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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앱 생기고 더 열악해졌다" 화물차 기사들 하소연 속사정

소수 앱이 전체 물동량 90% 차지…수수료만 오르고 운임은 10년 전 그대로

2021.02.26(Fri) 12:15:58

[비즈한국] 저단가, 과적 등 화물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소수의 화물 앱(화물정보망)에 일감이 몰리며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전반에 플랫폼 열풍이 불며 화물 업계에도 중개 앱이 등장하고 있지만 ‘전국24시콜화물’ 등 소수의 수익형 앱이 대부분의 물동량을 차지해 사실상 신규 사업자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수의 화물 앱에 일감이 몰리면서 화물 차주들의 어려움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화물 업계 근로자도 배달 기사와 같이 화물 앱을 깔아서 업무를 하는 플랫폼 근로자입니다. 앱을 사용해 운송을 하면 20% 이상의 수수료를 정산하게 돼 있습니다. 대부분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운송 중의 문제를 사무실이나 앱에서 해결해주지 않아 개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화물 앱의 수수료가 높은 데다 (화주가) 운송비를 깎아서 올리는 경우도 많은데 문제 제기를 할 곳이 없습니다. 깎아서 올린 화물은 안 하면 되지 않냐 할 수 있습니다만 여러 지역을 움직이다 보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높은 중개 수수료에 연료비에 인건비까지 손해가 너무 큽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런 내용으로 화물 앱 중개수수료를 낮춰달라는 화물차 기사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화물 앱을 이용하는 차주의 비율은 매년 높아져, 2019년 기준 90% 이상의 차주가 화물 앱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소수의 화물 앱에 이용자 수가 몰리면서 화물차주의 저단가·과적·과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축적된다는 점이다. 

 

화물 앱 사업자는 크게 수익형과 비수익형으로 나뉜다. 수익형 화물 앱 사업자로 등록된 ‘전국24시콜화물’의 월 물동량 등록 수는 약 2000만 건에 달하며 5톤 이하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다. 이 외 ‘화물맨’은 월 물동량 등록 수가 32만 건이며, 전국24시콜화물에 비해 적은 수의 화물차주 회원 수를 갖고 있지만 11톤 이상 중량 화물운송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화물나누리’, ‘화물마당’ 등 비수익형 정보망도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수익형에 몰린다. 서정원 연구자는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논문 ‘화물운송주선정보망 실데이터 기반 화물운임 결정요인 분석’을 통해 “비수익형 정보망의 경우 상대적으로 운송사업법규의 준수, 차량운영 안정성 및 차주의 권익을 고려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수익형 정보망의 경우 정보망을 수수료 기반 사업으로 운영해 차주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차주의 수익을 위한 과적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정보망 내 폐쇄적인 정보공유를 하는 행위로 정보망 활성화를 저해시키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그동안 한솔로지스틱스, SK플래닛 등 굵직한 업계 계열사들도 화물운송 플랫폼 진입을 고민하고 뛰어들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업계는 화주, 주선사, 운송사에 국토교통부까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역이다 보니 기존에 공고히 자리 잡은 플랫폼을 뛰어넘기 위해서 장기간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투자에 대한 수익이 불확실하다 보니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뛰어들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시장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화물 차주들의 어려움은 복잡하고 공고해져 간다. 8년 차 화물기사 A 씨는 “물가와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화물운송 단가는 지난 십여 년간 큰 차이가 없다. 중개 과정이 여러 겹이니 수수료는 오르고 운송료는 줄어든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빈 차로 이동하지 않기 위해서 다들 울며 겨자 먹기로 잡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화물차 기사 온라인 카페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의 모임(영운모)’를 운영 중이며 40년 이상 화물차를 몰아 온 강훈익 씨는 “앱으로 거래하기 전에는 화물 오더를 주고받는 화주와 차주 간 대면 거래가 주를 이루다 보니 암묵적 약속처럼 중개 수수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앱으로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상생의 모습이 사라지고 중개 수수료가 오르기 시작했다. 화주가 미끼 성으로 낮은 운송료의 화물을 올리면 경쟁심이 유발되어 차주들은 조급해지고, 전체적인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경쟁 구도 없이 메이저 화물 앱 몇몇 개에 일감이 몰리며 개선에 대한 논의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정부에 안전운임제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부산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준수 촉구 결의대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이 꼽힌다.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의 특성상 다단계 운송거래가 일반화돼, 최종 거래단계인 화물차주의 운임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는 곧 화물차주의 과적과 과로를 유발해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법적으로 차주의 최저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는 현재 시멘트, 컨테이너 운송차량에 3년 일몰제로 우선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형 화물차에는 강제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정부에 안전운임제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논문에서는 화물정보 통합망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서정원 연구자는 “최근 운송실적 신고 의무화 등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노력에 맞춰 화물 앱도 공차율 개선, 과적 차단, 직접운송의무 등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화물정보 통합망을 구축해 시장의 주요 이슈와 개선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통합을 대상으로 구성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수익형 화물정보망 업체와 갈등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체계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서술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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