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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숍은 바글, 일반 상권은 썰렁…'K자 회복' 고착되나

상위 20%, 하위 20% 소득 격차 커지는 추세…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 간 일자리도 양극화

2021.02.26(Fri) 11:48:15

[비즈한국] 정세균 국무총리는 15일 페이스북에 “코로나 극복 희망이 보이면서 경제전망도 낙관적으로 제시되지만, ‘K자 회복’이라 부르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심화한 경제 불평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가의 점포들이 폐업해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K자 회복’은 K자 모양이 보여주듯 회복기에 일부 부문은 빠른 반등세를 보이는 반면 또 다른 부문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 총리는 한국 경제가 이러한 K자 형 회복을 보일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한 것이지만, 소득이나 고용 통계 등은 한국 경제가 이미 K자 형 회복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실질소득 기준)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심화됐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각 가구에 지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을 제외한 월 평균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을 보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882만 2261원으로 1년 전(879만 6937원)보다 2만 5342원(0.3%)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지난해 4분기에 월 평균 시장소득이 101만 1897원으로 1년 전(108만 2568원)보다 7만689원(6.5%) 감소했다.

 

5분위 가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분기(-3.7%)를 제외하면 4분기는 물론 1분기(0.6%)와 3분기(0.2%)에도 시장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1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1년 내내 시장 소득이 감소했다. 1분기에 시장소득은 1년 전에 비해 2.8%, 3분기에는 9.9% 줄었다. 특히 2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소득이 14.9%나 감소해 5분위 가구보다 소득 피해 규모가 컸다.

 

이처럼 5분위 가구의 경우 시장소득이 증가하고, 1분위 가구는 시장소득이 줄면서 소득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 배율도 커졌다.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9.92배(2019년)→10.26배(2020년), △2분기 8.39배→9.29배 △3분기 8.62배→9.58배 △4분기 8.13배→8.72배로 지난해 매 분기마다 벌어졌다. 지난해 4분기 5분위 배율 8.72배는 소득 상위인 5분위 가구의 시장소득이 소득 하위인 1분위 가구보다 8.72배 많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장소득 격차 확대에는 직장에서 받는 근로소득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에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56만 4019원으로 1년 전(65만 2661원)에 비해 8만 8642원(13.6%) 감소했다. 이에 반해 5분위 가구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683만 2025원으로 1년 전(673만 9562원)보다 9만 2463원(1.4%) 늘었다.

 

2월 15일 정세균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K자 회복 관련 내용. 사진=정세균 총리 페이스북


한국 경제가 K자 회복을 보이면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빠르게 위기를 벗어나며 회복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은 여전히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K자 회복은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청년층(14~29세) 실업자 수는 37만 명으로 1년 전(38만 6000명)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러한 청년층 실업자 수는 2013년(32만 4000명)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청년층 실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구직 자체를 포기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구직을 포기하면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층에서 구직 계획 없이 단순히 쉰 ‘쉬었음’ 인구는 44만 8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치다. 또 청년층 중 아르바이트를 벗어나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인구도 지난해 14만 9000명으로 역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래 가장 많았다.

 

‘쉬었음’과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급증은 일부만 양질의 일자리를 갖는데 성공하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K자 흐름이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청년층의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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