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작년부터 꾸준히 생각한다. 아, 지금이라도 주식을 해야 하나?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내 주변만 봐도 부동산에 열을 올리는 친구, 동학개미는 물론 서학개미로 투 사이드잡을 지닌 친구, N잡러가 되어 시드머니를 버는 친구 등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선연히 기억한다. 작년 4월 2일, ‘비즈한국’ 담당 기자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기자님, 우리도 지금 삼성전자를 사야 할까요?”라는 이야기를 나눴던 그 순간을. 그날 삼성전자의 종가는 4만 6800원. ‘만약에’라는 가정만큼 부질없는 게 없다지만, 정말 어휴.
감사하게도 그리 부족하지 않게 자랐고, 돈을 벌고부터는 원체 버는 돈이 작고 귀여웠기에 ‘술값만 모자라지 않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래서 뒤늦게 찾아온 이 포모증후군(FOMO Syndrome: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이 꽤 낯설다. 간이 작아 쉽게 주식에 뛰어들지 못하는 내게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무척 훌륭한 대체재이자 재미난 예능이다. 카카오TV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방영하는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연예인들이 경제 멘토와 함께 주식 투자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그램으로, 경제 해설가이자 ‘삼프로TV’ 대표 ‘김프로’ 김동환과 전 펀드매니저이자 유튜버 ‘슈카’가 멘토로 나선다. 신의 한 수는 연예인 출연진으로, 노홍철과 딘딘, 김종민과 미주(시즌1은 기상캐스터 김가영)가 등장한다.
이미 ‘무한도전’에서 ‘망한 주식 투자’의 아이콘이 되었던 노홍철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처절한 폭소를 자아낸다. 시즌1 1화에서 그의 13년 투자 연대기를 들을 수 있는데, 근래 들어 그렇게 서글프지만 웃긴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지인의 권유에 이끌려 아직도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코스닥 상장 회사에 투자했다 처절한 상처를 입고, 코스피 상장 회사에 투자했다가 경기 흐름으로 빈사 상태의 잔고를 맞이했다가, 또 지인의 권유로 비상장 회사에 투자했다 관계 두절을 맞고, 나중에는 가상화폐에서 마이너스 97.42%를 기록하더니, 2020년 팬데믹 사태에서 인버스 투자를 하기에 이르는, 그야말로 노홍철은 자막에 쓰인 것처럼 21세기 한국경제의 저점에 기가 막히게 투자하며 ‘홍반꿀(홍철이 반대로 투자하면 꿀이다)’이라는 신조어를 낳기에 이른다.
다른 출연진들도 만만치 않다. 2시간은커녕 몇 분 안에 매수와 매도를 해치워 버리는 초단기 투자만 감행하는 딘딘은 ‘딘딘하다’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오랜 투자 경력이 있지만 여전히 “종목 몇 개만 찍어주십시오”라며 지인의 정보에 의존하는 김종민이 웃음을 자아냈다. 시즌2 출연 첫 회부터 포트폴리오를 프로폴리스와 헷갈리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미주는 화룡점정. 주식 열풍을 타고 여러 방송에서 ‘열일’ 중인 김프로와 슈카의 입담, 방송국 출신 스태프들의 센스 터지는 자막과 연출이 어우러지며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완벽한 예능의 길을 걷는다.
신기한 건 폭주하는 웃음 속에 깨알같이 주식과 경제 지식을 아우른다는 것. 양봉, 음봉도 모르던 ‘주식 멍청이’가 이 방송을 보면서 주워들은 종목들을 (깔아만 놓은) MTS에 끊임없이 검색해 보고,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섹터) 종목들을 훑어보게 만든다. 무슨 회사인지도 모른 채 모더나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투자했다가 6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거들먹거렸던 딘딘이 “아, 모더나에 10억만 태웠어도(6억을 버는 건데)!”라고 탄식할 때 감정이입 했다가, 그가 시즌2 마지막 수익률 성적표에서 마이너스 7%로 4등의 성적을 받는 모습을 보며 섣부른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감하게 해준다. 이토록 생생한 경제 공부를 나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코스피 2400대이던 2020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코스피 2540을 찍은 시즌2 첫 화를 지나 코스피 3000 시대에 시즌3를 시작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시즌2에서 캠핑을 떠나며 언택트 관련주를 공부하던 이들은 시즌3에서 연예인 가치 투자의 대명사 전원주를 만나 가르침을 얻은 뒤 본격적으로 자동차 관련주에 대해 공부할 모양이다. 여전히 회사 가치를 분석하랬더니 CEO 관상이 너무 좋아서 투자하겠다며 난리법석을 치지만(하지만 나도 설득당했다), 은연중에 재미나게 경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제품을 보다가 이 회사는 또 무얼 만들고 주가는 얼마나 하지 찾아보게 만든다.
‘주린이’ 미주가 시즌2 마지막 회에서 수익률 10.94%로 1등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그럼 나도 한 번?’을 생각하게 하다가, ‘김프로’도 마이너스 70%를 기록해 본 적이 있다는 고백을 들을 땐 또 신중해야 함을 깨닫게 만드는 이 요절복통 프로그램은 카카오TV는 물론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종목을 추천해 주진 않지만 웃음은 확실히 보장하니 시간이 아깝지 않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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