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 팬데믹은 뷰티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장 셧다운과 관광객 수 급감으로 업계 전반이 매출 하락을 겪었다. 그 와중에 업계 1, 2위를 다투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고,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6% 줄었다.
#‘차석용 매직’에 LG생활건강 16년째 성장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 7조 8445억 원, 영업이익 1조 22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2.1%, 3.8% 증가했다. 뷰티, 생활용품, 음료 등 3개 사업부문이 모두 업계 1위를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극한의 위기 속에서도 전 사업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3개 사업 모두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뷰티 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에이블씨엔씨 등 주요 기업의 매출이 하락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뷰티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8228억 원으로 2019년보다 8.3% 줄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60%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은 것에 비하면 선전했다는 평이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생활용품·음료 부문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해 전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2020년 생활용품 사업의 영업이익은 2053억 원으로 2019년보다 63% 성장했다.
취임 후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차 부회장은 2004년 12월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취임 후 적극적 기업 인수합병으로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차 부회장 취임 전 생활용품이 70%를 차지하던 사업 비중은 현재 화장품 60%, 생활용품 및 음료 40%로 골고루 나눠졌다.
성공적 인수합병은 LG생활건강의 성장동력이 됐다.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현 해태htb), 영진약품 드링크사업 등을 사들이며 식음료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더페이스샵, 바이올렛드림, 긴자스테파니, CNP코스메틱, 제니스 등을 인수합병해 화장품 사업을 키웠다.
안정적 사업 구도를 갖추고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LG생활건강은 16년 연속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차 부회장의 경영전략을 두고 업계에서는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차 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배우려는 움직임도 커졌다. 최근 LG생활건강에서 발행한 비매품 도서 ‘CEO 메시지’는 젊은 사업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차 부회장이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임직원에게 보낸 글을 엮어 만들었다. 판매품이 아니라 구하기 힘들다 보니 복사본을 돌려보거나 독서모임 등을 통해 내용이 공유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CEO 메시지’는 2018년 발행 후 2년 동안 20여 편의 CEO 메시지가 추가돼 해당 메시지와 함께 기존 메시지의 리마인드를 위해 발행했다”며 “임직원용으로 9000부를 인쇄했고, 외부 각계각층에서 요청이 많아 추가로 5000부를 인쇄했다. 판매나 추가 배포 등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업계 1위 뺏겨, 서경배 뚝심 경영이 독 됐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012년 경기도 오산의 뷰티사업장 준공식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아모레퍼시픽을 2020년까지 매출 11조 원으로 성장시켜 세계 7대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의 포부가 무색할 정도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매출 4조 4322억 원, 영업이익 1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6%, 66.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유동 인구 감소, 일부 매장 단축 영업 제한 등으로 오프라인 채널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하락했고,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면세점 매출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로드숍 주력 브랜드 이니스프리, 에뛰드의 매출 하락으로 인한 타격이 컸다. 이니스프리는 2020년 매출 3486억 원으로 전년보다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억 원으로 89% 줄었다. 에뛰드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1113억 원, 영업이익은 -180억 원이었다.
서 회장은 ‘한 우물’ 경영으로 아모레퍼시픽을 키워왔다. 태평양 사장으로 재임 시절, 화장품 외 건설, 증권, 패션 등 사업 다각화로 경영난을 겪는 회사를 화장품 전문회사로 탈바꿈해 위기를 탈출했다. 이후 서 회장은 화장품에만 집중하며 아모레퍼시픽을 화장품 전문 기업으로 키웠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부문 비중은 화장품 87%, DB(생활용품) 13%다.
화장품 사업만 고집한 서 회장의 뚝심 경영은 최근 업계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이어질 때마다 독이 돼 돌아왔다.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타격이 다른 기업보다 컸다.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 것도 실적 하락 폭을 키웠다. 서 회장은 경쟁사들이 매장 축소 및 온라인 전환에 적극적일 때도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을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오프라인 판매처의 비중은 52%로 절반에 달한다. 반면 온라인 및 홈쇼핑 매출은 15%에 불과하다.
서 회장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매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 매장만이 사라질 뿐”이라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기의식에 온라인 사업 강화를 주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프라인 가맹점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사업에 뛰어든 후 가격 차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가맹점 상생협약을 맺으며 잡음을 일단락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맹점은 자사의 중요한 파트너로 가맹점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해 올해 1분기까지 이니스프리 40억 원, 에뛰드 14억 원, 아리따움 60억 원 규모로 임대료 특별 지원, 재고 상품 특별 환입, 폐점 점포에 한해 인테리어 지원금 반환 면제 및 상품 전량 환입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프라인 유통 구조의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가맹점 전용 상품을 확대 공급하고 가맹점주와 본사 모두 수익을 늘릴 방안 등을 지속해서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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