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세리는 골프선수 시절 방송계에서 ‘모시기’ 어려운 스타 중의 스타로 손꼽혔다. 그랬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MBC ‘나 혼자 산다’, ‘쓰리박’을 비롯해 E채널 ‘노는 언니’ 등에 출연하고 있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생활이 하나씩 공개되자 예상치 못했던 박세리의 면모에 대중은 환호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속 박세리의 매력을 한 단어로 응축하는 대표 닉네임은 ‘리치언니’. 웬만한 동네 편의점 수준으로 각종 식자재를 집 안 펜트리에 갖추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선 늘 예상을 초월하게 음식을 주문한다. 개그우먼 김민경 집에는 집들이 선물로 수백만 원의 조경을 선물하고, 명절에는 직원들에게는 두 손 무겁게 전을 부쳐주는 여자. 사람들에게 관대한 선물을 하고 배를 두둑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진정한 실력과 노력으로 한 분야의 정상에 올랐던 그녀가, 스스로 해주는 ‘플렉스’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플렉스’는 보는 이들에게도 흐뭇한 미소를 전파한다.
그런데 박세리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돈 많은 언니’여서가 아니다. 닉네임 ‘리치언니’라는 단어에 걸맞게 정신도 마음가짐도 열정도 진심으로 풍요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후배들 혹은 주변 지인들에게 스케일 크게 ‘플렉스’ 하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한 권위 의식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 그런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꼰대스러운 해법, 혹은 “라떼는 말이야~”라고 읊조리는 식이 아닌, 먼저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 공감하려 노력한다. 후배들과 게임할 때는 강력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어떤 게임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몸에 녹아 있다. 얼핏 말로는 툴툴거리고 귀찮아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무언가를 시작하면 책임을 다하는 사람. ‘리치언니’가 남다른 이유다.
말 그대로 재력도 마음도 풍요로운 ‘리치언니’ 박세리. 그녀에겐 여러 매력적인 면모가 있지만, 대중이 가장 열광하는 포인트는 최강의 프로페셔널 성공인이 보여주는 극강의 소탈미가 아닐까 싶다. 배가 불러 뭔가 액티비티를 하자는 후배들의 제안에 “계속 먹으면 소화돼”라고 시크하게 응수하거나 한쪽으로 먹고 싶은 것이 쏠리는 것이 싫어 “프라이드와 양념치킨을 반반이 아니라 한 마리씩 시킨다”고 말하는 사람.
세상 멀게만 느껴지던 성공한 사람 박세리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펼쳐 보이는 반전매력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직장 상사라면 얼마나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실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서봤는데도 극강의 소탈미를 품은 사람. 아마도 우리 같은 범인은 이렇게 완벽하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리치언니’처럼 성공하고 돈 많기는 어려워도 ‘리치언니’가 베푸는 미덕과 소탈함은 따라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의식적으로 후배들과 대화할 땐, 제발 좀 경청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상사가 돼보자. “라떼는 말이야~!” 식의 꼰대스러운 태도는 집 안 서랍장 안에 넣어두고 출근하시길. 때론 점심식사 함께한 후배들에게 식후 간단한 디저트라도 편의점에서 하나 사 줘보면 어떨까? 후배들 중 누군가 “배부르다~!”라고 말하면 시크하게 ‘리치언니’처럼 한 마디 내뱉어라. “계속 먹으면 소화돼.” (박세리 어록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점심시간 사전 박세리 이슈 대화 필수!) 순간 당신의 베품지수도 소탈 유머지수도 눈금 하나씩 더 올라갈 것이다.
상사라면 ‘리치언니’ 박세리처럼. 그녀처럼 멋짐뿜뿜에 재력과 성공까진 탑재하지 못해도 후배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소탈미 한 스푼 정도는 탑재한 상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 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바즐’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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