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자녀에게 용돈 대신 주식을 사주는 부모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미성년 신규 주식 계좌 개설 건수는 29만 1080건이다. 월평균 신규 계좌 수는 2019년 7778건이던 것이 2020년에는 3만 6385건으로 급증했다. 펀드 투자 역시 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자녀 이름으로 펀드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ETF(상장지수펀드) 가입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초등생 경제 교육 어떻게 하나요?’ 조기 금융 교육 관심도 높아져
자녀의 주식, 펀드 계좌를 개설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아이들이 직접 투자하고 운용할 수 있게 도우려는 부모도 늘고 있다. 특히 주식투자로 1000만 원 넘게 번 초등학생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부모들의 자녀 금융 교육 관심도는 더욱 높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초등학생 아이 경제 교육 어떻게 시켜야 하나’ 등의 질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전의 경제, 금융 교육이 ‘저축 습관 기르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주식, 투자 등으로 달라졌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금융 교육을 진행하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측은 “학교의 신청을 받아 금융 교육을 진행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원하는 교육 주제가 주로 용돈, 소비생활 등이었다”면서 “최근에는 주식, 투자 등에 대한 교육 요청이 많다.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7세 자녀를 둔 장민아 씨(36)는 “지난 설에 아이가 받은 세뱃돈을 가지고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며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며 주식에 관해 설명했고, 앞으로 받는 용돈의 절반은 주식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투자 붐을 보면서 좀 더 어릴 때 투자에 대한 개념을 익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 일찍부터 투자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교육이나 놀이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어린이 대상 주식 강의까지 생겼다. 지난 2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주식으로 이해하는 어린이 경제 클래스’ 강의를 오픈했다. 6세 이상 어린이부터 수강 가능하며 경제 흐름을 주식을 통해서 배우는 콘텐츠다.
‘주식으로 이해하는 어린이 경제 클래스’를 기획한 김훈 씨(‘미국주식으로 부자 되기’ 저자)는 “주식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제대로 된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늘었다. 예전에는 주식을 투기, 도박 등 부정적 시선으로 보던 것이 달라지고 있다”며 “조기 경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부모들이 많이 깨닫고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서 어린이 주식 교육을 소개했을 때 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주식으로 이해하는 어린이 경제 클래스’는 키즈 카테고리 론칭 이후 가장 많은 수강생을 모은 클래스 중 하나”라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강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꼭 필요한 수업이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학부모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라 추후 또 다른 금융 교육 개설도 고려하고 있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종잣돈 만들기’, ‘용돈 관리하기’ 등의 콘텐츠를 계획 중이다. 또 ‘부동산’, ‘사업’ 등의 아이템도 고민 중”이라면서 “아이들이 직접 부동산이나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른 경제 인식과 거시적인 안목으로 경제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영국은 정규 과목으로 금융 수업, 국내 금융 교육 수준은 아쉬워
조기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국내 금융 교육 수준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윤진이 씨(38)는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다. 그나마 은행에서 진행하는 금융 교육이 인기가 높아 겨우 신청했는데 강의가 50분이면 끝난다. 내용도 별것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금융 교육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 후 금융위는 “많은 기관이 금융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나 콘텐츠, 전달 채널, 강사 등의 질적 성장은 더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등은 경제·금융 교육을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지정해 수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AT 기본 과목인 영어, 수학에 금융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며 “수학 과목을 통해 배우는 내용의 상당수가 금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이러한 것을 전제로 강의를 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단순 암기과목으로 수업한다”고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선택과목으로 ‘경제’를 선택해야 경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전체 학생의 2%만이 경제 교육을 받는다. 금융 파트는 경제 과목에서도 비중이 작아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더 충실한 금융 교육을 대부분의 학생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독립된 과목으로 도입하는 방향도 좋으며, 수능에서도 국영수 과목에서 점차 금융 관련 문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금융 교육이 구색 맞추기 식의 일회성으로 진행돼 제대로 된 수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는 “보통 어린이, 청소년 금융 교육은 정규 교육 시간에 일회성으로 진행한다. 금융 교육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일회성이라도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제는 정기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교육협의회는 ‘금융교육 개선 기본방향’을 의결하고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해 금융 교육의 체계성·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양질의 교육 인력 확보, 실용적 교육방식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일회성으로 진행되던 교육을 중학교 자유학년제에 적용 가능한 8차 시(8강) 금융 교육으로 확대하는 준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3~4월에는 교육 제도를 적용할 학교를 모집한다. 시범 사업은 5월부터 시작될 거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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