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4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차원에서 나온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개발 발표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2명이 광명 신도시 개발지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것.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과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전수 조사 및 수사 의뢰를 지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처벌 가능성에 대해 ‘입증할 것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 정보 습득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직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입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LH 직원 12명, 본인·가족 명의로 100억 원대 땅 사들여
광명시흥지구 신도시 3기 확정발표 전 100억 원대 투자를 한 사실은 참여연대 폭로로 알려졌다. 직원 12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와 LH,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전수 조사 후 필요시 수사의뢰도 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엄벌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광명·시흥지구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100만㎡ 이상 택지 2곳까지 포함한 총 8곳을 대상으로 정부 합동조사단이 대대적인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LH 직원과 국토부 공무원, 산하 지방청 공무원 등 정부의 진상 조사 대상자만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합동조사단은 수만 명을 전수 조사해 내부 정보 불법 활용 케이스를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 주체인 경찰도 곧바로 착수했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동시에 시민단체가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 출범한 국가수사본부가 나섰다. 국수본이 이처럼 대형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국수본이 경기남부경찰청·경기북부경찰청·인천경찰청의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으로 편성된 특별수사단에 투입돼 투기 의혹 확인에 들어갔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경우 보강 수사를 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직접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경찰이 주도적으로 지휘하는 ‘첫 번째 주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범죄 혐의 입증은 ‘어렵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법조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광명에 땅을 산 12명은 모두 신도시 개발 관여 부서 소속이 아니다. 특히 당사자들은 언론 등의 인터뷰에서 “언론이나 이미 공개된 정부 관련 홈페이지 등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투자했다”며 내부 정보 불법 활용을 부인했다.
청와대가 ‘수사까지 이어지는 엄벌 의지’를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토지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 정보 활용 입증이 되어야 처벌이 가능한 사건이다. 내부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았거나 정보를 건네준 쪽에서 ‘내가 알려줬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에 털어놔야 하는데 처벌될 걸 알면서 이를 순순히 털어놓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토지 소유 여부보다는, 향후 보상금을 노리고 농사를 하겠다는 등의 거짓 정부 신고 등 부수적인 처벌만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내부 정보 활용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토지 몰수 등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토지 소유 여부를 시작으로 △내부 정보 취득 경로 △구매 시점 등 추론 가능한 증거들을 최대한 확보해 기소까지 끌어내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의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경찰 수사력을 증명할 수 있지만, 여차하면 역량 부족이 드러나면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 이런 경제 범죄의 경우 검찰이 훨씬 정통한 영역인데 이제 경찰로 넘어간 것이라 법조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력이 어느 정도인지, 수사 종결권을 받아도 될 만큼의 능력을 확보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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