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전자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고객 전화번호로 “관심이 있다”며 연락을 해와 물의를 일으켰다.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고객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접촉을 시도한 직원은 처음에는 “크게 잘못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다, 피해자가 계속 개인정보 취득 경위를 묻자 “해명했으니 노여움을 풀라”는 식으로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비즈한국 취재 과정에서 이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됐고 다음주 중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LG전자의 고객 개인정보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비스센터 방문 고객에게 관심 표시하며 메신저로 연락
3일 오전 A 씨는 노트북 충전기를 사기 위해 LG전자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서비스센터에 들어가자마자 A 씨는 출입문 바로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접수증을 받았다. 접수증에는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 네 개가 적혀 있었다. 접수증을 받은 고객은 서비스센터 안쪽 대기 좌석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센터 곳곳의 모니터에는 고객 전화번호 일부가 뜬다. 010-0***-0000 식이다.
당시 A 씨 앞에 대기 인원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A 씨는 대기 좌석이 있는 서비스센터 안으로 들어갈 일도 없었다. A 씨는 접수증을 받자마자 곧바로 출입문 쪽 창구를 안내받았다. 해당 창구 여직원에게서 충전기를 구매한 후 대략 3분 만에 서비스센터를 나갔다. A 씨를 본 사람은 몇 명이 채 안 된다. 키오스크 쪽에 있던 직원, 응대해준 여직원, 그 옆 창구의 남자 직원 정도다. A 씨는 “3분 만에 바로 센터를 나갔기 때문에 (직원들을) 주의 깊게 보지는 못했다. 다만 응대해준 직원 옆에 40~50대로 보이는 남자 직원 실루엣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건 그날 저녁 7시. A 씨는 모르는 사람인 B 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B 씨는 다짜고짜 “혹시 대학생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A 씨가 “누구고 어디서 전화번호를 받았느냐”고 하자 B 씨는 계속 횡설수설했다. B 씨는 처음엔 “며칠 전 봤다”고 하다가 “비밀이다. 아는 사람을 통해 받았다. 지인 찬스다. 별다른 뜻은 없다”고 잡아뗐다. 연락처를 알게 된 경로와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A 씨와 “추궁당하는 것 같다. 큰 잘못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하는 B 씨는 두 시간가량 메신저로 옥신각신했다.
실랑이가 길어지다 결국 B 씨는 본인이 LG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임을 고백했다. 처음엔 전화 통화를 요구하다 A 씨가 통화를 거절하자 B 씨는 “연락한 건 관심이 있어서 한 거다. 추궁하듯 밀어붙이지 말라. 비밀을 지켜줄 수 있냐”며 입을 뗐다. 이어 “오늘 OO 지하철역을 오지 않았냐. 직원인데 연락하면 안 되는 보안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A 씨가 “이름이 뭐냐. 마주친 적이 없어서 물어본다. 방문한 고객이면 연락을 해도 되는 거냐”고 재차 물어보자 B 씨는 “신고하려 그러느냐. 열람해서 한 것도 아니다. 아무 의도 없었다. 어떤 의도가 있어서 해야 하냐.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해당 직원, 다음 날 서비스센터 번호로 석연찮은 해명 발송
다음 날인 4일 오전 8시, A 씨에게 해당 서비스센터 번호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B 씨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였다. “어제 판매된 부품 관련 전화 드렸다. 유선 통화가 안 돼 내선 번호로 연락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약 두 시간 지난 후 서비스센터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또 왔다. 이 문자에서 B 씨는 “자재실이다. 어제 사무실 전화가 아닌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 직원들의 자재 요청 혹은 부품 진행 상황을 요구하는 고객분들에 한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진행한다. 요청하시지도 않았는데 제가 업무를 하기가 편해 생각 없이 연락드렸다. 범죄나 다른 마음을 품고 연락드린 건 아니지만 고객님 입장에선 당연히 불쾌감 느낄 행동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 B 씨의 이야기를 납득하기엔 무리가 있다. 3일 A 씨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한 시간은 업무 시간이 지난 7시였고, 대화에서도 “관심이 있어 연락했다”는 표현을 썼다. 자재실 직원이라는 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B 씨가 A 씨 정보를 얻은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추정된다. 고객 A 씨가 키오스크에 번호를 누를 때 보고 바로 메모를 하거나 외웠을 경우, 응대할 직원이 부르는 휴대전화 뒷자리를 듣고 내부 전산 시스템을 이용해 전체 번호를 알았을 수 있다. 혹은 응대 직원이 고객에 물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엿듣고 기억해뒀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훔친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창구에서 부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한 전화번호를 메모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A 씨는 “물품을 구입하면서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직원에 전달한 적이 없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이야기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물품 구입 과정에서 이름과 전화번호가 쉽게 노출 가능하다는 점이다. A 씨는 “물건을 사면서 전화번호가 유출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되물었다.
#LG전자 “해당 직원 업무 배제, 사과문 전달하고 징계위원회 회부할 것”
사건이 발생한 직후 4일 오후 기자가 직접 해당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살펴보니 키오스크를 통해 방문 접수를 할 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칸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문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는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수집목적에 따른 범위를 초과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구영신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애초에 정보수집 권한이 있어서 받았다가 이용한 것이면 목적 외 이용이다. 이에 더해 부당한 방법으로 접근한 거면 별도 금지규정 위반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생각을 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4일 저녁 만난 A 씨는 “당시 대학교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갔다. 카카오톡도 내 실명으로 돼 있다. 결국 상대방은 내 이름과 연락처, 잘하면 소속이 어디인지까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솔직히 말하면 화도 나고 무섭기도 하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부모님에게는 아직 말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사건 내용을 파악한 LG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4일 오후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는 말을 반복했다. “직원이 아닐 수도 있지 않겠냐. 진행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달라”는 요청에는 “그럴 수도(직원이 아닐 수도) 있다. 확인해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법적으로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지 않겠나. 일단 답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 LG전자 측은 5일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다. 해당 직원을 오늘(5일)부터 업무에서 배제했고, 다음 주 징계위원회를 바로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고객에게 사과문을 오늘 중으로 보낼 예정이다. 고객 입장을 감안해서 전달 방식을 정하려 한다. 임직원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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