를 농심 차기 회장은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농심은 25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신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을 비롯해 박준 부회장, 이영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동원 부회장의 2세 경영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1979년 농심 사원으로 입사한 신 부회장은 1994년 전무이사, 1996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는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 부회장은 농심의 해외 사업 확대에서 성과를 보였다. 중국, 미국 등 해외 공장 준공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한 그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25% 상승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농심 관계자는 “신동원 부회장이 박준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계로 농심의 전반적 경영을 해왔다. 아직 차기 회장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으며 주주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동원 부회장이 해외 사업을 강조해온 만큼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경우 농심의 해외 사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39% 수준이며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보다 12% 확대됐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확대가 어렵다 보니 해외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는 농심의 장기적 전략이다. 현재 미국 LA에 제2공장을 설립 중이며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간 착실히 쌓아온 오뚜기의 ‘착한 기업’ 이미지, 중국산 미역에 무너지나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온 기업이다. 2016년 말 함영준 회장이 1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편법 없이 납부하기로 하면서 대표적인 ‘착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많은 기업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를 줄이려 편법을 쓰는 모습과 상반된 행보로 호감을 얻었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가진 ‘호프 미팅’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함영준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 등도 감동을 줬다. 2008년 이후 진라면 가격을 동결하는 ‘저가정책’도 큰 호응을 얻었다.
착한 기업 마케팅은 오뚜기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2015년 20.5%였던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18년 상반기 기준 26.7%로 올랐다. 시장 1위인 농심(51.9%)의 점유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만, 농심이 같은 기간 5.7%p의 점유율 하락이 있던 것에 비하면 의미 있는 성장이라는 평가다. 2017년 2조 1261억 원의 매출은 2019년 2조 3596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악재가 겹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3월 10일에는 중국산 미역 논란이 불거졌다. 오뚜기에 미역을 납품하는 업체가 중국산 미역을 국산으로 속여 납품해왔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해당 업체는 중국산 미역 혼입 외에도 염화칼슘 등의 약품 처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1월 해당 사건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도, 물량 회수 등의 조치도 없었다. 그러다 사건이 보도되고 오뚜기의 이름이 언급되자 부랴부랴 사과문을 올리고 전량 환불 조치를 결정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만 받고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다. 확인된 사실이 없는 상태에서 조치를 취하면 납품 업체 측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뚜기라는 브랜드에 신뢰를 갖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보니 사과문을 올리고 회수 조치를 취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납품 업체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 마케팅을 실행하는 기업을 ‘정직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 이러한 기업에 부정적 문제가 생기면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배신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면서 “즉각적 사과와 더불어 앞으로의 조치 등을 공유해 신뢰감 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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