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2분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쿠팡이 공격적으로 상표를 출원하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미 사용 중인 상표를 두고 잦은 분쟁을 일으켜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작은 사업장이라도 상표권 관리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2017년 12월부터 경기도 화성시에서 ‘퀵팡’이라는 상호로 퀵서비스 업체를 운영해 온 이승은 씨는 얼마 전, 쿠팡이 39류(운송업)에 대해 ‘퀵팡’이라는 명칭의 상표를 출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쿠팡이 출원한 상표 ‘퀵팡’을 본인이 2017년부터 사용해왔음을 증명하기 위해 ‘정보제출서’를 특허청에 제출했다.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표를 먼저 사용했더라도 특허청에 먼저 상표를 출원한 사람이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출원되지 않았더라도 선사용상표가 특정인의 출처표시로 널리 인식된 경우에는 특허청이 예외적으로 선사용상표와 동일·유사한 출원상표를 거절할 수 있다.
특허청은 이 씨의 사용상표 ‘퀵팡’이 선사용되고 있음을 인정해도 출처 표시로서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상당한 정도로 인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쿠팡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무법인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중지요청 내용증명을 받았다. 퀵팡 상호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도메인 주소까지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허청이 보낸 ‘정보제공에 대한 처리결과 통지서’에는 상당한 정도로 알려졌다는 걸 입증할만한 광고실적이나 매출액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쓰여져 있는데, 동네에서 영업해 온 자영업자가 대기업과 실적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씨가 처한 상황은 지난해 하반기 SBS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며 유명세를 얻은 포항의 '덮죽'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해당 음식점이 TV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자 전혀 상관없는 제 3자가 ‘덮죽’ 명칭으로 상표를 출원하며 논란이 됐다. 특허청은 “‘덮죽’처럼 널리 알려진 상품의 경우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호가 보호된다”며 엄격하게 심사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쿠팡이 2019년 12월 출원한 ‘퀵팡’ 상표는 현재 출원공고가 났으며 이 씨가 지난해 10월 뒤늦게 출원한 ‘퀵팡’ 상표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씨는 “상표 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중지요청 내용증명서를 받고 나서야 5년간 사용해 온 상표를 뺏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사용 중인 도메인 주소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은 현재 이와 유사한 여러 건의 상표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최근 5년 된 임산부 전용 화장품 업체 ‘와우맘’의 상표에 대해 쿠팡이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한 사건도 있다. 심지어 이 업체 화장품은 쿠팡 오픈마켓에서도 판매 중인 걸로 알려져 쿠팡이 이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허청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현재 와우맘에 대한 불사용취소 심판이 제기돼, 특허심판원에서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해당 상표 권리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앞으로 특허심판원에서는 해당 상표 사용 여부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면밀히 살펴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사실관계를 밝혔다.
공우상 공앤유 특허사무소 변리사는 “불사용취소심판은 상표 등록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상표를 정리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로, 상표의 선등록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와우맘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쿠팡 측이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 쿠팡이 와우맘 상표를 포기하거나, 와우맘 측에 거액의 상표권료를 제시하고 마무리될 수 있을 것. 하지만 ‘퀵팡’ 상표의 경우 상표를 먼저 출원한 쿠팡 측이 유리하다. 선사용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 중인 상표가 널리 알려져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도 적극적으로 상표를 출원해 미리 등록을 받아 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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